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한방병원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옥. /자생한방병원 제공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9일 강남구 자생한방병원과 자생의료재단 등 5곳을 압수수색했다. 환자에게 한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해 수백억원대 보험금을 챙겼다는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서다.

이를 두고 한방병원이 보험 사기 사각지대에 놓인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5일 금융위원회 업무 보고에서 한방병원의 이런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자생한방병원 보험 사기 의혹 강제 수사

자생한방병원은 교통사고 환자에게 미리 만든 한약을 대거 처방하는 방식으로 자동차 보험금 수백억원을 부당하게 챙겼다는 의혹을 받는다. 앞서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해보험, DB손해보험 등 보험사 4곳은 자생한방병원을 지난 4월 고소했다. 전국 21개 자생한방병원장과 자생의료재단 이사장 등이 피고소인으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교통부 고시는 병원이 자동차 보험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환자 질병과 증상에 맞춰 개별적으로 한약을 처방하도록 돼 있다. 고소인들은 자생한방병원이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자생한방병원 관계자는 "관련 법과 의료 기준에 근거해 한약을 조제하고 있다"면서 "과거에도 비슷한 고소·고발이 있었으나 혐의 없음이나 불송치 처분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한방병원의 경우 자동차 보험 사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한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 보험은 환자가 직접 병원에서 비용을 결제하고 보험사에 보험을 청구한다. 자동차 보험의 경우 교통 사고 환자가 병원에서 비용을 결제할 필요가 없다. 병원에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치료 내역을 보내면 심평원에서 심사 결과를 보험사에 보내고, 보험사에서 병원에 돈을 지급하는 구조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통 자동차 보험 청구의 절반 이상이 한방병원"이라고 밝혔다.

지난 9일 서울 강남구 자생한방병원 앞을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보험 사기 적발 규모 1兆…"국민에게 피해 전가"

한방병원은 1999년부터 자동차 보험 진료 수가를 적용받았다. 이후 교통 사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한방병원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문제는 일부가 이를 악용해 과잉 처방이나 진료를 반복하며 보험 재정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023년 12월에는 교통사고 환자를 단 5초만 진료하고 물리치료를 했다며 수십만원의 보험금을 탄 한의사가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에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의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개업 등 투자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과도하게 보험을 청구하는 사례가 있는 것 같다"면서 "환자 입장에서도 경계심을 풀고 병원 처방을 따를 때가 있다"고 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민영 보험 사기 적발 규모는 1조 1571억원 수준이다. 적발되지 않은 보험 사기까지 감안할 경우 피해 규모는 약 9조원으로 추산된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보험금 누수는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져 피해가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간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