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석 유투메드텍 대표는 6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의료현장에서 부비동염 진단 인프라 한계로 항생제가 남용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근적외선(NIR)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부비동염 진단기기 '사이너스뷰(Sinus View)'를 개발하게 됐다"며 "동남아를 시작으로 미국 시장까지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허지윤 기자

얼굴뼈 속 빈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고름이 차는 축농증(부비동염)은 감기와 증상이 비슷해 항생제가 과잉 처방되는 질환으로 꼽힌다. 부비동염을 정확히 진단하려면 CT나 X선(X-ray) 검사를 해야하는데 국내외 1차 의료 현장에서는 CT 활용이 어려운 한계로 결국 '항생제부터 처방하자'는 식의 방어적 진료가 이어지는 식이다.

2017년 설립된 의료기기 스타트업 유투메드텍은 이런 한계에 주목해, 근적외선(NIR)과 인공지능(AI)을 결합한 부비동염 진단기기 '사이너스뷰(Sinus View)'를 개발했다.

사이너스뷰는 입안에 넣은 마우스피스에서 나온 빛이 부비동을 얼마나 통과하는지를 분석해 약 10초 만에 부비동 상태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농이 차 있으면 빛이 잘 통과하지 않고, 정상 부비동은 빛이 상대적으로 잘 투과하는 원리를 이용했다.

지난 6일 조선비즈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김양석 유투메드텍 대표는 "방사선 노출이 없고 CT처럼 큰 장비가 필요하지 않아, 내과, 소아청소년과에서도 사용할 수 있고 어린아이도 검사할 수 있도록 개발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양석 대표는 포항공대(POSTECH)에서 생명과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에서 바이오인포매틱스를 연구했고, 이후 대웅제약(069620) 연구본부장과 네이버·대웅 AI 합작사 대표를 지낸 뒤 창업을 택했다.

김 대표는 "원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실제 구현은 쉽지 않았다"며 "사람마다 피부와 뼈 두께가 모두 달라 빛이 약해진 원인이 고름 때문인지 개인의 해부학적 차이 때문인지를 구분해야 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가장 긴 시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소아와 성인, 체형에 따라 뼈 두께와 골밀도가 달라 같은 염증도 서로 다른 신호로 나타나는 만큼, 이를 보정하는 AI 알고리즘이 기술의 핵심이라는 설명이다.

현재 사이너스뷰(Sinus View)는 20만 건 이상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를 학습했으며 국내 70여 개 의료기관에 도입됐다. 개발 초기 고신대 복음병원 임상을 통해 알고리즘을 구축했고 이후 실제 의료현장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고도화했다.

부비동염 진단기기 사이너스뷰(Sinus View). /유투메드텍

김 대표는 유투메드텍의 가장 큰 경쟁력으로 '데이터를 생산하는 AI(Data-Generating AI)'를 꼽았다.

그는 "대부분의 AI 의료기기는 병원에서 생성된 CT·MRI 영상을 더 잘 읽는 소프트웨어인 반면, 우리는 자체 하드웨어로 세상에 없던 부비동 투과 영상을 직접 만들어내 데이터의 원천 자체를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후발주자가 따라오려면 하드웨어를 새로 만들고 임상을 다시 수행한 뒤 데이터를 처음부터 축적해야 한다"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특허를 모두 확보한 만큼 진입장벽이 높고, 후발주자가 동일한 수준에 도달하려면 8~10년은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업화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있었다. 사이너스뷰는 2020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를 받았으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영향으로 사업화가 지연됐다.

유투메드텍은 해외 시장을 먼저 공략하고 있다. 첫 목표는 인도네시아다. 회사는 인도네시아 의료기기 유통기업 아이디에스메드(idsMED)와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했으며, 올해 3분기 현지 허가를 거쳐 4분기부터 제품 공급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발판으로 동남아 시장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한국은 기술과 데이터를 검증하는 시장이고, 본격적인 성장은 해외에서 나올 것"이라며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동남아는 부비동염 진단 장비에 대한 수요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중국에서도 사업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미국 FDA 허가를 받아 북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기술 고도화와 사업 확대를 위한 투자 유치도 진행 중이다. 유투메드텍은 현재 약 30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기존 투자자로는 한국산업은행, 카카오헬스케어, 신용보증기금, 현대기술투자 등이 참여했다.

회사는 현재 근적외선뿐 아니라 열화상과 초음파를 결합한 차세대 멀티모달 플랫폼도 개발하고 있다. 부비동 고름 여부 검사에서 나아가 세균 감염인지, 바이러스인지, 알레르기성 염증인지까지 구분하는 것이 목표다.

김 대표는 "열화상은 감염에 따른 열 변화를, 초음파는 고름의 상태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 딥테크팁스(TIPS) 프로그램에 선정돼 지원받아 개발을 진행 중이다.

유투메드텍은 최근 세계 최대 의료기기 액셀러레이터로 꼽히는 '메드테크 이노베이터 APAC 2026(MedTech Innovator APAC 2026)' 한국 대표 기업으로 선정돼 아시아·태평양 지역 혁신 의료기기 기업 20곳을 선발하는 '글로벌 톱20 코호트'에 이름을 올렸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내과에서 혈압을 재듯 호흡기 진료에서도 가장 먼저 사용하는 기본 진단기기가 되고 싶다"며 "축농증을 시작으로 중이염 등 얼굴 주변 호흡기 질환까지 확대해 호흡기 AI 의료기기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