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투자 시장 큰손인 국민연금공단이 최근 한올바이오파마(009420)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에스티(170900) 같은 전통 제약사 지분 비중은 축소했다. 하반기 연구 결과를 발표하거나 신약을 선보일 것으로 관측되는 기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올바이오파마, 하반기 류머티즘 임상 지표 공개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대웅제약(069620) 계열사 한올바이오파마의 지분율을 지난 4월 10.05%에서 지난달 10.84%로 0.79%포인트 늘렸다. 한올바이오파마 관계자는 "하반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후보 물질 아이메로프루바트 임상 주요 지표(톱라인)를 발표할 예정"이라면서 "이런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이메로프루바트는 난치성 류머티즘 관절염, 피부 홍반성 루프스, 그레이브스병 등 6개 자가면역질환 환자에게 처방할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 류머티즘 관절염은 체내 면역 체계가 관절을 둘러싼 활막을 공격해 염증과 통증을 유발한다. 루푸스는 피부 염증이 나타나고 그레이브스병은 갑상선 호르몬이 과도하게 분비되는 질환이다.

아이메로프루바트는 올해 하반기 난치성 류머티즘 관절염과 피부 홍반성 루프스, 내년 그레이브스병 임상 2b상 지표 등을 각각 발표한다. 최종 결과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품목 허가 등을 거쳐 2028년 초 그레이브스병으로 가장 먼저 신약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한올바이오파마는 아이메로프루바트를 2017년 글로벌 제약사 로이반트에 기술 이전했다. 로이반트 자회사 이뮤노반트가 개발을 담당하며 한올바이오파마는 마일스톤(기술료)과 로열티(판매 수익 일부) 등을 받는 구조다.

국민연금은 한미약품(128940) 지분도 지난달 초 10.11% 보유하고 있었다. 이후 장내매수를 통해 지분을 10.30%까지 확대했다.

국민연금의 한미약품 지분율은 작년 12월 11%대에서 올해 5월 9%대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한미약품은 연내 한국인 맞춤형 비만약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구토 같은 부작용이 비교적 적은 것이 특징으로 회사는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동아에스티, HK이노엔…줄줄이 비중 축소

국민연금은 전통 제약사 지분은 연달아 축소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동아에스티 지분율을 작년 11월 5.78%에서 지난달 4.78%로 1%포인트 줄였다. HK이노엔(195940) 지분 비중은 작년 7월 5.12%에서 올해 5월 4.06%까지 낮췄다. 종근당(185750)(작년 8월 7.35%→올해 4월 6.34%)과 GC녹십자(006280)(작년 12월 7.69%→올해 5월 6.68%) 지분율도 감소했다.

앞서 동아에스티는 과민성 방광 치료제(DA-8010)와 항암 치료제(AFM32) 후보 물질 개발을 중단하며 투자자들 실망을 키웠다. 방광 치료제는 2024년 8월 임상 3상 결과가 유의미하지 않았고 항암 치료제는 파트너사가 작년 5월 파산을 신청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면서 "현재 치매 치료제와 면역 항암제, ADC(항체 약물 접합쳬)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HK이노엔의 경우 3세대 위장약 케이캡이 시장을 점유하며 올해 1분기 매출 456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대웅제약 펙수클루, 제일약품(271980) 자큐보 등 후발주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회사는 비만과 아토피 치료제 후보 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HK이노엔 관계자는 "대신 외국인 지분율이 올해 1월 8%대에서 최근 14%대로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기금 규모만 약 1600조원으로 추산된다. 국민연금의 투자 성향을 보면 중장기적 기업 가치를 예측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국민연금 투자운용팀장을 지낸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는 "국민연금은 승률이 높은 편"이라면서 "이번에 반도체 기업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제약사 비중을 낮춘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다만 국민연금이 장기적으로 수많은 종목에 분산 투자하는 만큼 개인이 과도하게 뒤쫓기보다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