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구조로 지속가능성을 높인 인슐린 펌프가 품목허가를 받았다. 여기에 AI 알고리즘까지 결합되면 국내를 넘어 전 세계 환자들이 훨씬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완전 자동 인공췌장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박성민 큐어스트림 대표가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 사옥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염현아 기자

박성민 큐어스트림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 사옥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이번 품목허가는 완전 자동 인공췌장 시스템으로 가기 위한 첫 단계"라며 이 같이 말했다.

국내 의료기기 스타트업 큐어스트림이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최초로 재사용 본체와 교체형 소모품을 분리한 패치형 인슐린 펌프 '모두스트림(ModuStream)'의 품목허가를 받았다. 기존 일회용 패치 펌프의 높은 유지 비용과 짧은 사용 기간을 개선한 새로운 형태의 인슐린 펌프다.

2019년 박성민 포항공대(포스텍) 혁신의료솔루션연구실 교수가 창업한 큐어스트림은 창업 약 7년 만에 첫 품목허가 결실을 맺었다.

박 대표는 미국 의료기기 기업 메드트로닉 본사에서 자기공명영상(MRI)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작동하는 이식형 심장박동기 개발을 주도하며 시니어 사이언티스트와 연구개발(R&D) 매니저를 지냈다. 이후 삼성전자(005930) 무선사업부에서 디지털 헬스 사업을 맡았고, 이식형 의료기기와 디지털 헬스 분야 경험을 바탕으로 인공췌장 시스템 개발에 뛰어들었다.

큐어스트림 인슐린 펌프 '모두스트림'

◇"국내 첫 '재사용' 패치형 인슐린 펌프…지속가능성·경제성 모두 잡는다"

당뇨병은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이 부족하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다. 특히 제1형 당뇨병 환자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최근에는 연속혈당측정기(CGM)와 인슐린 펌프를 활용해 혈당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필요한 만큼 인슐린을 주입할 수 있게 되면서 관리 편의성이 크게 높아졌다. 다만 혈당 변화와 식사량에 따라 인슐린 투여를 직접 조절해야 하고, 장기간 사용해야 하는 기기인 만큼 높은 유지 비용은 여전히 환자들의 부담으로 꼽힌다.

인슐린 펌프는 피부에 부착해 필요한 만큼 인슐린을 지속적으로 주입하는 기기로, 제1형 당뇨병 환자의 다회 주사 부담을 덜기 위해 개발됐다.

인슐린 펌프 시장은 오랫동안 미국 인슐렛의 '옴니팟' 등 해외 제품에 의존해 왔다. 이후 2021년 국내 기업 이오플로우(294090)가 '이오패치'를, 2024년 케어메디가 '케어레보'를 출시하면서 환자들의 선택지가 넓어졌다.

그러나 현재 시판 중인 패치형 인슐린 펌프는 대부분 본체 전체를 일정 기간 사용한 뒤 폐기하는 일회용 구조다. 환자들은 높은 유지 비용과 잦은 교체 부담을 안아야 하고, 기업 역시 대량 생산과 폐기물 처리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반면 모두스트림은 재사용이 가능한 본체와 교체형 소모품을 분리한 구조다. 인슐린을 주입하는 소모성 모듈은 3.5일마다 교체하지만, 본체는 최대 3년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회사는 제품 업그레이드와 안정적 관리를 위해 실제 교체 주기를 1년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출시 이후에는 시판 후 임상시험(Post-market clinical study)를 통해 제품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한 뒤, 올가을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박 대표는 "의료기기의 지속가능성은 환경뿐 아니라 가격도 중요하다"며 "당뇨 환자는 한 번 진단받으면 평생 기기를 사용해야 하는 만큼 누구나 감당할 수 있는 비용 구조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큐어스트림은 기존 제품 대비 유지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큐어스트림이 개발한 인슐린 펌프 '모두스트림'./큐어스트림

◇"'밥 먹었다' 버튼도 필요 없는 AI…'완전 자동' 인공췌장 목표"

큐어스트림이 내세우는 핵심 경쟁력은 인공지능(AI) 기반 완전 자동 인공췌당 시스템이다. 회사는 인슐린 펌프 '모두스트림', AI 자율 인슐린 주입 알고리즘 'AI Pancreas(췌장)', 혈당관리 플랫폼 '큐어루프(CureLoop)'를 통합한 하나의 시스템으로 개발 중이다.

현재 상용화된 자동 인슐린 주입 시스템은 사용자가 식사나 운동 등 다양한 정보를 직접 입력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AI Pancreas는 CGM 데이터만으로 인슐린 투여량을 계산해, 사용자가 식사량이나 탄수화물 섭취량을 입력하지 않아도 알고리즘이 혈당 변화를 분석해 인슐린 주입을 자동 조절한다.

박 대표는 "일반적인 자동화(Automated)보다 스스로 판단하는 자율형(Autonomous) 알고리즘에 가깝다"며 "궁극적으로는 환자가 거의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완전 자동형 인공췌장 시스템을 구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큐어스트림은 연내 제1형 당뇨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AI Pancreas 허가를 위한 탐색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내년 허가를 받으면 AI 알고리즘이 모두스트림과 결합돼 완전 자동형 인공췌장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상용화된 자동 인슐린 투여 시스템은 대부분 제1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개발됐다. 큐어스트림은 최근 제2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탐색 임상도 마쳤으며, 향후 적용 범위를 제2형 당뇨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제2형 당뇨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고 식사 패턴도 다양해 오히려 더 어려운 영역"이라며 "제2형 환자에서도 자동 알고리즘이 일정 수준의 성능을 보인 것은 기술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결과"라고 설명했다.

큐어스트림은 장기적으로 AI Pancreas를 자사 인슐린 펌프뿐 아니라 다양한 인슐린 펌프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오픈(개방형) 플랫폼 전략도 검토 중이다.

박 대표는 "인슐린 펌프의 경쟁력은 결국 얼마나 안정적으로 혈당을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고, 그 핵심은 알고리즘"이라며 "우리 제품뿐 아니라 다른 기기에서도 같은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있다면 독점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사 펌프 사용자에게는 가격 측면의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외부 고객도 AI Pancreas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국내 기업들과 관련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월 최대 600대 생산 가능…유럽·중동 진출도 검토"

큐어스트림은 이번 품목허가를 계기로 생산 체계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회사는 이미 월 500~600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확보했으며, 향후 자동화 생산 체계를 확대해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계획이다.

박 대표는 "초기에는 수작업 비중이 높아 당장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자동화 생산 체계가 자리 잡으면 빠르게 안정화할 수 있다"며 "무엇보다 환자에게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갖춘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회사는 국내 허가 절차에 집중하느라 해외 인허가 작업은 다소 늦어졌지만, 향후 유럽 의료기기(CE) 인증을 우선 추진한 뒤 동남아시아와 중동 시장 진출을 모색할 계획이다.

박 대표는 "AI 알고리즘 확증 임상까지 마무리되면 국내 환자들의 치료 편의성을 높일 뿐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추게 된다"며 "궁극적으로는 누구나 부담 가능한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완전 자동 인공췌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