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기업 펩트론(087010)과 미국 제약기업 일라이 릴리가 진행 중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물질의 월 1회 제형 공동 연구가 비만을 넘어 알츠하이머병·파킨슨병·알코올사용장애(AUD) 등 중추신경계(CNS) 질환으로 확대됐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9일 대전에서 열린 신한투자증권 바이오포럼에서 "자사 장기지속형 플랫폼 '스마트데포(SmartDepot)'는 릴리 GLP-1 물질의 장점을 모두 살릴 수 있는 기술이며 초기 검증도 마쳤다"며 "비만·당뇨를 넘어 CNS 질환으로 영역을 확대해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날 포럼 이후 시장 일각에서 '펩트론과 릴리의 공동 연구 대상에서 기존 상용화 GLP-1 계열 물질(티르제파타이드)이 제외됐다'는 해석이 확산됐다. 그 영향으로 시간외거래에서 펩트론 주가가 29.99% 하락했다.
그러나 조선비즈 취재 결과, 릴리와의 공동 연구는 상용화 GLP-1 계열 물질을 활용한 기술성 평가를 거쳐 차세대 후보물질까지 연구 범위를 확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존 상용화 GLP-1 계열 물질, 즉 티르제파타이드가 공동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시장 일각의 해석과는 다르다.
릴리는 현재 GLP-1 비만약 '마운자로(성분명 티르제파타이드)'의 알츠하이머병과 알코올사용장애(AUD)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대규모 임상을 진행 중이다. GLP-1·위억제펩타이드(GIP)를 동시에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후보물질 '브레니파타이드' 역시 알코올사용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한 글로벌 임상 3상 2건이 진행되고 있다.
펩트론은 2024년 10월 릴리와 기술성 평가 계약을 체결한 뒤 공동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릴리는 자사 펩타이드 기반 후보물질에 펩트론의 스마트데포를 적용해 월 1회 제형 개발 가능성을 검증하고 있다. 스마트데포는 약물을 담는 미립구의 균일성을 높여 방출 속도를 정밀하게 조절하는 기술이다.
애초 지난해 말 종료 예정이던 공동 연구는 오는 10월 7일까지 연장됐다. 업계에서는 연구 기간 연장 과정에서 CNS 관련 후보물질이 추가된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기술성 평가는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활용한 장기 지속형 제형 적용 가능성 검증에서 시작됐다. 회사 측은 초기 기술성 평가는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활용해 진행했으며, 이후 확보한 데이터를 토대로 부작용을 개선한 차세대 후보물질까지 공동 연구 범위를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용화 GLP-1 계열 물질이 공동 연구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시장 일각의 해석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기술성 평가 대상이 차세대 후보물질 중심으로 확대됐지만, 향후 상업화 단계에서는 적용 대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는 오는 10월 공동 연구 종료 이후 본계약 가능성에 대해 "우리는 필요한 데이터는 모두 만들어 보냈고, 이제 그쪽에서 판단하는 것만 남았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충북 오송 제2공장도 오는 9월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 우수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cGMP)을 충족하는 대규모 장기 지속형 의약품 생산시설을 구축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앞서 업계에서는 오송 제2공장 착공 시점이 애초 예상보다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지만, 최 대표가 직접 이를 부인한 것이다. 시장에서는 제2공장이 완공되면 스마트데포를 활용한 의약품 생산의 핵심 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 대표는 연내 장기 지속형 비만 치료 후보물질 'PT403′의 임상시험에 진입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PT403은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의 GLP-1 비만약 '세마글루타이드'에 스마트데포를 적용해 투약 주기를 기존 주 1회에서 월 1회로 늘린 후보물질이다.
앞서 지난달 미국 당뇨병학회(ADA)에서 발표한 전임상 데이터에 따르면, PT403은 비만 마우스 모델에서 기존 주 1회 세마글루타이드 제제보다 우수한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회사 측은 특히 성인을 대상으로 한 안전성 평가에서 구토와 메스꺼움 등 GLP-1 계열 치료제의 대표적인 위장관계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고 설명했다.
PT403은 현재 20여 개국에 특허를 출원했으며, 2030년 품목 허가가 목표다.
이와 함께 펩트론은 스마트데포에 이은 차세대 플랫폼 '루나플렉스(LUNA-PHLEX)'도 처음 공개했다. 루나플렉스는 펩타이드 의약품을 1~3개월 동안 지속시키는 초장기 지속형 플랫폼이다.
최 대표는 "펩타이드는 약효는 뛰어나지만, 반감기가 짧다는 한계가 있다"며 "현재 주 1회 제형이 주류지만 앞으로는 월 1회, 나아가 3개월에 한 번 투여하는 제형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펩트론은 현재 스마트데포가 적용된 전립선암·성조숙증 치료제 '루프원'의 국내 허가를 받아 판매 중이며, 지속 방출(SR) 제형 기술과 관련해서도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