오세훈 서울시장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6 서울테크서밋 포럼'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기업과 대학, 병원, 투자기관, 인증기관이 함께하는 '서울형 AI·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구축해 혁신 기술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하겠다."

서울시가 인공지능(AI)과 바이오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기 위해 산·학·연·병(産學硏病) 협력과 투자기관을 잇는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낸다. AI를 활용한 신약 개발부터 의료데이터 표준화, 양자컴퓨팅 기반 차세대 바이오 기술까지 미래 헬스케어 산업의 청사진이 한자리에 제시됐다.

서울특별시, 서울경제진흥원(SBA)과 연세대학교 RISE사업단은 16일 서울 중구 소공로 더플라자서울 호텔에서 '2026 서울테크서밋'을 공동 개최했다. 올해 행사는 기존 기술 소개 중심 행사에서 벗어나 기업과 대학, 병원, 투자기관이 함께 기술 사업화와 공동 연구를 모색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플랫폼으로 확대 개편됐다.

◇"서울형 AI·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 구축"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개회사를 통해 AI와 바이오를 서울의 미래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오 시장은 "서울은 세계가 인정하는 연구개발(R&D) 도시"라며 "지난해 글로벌 도시 경쟁력 평가에서 서울은 AI 분야 세계 5위에 올랐으며, 이러한 성과의 기반에는 지난 20년간 축적해 온 서울형 R&D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형 R&D 지원을 통해 최근 5년간 5000억원 이상의 기업 매출을 창출했고, 23개 기업이 코스닥에 진입하는 성과를 거뒀다. 오 시장은 "올해도 425억원 규모의 기술개발 지원을 통해 기업들의 도전을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기술 개발부터 투자, 글로벌 진출까지 이어지는 성장 사다리를 더욱 촘촘히 만들어 기업들이 혁신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 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시민의 삶을 바꾸는 것"이라며 "서울은 세계 최고의 기술도시를 넘어 기술의 변화를 시민이 가장 먼저 체감하는 '삶의 질 특별시'이자 글로벌 톱 기술도시로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윤동섭 연세대 총장은 축사를 통해 "미래 경쟁력은 어느 한 기관이나 한 분야의 역량만으로 만들 수 없다. 서로 다른 전문성과 경험이 연결되고 협력할 때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윤 총장은 "연세대는 서울시와 함께 홍릉 강소특구와 마곡산업지구를 잇는 AI 바이오 클러스터 앵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산학연병 협력을 통해 서울 혁신 생태계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정재호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 원장이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6 서울테크서밋 포럼'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AI 다음은 양자컴퓨팅…신약 개발 새 패러다임"

"10년 후에는 엔비디아와 구글, 마이크로소프트가 설계한 항암제가 나올 수 있다."

이날 기조강연에 나선 정재호 연세대 융합과학기술원장은 AI 이후 차세대 기술로 양자컴퓨팅을 제시했다. 연세대는 국내 최초 수준의 100큐비트 이상 양자컴퓨터를 도입해 AI와 양자컴퓨팅을 결합한 신약 개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정 원장은 먼저 혈우병 유전자치료제를 예로 들며 "기술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했지만 새로운 치료제가 나올 때마다 가격은 오히려 계속 올라가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평균 신약 개발 비용 30억달러, 개발기간 15년, 성공률 4%를 제시하며 "신약 개발이 어려운 이유는 연구자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탐색해야 할 화학공간이 너무 방대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1980년대에는 10억달러를 투자하면 약 20개의 신약 승인을 받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10억달러로도 신약 1건 승인받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AI가 이미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개발 표준 기술이 됐지만 한계도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약물 분자를 생성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독성, 대사, 체내 분포 등 수많은 조건을 동시에 최적화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며 "현재 신약개발의 한계는 계산 자원의 한계와 정확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해법으로 양자컴퓨팅을 제시했다.

정 원장은 "양자기술은 AI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AI의 가속기"라며 "AI가 잘하는 것은 AI가, 양자컴퓨터가 잘하는 계산은 양자컴퓨터가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미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10년 후에는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가 설계한 항암제나 새로운 치료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며 "기존 제약사는 생산을 담당하고 AI와 테크기업이 약물을 설계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소버린 AI뿐 아니라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소버린 바이오'도 국가 경쟁력"이라며 "서울시와 대학, 기업이 함께 협력해 바이오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암 병기 판정도 AI가 자동화"

"앞으로는 AI가 의료진 대신 데이터를 입력하고 의료진은 이를 검수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서울시 지원 우수기업 발표에서는 서울아산병원 교원창업 기업인 디앤라이프가 AI 기반 의료데이터 표준화 기술을 소개했다.

김태원 디앤라이프 대표가 16일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6 서울테크서밋 포럼'에서 서울형 R&D 우수 기업 발표를 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김태원 디앤라이프 대표는 "암 병기는 모든 치료와 예후를 결정하는 출발점"이라며 "하지만 현재 병기 판정은 영상기록, 병리기록, 수술기록, 의무기록 등 비정형 데이터에 의존하고 있어 의료진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고 대부분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병기 판정 과정에서는 10~15% 수준의 휴먼에러가 발생한다"며 "병원과 국가기관, 연구기관이 같은 작업을 반복하는 비효율도 존재한다"고 말했다.

디앤라이프는 AI가 의료기록에서 핵심 정보를 자동 추출한 뒤 국제 표준인 TNM 기준에 따라 암 병기를 자동 판정하고, 판정 근거까지 함께 제시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AI가 의무기록을 입력하고 의료진은 검수하는 형태로 바뀌면 정확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며 "병원 내부에서 운영 가능한 로컬 AI 기반으로 개인정보 보호와 높은 정확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기술검증(PoC)을 완료했으며 확증 임상시험과 의료기기 인허가를 거쳐 사업화를 추진할 계획"이라며 "병원뿐 아니라 국가 암 등록사업, 제약사의 임상연구, 보험사의 위험률 분석 등 다양한 분야로 활용 범위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행사장에서는 이날 기조강연과 우수기업 발표에 이어 AI와 바이오 분야 분과세션, 투자기관과 기업 간 1대1 파트너링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됐다. 서울시는 이번 서울테크서밋을 계기로 대학과 병원, 기업, 투자기관을 연결하는 AI·바이오 오픈이노베이션 생태계를 본격적으로 확대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