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서울 삼성동 한국암웨이 본사에서 만난 맷 러니언(Matt Runyon) 암웨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프로바이오틱스 연구개발(R&D) 총괄은 "한국은 암웨이의 글로벌 혁신을 가장 먼저 검증하는 전략적 테스트베드"라며 이 같이 말했다.

맷 러니언(Matt Runyon) 암웨이 마이크로바이옴 연구·프로바이오틱스 연구개발(R&D) 총괄이 3일 서울 삼성동 한국암웨이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한국암웨이

장 건강이 단순히 소화 기능을 넘어 면역과 대사, 피부, 나아가 전신 건강과 질병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로 주목받으면서 장내 미생물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도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암웨이는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사업을 확대하며 한국을 세계 최초 신기술 검증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

1959년 미국에서 설립된 암웨이는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뉴트리라이트'를 중심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단순 건기식 판매를 넘어 마이크로바이옴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기업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러니언 총괄은 미국 시카고대에서 화학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2011년 암웨이에 합류했다. 약 16년간 장과 피부를 비롯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이끌었으며 현재 개인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웰니스, 영양·뷰티 분야 연구개발과 글로벌 헬스케어 전략을 총괄하고 있다.

◇"美·中, 연구 앞서지만…韓, 소비자 이해도·수용성 가장 높아"

암웨이가 한국을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삼은 이유는 소비자들의 높은 이해도와 수용성 때문이다.

암웨이는 2022년 개인 맞춤형 장 건강 관리 서비스 '마이랩(my LAB)'을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국내 바이오기업 HEM파마(376270)와 공동 개발한 이 서비스는 장내 미생물과 대사물질을 분석해 개인에게 적합한 프로바이오틱스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출시 이후 11만건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했으며, 암웨이는 이를 세계 최대 규모의 개인 맞춤형 마이크로바이옴 데이터베이스 중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5월에는 일본으로 서비스를 확대했다.

올해 1월에는 AI 기반 건강수명 플랫폼 '마이웰니스 랩(myWellness LAB)'도 한국에서 가장 먼저 선보였다. 오는 9월에는 새로운 장 건강 솔루션 역시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할 예정이다.

러니언 총괄은 "시장 조사를 해보니 한국 소비자들은 '장 건강이 전신 건강의 핵심'이라는 개념을 다른 나라보다 훨씬 잘 이해하고 있었다"며 "분변 검사가 필요한 프로그램에도 거부감이 적을 정도로 새로운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수용성이 높았다"고 말했다.

암웨이는 이러한 시장 특성을 바탕으로 2020년부터 한국암웨이와 협력해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한국에서 먼저 출시한 뒤 소비자 반응과 데이터를 축적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본격화된 계기는 미국 오바마 행정부였다. 미국 정부는 2010년대 장내 미생물 연구를 국가 전략 과제로 선정하고 대규모 R&D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분석 장비와 연구 플랫폼이 빠르게 발전했고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도 속도를 냈다. 암웨이 역시 이 시기 연구 역량을 강화하며 개인 맞춤형 헬스케어 사업으로 영역을 넓혔다.

러니언 총괄은 "일반 대중이 마이크로바이옴과 장 건강의 역할을 이해하는 수준만큼은 한국이 미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평가했다.

이러한 평가는 국내 전문가의 시각과도 맞닿아 있다. 오세종 한국프로바이오틱스·마이크로바이옴학회 회장(전남대 교수)은 "미국은 오바마 행정부 시절 '마이크로바이옴 이니셔티브'를 국가 전략 연구로 추진하면서 관련 장비와 분석 기술이 빠르게 발전했다"며 "한국은 후발주자지만 다양한 발효식품 문화와 장내 미생물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건기식을 넘어 제약 분야로까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며 "아직 신약 개발은 미국과 유럽이 앞서 있지만 한국도 조만간 기술 격차를 상당 부분 좁힐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암웨이 '마이웰니스랩' 소개

◇"장 건강 연구 초점은 '장내 미생물'에서 '장벽'으로"

최근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는 장내 미생물의 종류를 분석하는 단계를 넘어, 이들이 건강에 어떤 원리로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장과 피부, 구강 등을 보호하는 '장벽'의 역할이 새로운 연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장벽은 우리가 섭취한 영양소는 흡수하고 세균이나 독소 등 유해 물질은 체내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는 인체의 방어막이다. 장벽 기능이 약해져 투과성이 증가하는 '장누수(Leaky Gut)' 상태가 되면 원래 혈액으로 들어와서는 안 되는 물질이 체내로 유입돼 전신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러니언 총괄은 "최근 연구는 단순히 마이크로바이옴과 건강이 관련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어떤 원리로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지를 규명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장내 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단쇄지방산인 '뷰티르산(butyrate)'을 핵심 물질로 꼽았다. 뷰티르산은 장벽을 구성하는 상피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으로 알려져 있으며 장벽 기능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러니언 총괄은 "최근 발표한 연구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와 오는 9월 출시 예정인 '비긴(Begin)' 포뮬러를 함께 섭취했을 때 뷰티르산 생성이 유의미하게 증가하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장 건강뿐 아니라 장벽 건강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프로바이오틱스가 씨앗이라면 비긴 포뮬러는 토양"이라며 "좋은 토양이 있어야 씨앗이 건강하게 자라듯 두 제품을 함께 활용해야 장내 미생물이 가장 좋은 환경에서 기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래 경쟁력은 데이터와 AI"

러니언 총괄은 앞으로 마이크로바이옴 산업의 경쟁력은 결국 데이터와 AI가 좌우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사람마다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매우 다르고 국가와 지역에 따라서도 큰 차이가 있다"며 "방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AI로 분석해 의미 있는 결론을 도출하는 기업이나 국가가 이 분야를 선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소비자들의 참여도가 높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에 대한 수용성이 뛰어난 만큼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라며 "이 데이터를 AI와 결합한다면 글로벌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에서도 충분히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마이크로바이옴 연구가 향후 의약품 개발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내다봤다.

러니언 총괄은 "같은 약을 복용해도 사람마다 효과가 다른 이유 중 하나가 마이크로바이옴일 수 있다"며 "앞으로는 마이크로바이옴과 의약품의 상호작용을 이해해 더 효과적인 치료법과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개발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암웨이의 목표는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가 아니라 리더가 되는 것"이라며 "한국은 높은 소비자 이해도와 방대한 데이터를 축적할 수 있는 시장인 만큼 앞으로도 글로벌 혁신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