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제약(068760)이 피하주사(SC) 등에 사용되는 사전충전형주사제(PFS) 생산시설을 추가로 확보하는 데에 2조원을 투입한다. 그룹의 SC 전략을 뒷받침하는 생산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 그동안 그룹사 물량 중심이었던 PFS 생산을 외부 고객사까지 넓혀 PFS 위탁생산(CMO) 사업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투자 발표 닷새 만에 창사 첫 노동조합이 출범하며 노사 갈등이 품질 관리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달 셀트리온(068270)에서 그룹 최초로 노조가 설립된 데 이어 셀트리온제약 노조까지 연쇄 출범하면서 그룹 전체의 노무 관리 체제가 변화의 기로에 섰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 2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뉴스1

◇"인력 부족이 품질 위협"…셀트리온 SC 전략에 노사 변수

화섬식품노조 셀트리온제약지회는 지난 6일 공식 출범을 알리고, 창립선언문을 통해 사측이 인력 충원 없는 무리한 생산량 증대로 외형 성장을 추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포괄임금제 오남용과 연장근로시간 미기록, 연차 강제 소진 등 노동관계법 위반 소지가 있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고도 했다.

노조의 문제 제기가 사실이라면 셀트리온제약의 품질 관리 체계에도 경고등이 켜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조 측은 "만성적인 인력 부족과 피로 누적은 엄격하게 통제돼야 할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준수를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제약이 완제 생산뿐 아니라 공정개발 용역까지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력 운영 부담이 생산직에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1분기 매출 1321억원 가운데 공정개발 용역 매출은 308억원으로 23%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도 해당 매출은 1243억원으로 전체의 23%에 달했으며, 대부분 셀트리온으로부터 발생했다.

셀트리온제약은 그룹 내에서 원료의약품(DS)을 환자에게 투여 가능한 완제의약품(DP)으로 완성하는 핵심 생산기지다. 셀트리온이 이번 대규모 생산시설 투자를 셀트리온제약을 통해 추진한 것도 미국·유럽·일본 등 5개 주요국 GMP 인증을 이미 확보한 생산 기반을 활용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에서는 생산 역량뿐 아니라 노사 관계 안정성 역시 공급망 신뢰를 평가하는 요소로 꼽힌다. 최근 셀트리온이 정맥주사(IV) 제품의 SC 전환과 SC 제형 기반 CMO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셀트리온제약의 노사 현안은 그룹의 SC 전략과 향후 글로벌 수주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셀트리온제약 측은 "아직 노조 측으로부터 구체적인 교섭안이나 요구사항을 공식적으로 전달받지는 못했으나, 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관련 법과 제도에 따라 소통에 임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생산량 증가에 맞춰 인력 충원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고, 현재도 채용을 이어가고 있다"며 셀트리온 개발 용역과 관련해 "사무직, 연구직 등도 꾸준히 충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노사 갈등이 품질 신뢰와 글로벌 수주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파트너사들이 우려할 만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셀트리온제약지회 창립선언문./화섬식품노조

◇가동률 91% 청주공장…2조 투자로 '7000만 시린지' 체제

유영호 셀트리온제약 사장은 지난 2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총 2조원을 투자해 충북 지역에 PFS 생산시설을 신규 구축, 생산능력을 기존 약 2000만 시린지에서 7000만 시린지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셀트리온제약은 현재 충북 청주와 진천에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투자는 두 단계로 나뉘어 진행한다. 2028년 설계 및 착공에 돌입해 2032년 가동을 목표로 1조원이 우선 투입되며, 이후 글로벌 수요 상황에 맞춰 추가 1조원을 단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번 증설 필요성은 가동률에서 확인된다. 주요국 GMP 인증을 받은 청주 시설의 바이오의약품 충전 라인은 지난해 연간 208배치 생산능력 중 190배치를 가동해 가동률 91.3%를 기록했다. 제약업계에서 설비 유지보수와 품목 전환을 고려한 실질적 포화 기준으로 보는 90% 선을 이미 넘어선 수준이다.

셀트리온도 제품군을 현재 11개에서 2030년 18개, 2038년 41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SC 제형화 기술을 내재화하며 고용량 제품의 SC 전환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타사 제품을 SC 제형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준비 중이다.

유영호 셀트리온제약 대표가 지난 2일 충남 아산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단계별 공장 증설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뉴스1

◇총자산 2.6배 투자…"그룹 차원 추진, 재원 조달은 미정"

지난 1분기 말 기준 셀트리온제약의 총자산은 7688억원이다. 이 중 은행 예금 형태로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568억원에 불과하며,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87억원 수준이다.

현재 보유 현금만으로는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만큼 시장에서는 회사채 발행, 금융권 차입, 그룹 차원의 재무 지원 등을 유력한 조달 방안으로 거론하고 있다. 앞서 셀트리온은 충남 예산에 3000억원을 들여 DP 공장을 신축하고, 충북 오송 공장에도 5000억원을 투자해 PFS 수요 확대에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제약 측은 "기존 투자 계획과는 별도의 신규 투자"라며 "이번 투자는 그룹 차원의 투자 계획으로, 구체적인 재원 조달 방식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