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D(머크)가 개발 중인 인제니아의 황반변성 치료 후보물질이 2030년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이를 발판으로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도약하겠다."
한상열 인제니아테라퓨틱스 대표는 14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기업공개(IPO) 기자간담회에서 "2022년 전임상 단계에서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한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 'IGT-427'은 현재 MSD가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연 매출 50억달러(약 7조원)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8년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인제니아테라퓨틱스는 미세혈관을 보호하고 회복시키는 항체 기술을 기반으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기업이다. 회사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앞두고 있으며, 예상 기업가치는 최대 7800억원이다. 앞서 지난해 기술성 평가에서 두 기관 모두 A등급을 받았다
인제니아의 핵심 파이프라인은 황반변성 등 안과 질환 치료제 후보물질 'IGT-427'이다. 회사는 2022년 미국 안과 전문 바이오텍 아이바이오에 IGT-427을 전임상 단계에서 약 1조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이후 아이바이오를 인수한 MSD가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IGT-427은 혈관 누출을 억제하고 손상된 혈관 기능을 회복시키는 방식의 황반변성 치료제 후보물질이다. 현재 습성 황반변성(wAMD) 환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글로벌 임상 3상 2건이 진행 중이며, 전체 참여 환자는 약 2000명에 달한다. 임상시험 기관도 140곳 이상이다.
한 대표는 "MSD는 2028년 IGT-427 임상 종료, 202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거쳐 2030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연 매출 50억달러 이상의 블록버스터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MSD는 올해 3분기 당뇨병성 황반부종(DME) 적응증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도 시작할 예정이다.
인제니아의 경쟁력은 혈관 안정화에 관여하는 '타이(Tie)2 수용체'를 직접 활성화하는 항체 기술이다. 서울대 생명과학부를 졸업하고 분자생물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한 대표가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미세혈관 연구를 수행하며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이후 혈관 기능 이상이 다양한 질환의 핵심 원인이라는 점에 주목해 2018년 미국 보스턴에서 인제니아를 창업했다.
건강한 혈관에서는 Ang1 단백질이 Tie2와 결합해 혈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반면 암이나 염증성 질환에서는 Ang2 단백질이 증가하면서 Tie2 활성화 기능이 떨어지고 혈관이 손상돼 혈액과 체액이 새는 현상이 발생한다.
인제니아는 Ang1 대신 Tie2를 직접 활성화하는 항체를 개발해 손상된 혈관을 회복시키는 방식으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핵심 플랫폼인 '타이-바디(TIE-body)'는 기존 치료제와 다른 부위에 결합해 Tie2를 활성화하는 기술이다.
회사 측은 해당 기술이 Ang2가 증가한 질병 환경에서도 효능을 유지할 수 있고, 고용량 투여 시 효과가 감소하는 기존 약물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인제니아는 IGT-427 이후 후속 파이프라인을 통해 적용 질환을 확대하고 있다. 'IGT-303'은 만성신장질환(CKD), 특히 당뇨병성 신장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회사는 지난달 한국, 호주, 뉴질랜드에서 임상 2a상에 돌입했으며, 주요 결과는 내년 초 공개할 예정이다.
한 대표는 "전임상 영장류 실험에서 58%의 단백뇨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며 "내년 초 임상 2a상 결과를 바탕으로 이후 본격적인 기술이전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MSD와 공동 연구 중인 녹내장 치료제 후보물질 'IGT-302'도 Tie2 활성화 기술을 기반으로 항암제, 신경퇴행성 질환, 폐동맥 고혈압 등으로 적용 질환을 확장하고 있다.
인제니아는 혈관 안정화 플랫폼을 기반으로 안과 질환을 넘어 다양한 난치성 질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항암제 후보물질 'IGT-532'는 내년 임상 1상 진입을 준비 중이며, 치매 치료제는 Tie2 활성화를 활용한 병용 치료제로 개발하고 있다.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후보물질 'IGT-627'은 혈관 안정화와 섬유화 억제 기전을 활용해 개발 중이며, 하버드의대 심혈관센터와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인제니아는 글로벌 신약 개발 경험을 보유한 전문가들을 영입하며 연구개발(R&D) 역량도 강화하고 있다.
유진삼 부사장(CDO)은 미국 일라이 릴리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며 임상 연구 분야 수석 디렉터로 초기 신약 개발 프로그램, 면역원성 위험 평가, 항체 공학·바이오마커 전략 수립 등을 담당했다.
또 현지 중견 바이오 기업 모자이크 바이오사이언스의 에릭 퍼핀 대표와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타리크 가유르 전 석좌연구원 등으로 과학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퍼핀 대표는 미국 리제네론에서 황반변성 치료제 '아일리아' 개발에 참여한 경험을 갖고 있다.
회사는 2018년 설립 이후 총 386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아이바이오와의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확보한 지분 가치와 마일스톤 수익을 포함한 누적 기술이전 관련 수익은 지난 6월 기준 682억원이다.
올해부터 기술이전 계약에 따른 마일스톤이 본격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도 기대된다. 인제니아는 올해 매출 3210만달러(약 462억원), 영업이익 974만달러(약 140억원)로 흑자 전환을 전망하고 있다. 2028년에는 매출 3700억원, 영업이익 2660억원 달성이 목표다.
인제니아는 본사와 연구 조직 대부분을 미국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에 두고 있다. 미국이 아닌 한국에서 IPO를 추진하는 이유에 대해 한 대표는 "미국에서 설립된 한국 바이오 기업이 한국 시장에 상장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선례를 만들고 싶다"며 "상장 이후에는 후기 임상과 자체 신약 개발을 병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