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씨셀(144510)이 수년간 준비해온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들이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검증 구간에 들어간다. 건강보험 수가 구조개편에 따른 기존 검체검사 사업의 수익성 개선도 예고되면서, GC녹십자(006280)의 '아픈 손가락'에서 그룹의 성장축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녹십자 실적 발목 잡던 지씨셀…기존 사업 회복 신호
지씨셀은 2011년 녹십자랩셀로 출범한 뒤 2021년 녹십자셀을 흡수합병하며 현재의 사업 구조를 갖췄다. 세포치료제의 연구개발(R&D)부터 제조·상업화·유통까지 아우르는 가치사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현재는 검체검사 사업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 매출 1655억원 가운데 검체검사서비스 비중은 48.7%로 가장 컸다. 이어 간세포암 보조치료제 이뮨셀엘씨주(22.3%), 바이오물류(18.9%) 순이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지씨셀은 지난해 연결 영업손실 138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순손실은 2589억원으로 전년 대비 241.9% 급증했다. 올 1분기 연결 매출은 374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 감소했고 영업손실은 51억원이었다.
실제로 GC녹십자는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됐음에도 연결 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증권가에서는 지씨셀의 대규모 순손실이 연결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한다.
순손실 급증은 회계상 요인의 영향이 컸다. 2021년 합병 당시 인식한 영업권 3782억원 가운데 약 1800억원을 지난해 손상 처리하면서 장부상 손실이 반영됐다. 실제 현금 유출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 회사는 추가 영업권 손상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기존 사업을 둘러싼 제도 환경에는 변화가 예고된 상태다. 건강보험 수가 구조개편에 따라 오는 12월부터 검체검사 수탁검사료 청구 방식이 병원을 거치지 않고 건강보험공단에 직접 청구하는 구조로 바뀐다. 수탁검사료 요율도 기존 40%에서 45%로 상향된다.
다만 실제 수익성 개선 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추가 조건부 보상 제도도 함께 도입될 예정"이라며 "최종 수가 개정안이 확정된 이후 손익 영향을 구체적으로 산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AR-NK 상용화 가능성 시험대…연말 데이터 주목
실적 회복 여부를 가를 핵심은 결국 연구개발(R&D) 성과다. 지씨셀은 상용화 제품인 이뮨셀엘씨주를 비롯해 자체 CAR-NK 플랫폼, 미국 관계사 아티바바이오테라퓨틱스의 NK세포 치료제, 중국 이아소바이오테라퓨틱스의 BCMA CAR-T까지 확보하며 차세대 세포치료제 파이프라인을 구축해왔다.
시장이 가장 주목하는 자산은 자체 CAR-NK 플랫폼이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허가받은 NK세포 치료제가 없어 개발 위험은 크지만, 상용화에 성공할 경우 초기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할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다.
지씨셀은 현재 해당 플랫폼으로 발굴한 'GCC2005'의 임상을 진행 중이다. GCC2005는 NK세포와 T세포에 동시에 발생하는 혈액암인 NK/T세포 림프종 중 기존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환자를 겨냥한다. 3차 치료에서도 반응률이 20~30%에 머무는 난치성 영역이다.
지난해 12월 미국혈액학회(ASH)에서 발표한 1상 예비 결과(평가 가능 환자 8명)에서 객관적반응률(ORR) 62.5%, 완전관해(CR) 37.5%를 기록했다. 중증 부작용이나 치료 중단 사례는 없었다. 이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초기 임상임에도 ASH 구두 발표 세션에 선정됐다.
회사는 연내 1b상 진입과 내년 하반기 글로벌 2상 개시를 거쳐 2030년 품목허가 신청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말 고용량 투여군 데이터가 공개될 경우 CAR-NK 플랫폼의 경쟁력을 가늠할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용량에서도 효능과 안전성이 확인되면 환자 맞춤 제작 없이 미리 생산해 보관했다가 바로 투여할 수 있는 CAR-NK 파이프라인의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사 측은 "추가 데이터 공개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연말 ASH 발표 여부도 현재로서는 미정"이라고 말했다.
◇'AB-101′ 연내 3상 진입…판권·로열티 기대감
GCC2005가 장기 성장동력이라면, 보다 가시적인 단기 모멘텀은 'AB-101′에서 나온다. 지씨셀이 아티바에 기술수출한 제대혈 유래 NK세포치료제로, 초기에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뒤 자가면역질환으로 적응증을 확장했다.
현재 겨냥하는 적응증은 난치성 류마티스관절염이다. 올해 유럽류마티스학회(EULAR)에서 발표된 임상 2a상(리툭시맙 병용요법) 결과에서 최소 6개월 추적을 완료한 환자의 71%가 ACR50(증상 50% 이상 개선)에 도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표준치료 반응률 20~30%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분석 가능 환자 28명 전원에서 질병을 일으키는 B세포의 완전 고갈도 확인됐다.
3상은 이르면 3분기에 시작될 전망이다. 아티바는 2028년 하반기 주요 데이터 도출, 2029년 생물학적 제제 허가신청(BLA)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보통주 및 선납 워런트(pre-funded warrant) 발행으로 3억달러(약 4400억원)도 조달했다.
지씨셀은 AB-101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판권과 두 자릿수 로열티 수령권을 보유하고 있다. 향후 임상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로열티와 판매권 가치도 함께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의 중장기 수익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 3상 개시 시 올해 수령할 마일스톤 규모는 약 15억원으로 추정된다.
◇국내 허가 앞둔 '푸카소'…"내년 신규 매출원"
단기 매출 확대를 기대하는 파이프라인은 '푸카소'다. 지씨셀이 국내 판권을 들여와 허가 절차만 밟는 구조다.
푸카소는 현재 중국에서 판매 중인 다발성골수종 4차 치료제로, 현지 임상에서 116명을 대상으로 ORR 96%, 미세잔존질환(MRD) 음성률 95%, 12개월 무진행생존율 78.8%를 기록했다. 중국 판매가는 약 2억원 수준으로, 경쟁 치료제인 존슨앤존슨(J&J)의 '카빅티'(미국 정가 기준 약 6억원)보다 저렴하다.
지씨셀은 올해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푸카소 수입 품목 허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8월 희귀의약품 지정 및 신속처리 대상으로 지정된 만큼 허가 절차가 단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향후 지씨셀이 보유한 세포치료제 GMP 시설(셀센터)을 활용해 푸카소를 국내에서 직접 생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회사 측은 "검토 중인 사안"이라며 말을 아꼈다.
김승준 한국IR협의회 연구원은 "허가가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내년부터 신규 매출 기여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회사 측은 "단기적으로는 기존 사업의 수익성과 CAR-NK 연구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중장기적으로는 AB-101과 푸카소를 새로운 성장축으로 육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기업가치 재평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임상 성과와 허가, 기존 사업의 수익성 회복이 함께 입증돼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