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름테라퓨틱(475830)의 항체-분해약물접합체(DAC) 파이프라인 'ORM-6151'의 첫 마일스톤(단계별 기술료) 수령 시점이 시장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회사가 제시한 연내 흑자전환 목표 달성의 핵심 변수로 꼽히기 때문이다.
파트너사인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글로벌 임상 1상 규모를 확대하는 등 ORM-6151의 개발은 순항하고 있지만, 실제 마일스톤 유입 시점에 대한 해석은 엇갈리고 있다. 이승주 오름테라퓨틱 대표는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기밀 유지 조항 때문에 구체적인 조건은 밝히기 어렵지만, 거래 구조상 마일스톤이 일찍 유입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름테라퓨틱은 2023년 BMS에 해당 후보물질을 약 2442억원 규모로 기술수출했으며, 당시 약 1350억원의 선급금을 수령했다. 앞서 회사가 추정한 첫 번째 개발 마일스톤 규모는 약 403억원이다.
◇바뀐 임상 설계, 첫 마일스톤은 언제
미국 국립보건원(NIH) 임상등록사이트(ClinicalTrials.gov)에 따르면 해당 임상은 지난해 6월 기존 2개 투여군에서 3개 투여군(3-Arm)으로 설계가 확대됐다. 단독요법과 아자시티딘 이중 병용군에 아자시티딘·베네토클락스 삼중 병용군이 추가된 것이다.
임상 참여 기관도 확대됐다. 프랑스 3개 기관과 스페인 바르셀로나 1개 기관이 추가됐다. 올해 4월에는 스페인 세비야 1개 기관까지 추가됐다.
일각에서는 '임상 2상 권장용량(RP2D)' 도출 시점과 마일스톤 수령 시점이 맞물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RP2D는 초기 임상에서 안전성 및 효능 신호를 바탕으로 2상 진입 용량을 정하는 단계로, 기술이전 계약에서 마일스톤 지급 기준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현재 임상등록사이트에는 RP2D 평가 기간이 최대 2년으로 기재돼 있다. ORM-6151 임상은 2024년 5월 시작됐지만 첫 환자 투약은 같은 해 11월께 이뤄진 것으로 알려져, 업계에서는 조만간 RP2D가 도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시점에 대한 해석은 엇갈린다. 한 국내 제약사 최고과학책임자(CSO)는 "임상 2상을 어떤 방식으로 설계하느냐에 따라 RP2D의 의미와 시점이 달라진다"며 "새로운 병용 코호트를 추가했다면 임상 설계 자체를 다시 구성해야 하는 만큼 RP2D 확정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 국내 바이오텍 임상 담당자는 "단독요법에서 확인한 용량을 바탕으로 이중 병용, 다시 삼중 병용으로 단계적으로 평가가 이뤄지는 만큼, 투여군이 늘어났다고 해서 RP2D 도출 자체가 지연될 것 같진 않다"고 했다.
임상 기관이 늘어난 만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다른 국내 바이오텍 임상 담당자는 "참여 기관과 환자 규모가 확대되면 일반적으로 환자 모집과 데이터 축적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희귀 암종의 경우 환자 모집도 쉽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새로 추가된 임상 기관 중 스페인 2개 기관은 피험자 모집을 진행 중인 반면, 프랑스 기관들은 아직 모집 전 상태다. ORM-6151 임상은 희귀 혈액암인 재발성·불응성 급성골수성백혈병(AML)과 골수형성이상증후군(MDS)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RP2D의 종류도 관건이다. 기술수출 경험이 있는 한 국내 바이오텍 대표는 "RP2D는 단독요법과 이중 병용, 삼중 병용 각각에서 별도로 도출되는 개념"이라며 "어떤 요법의 RP2D를 계약상 기준으로 삼느냐에 따라 실제 마일스톤 수령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오름테라퓨틱스 측은 "임상 기관이 늘어난 것은 유효성 측면에서 긍정적인 신호"라며 "1상의 1차 완료 시점(Primary Completion Date)이 내년 2월로 예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RP2D 도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투여군이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최근 전체 임상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1상과 2상을 병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BMS가 주도하는 임상이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삼중 병용군이 설계에 추가된 건 그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실적 공백 지속…1분기 매출 '0원'
오름테라퓨틱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0원, 영업손실 181억원을 기록했다. 연구개발비 부담이 지속되며 전년 동기(영업손실 96억원) 대비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
회사는 앞서 코스닥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신고서에서 올해 연간 연결 기준 매출 752억원, 영업이익 31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했다. ORM-6151 마일스톤(약 403억원)과 미 버텍스파마슈티컬 계약 관련 마일스톤(약 235억원)이 연내 발생한다는 가정을 반영했다.
오름테라퓨틱은 2024년 버텍스에 자사 표적단백질분해제(TPD) 플랫폼 기술을 수출했다. 계약 규모는 최대 1조3000억원으로, 당시 회사는 약 208억원의 선급금을 수령했다.
그러나 회사가 증권신고서에 반영했던 버텍스 관련 1차 마일스톤(135억원)은 지난해 인식되지 않았고, 올해 예상한 후속 마일스톤도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오름테라퓨틱 측은 "단기 흑자전환도 중요하지만 현재는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과 추가 기술이전 성과 창출에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사는 올 초 전환우선주(CPS) 발행으로 1450억원 규모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회사 측은 "BMS 계약 선급금을 포함해 약 2800억원 규모의 현금을 확보하고 있어 향후 3~4년간 연구개발을 이어가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추가 자금조달 계획은 아직 없다"고 말했다.
◇플랫폼 가치 재평가…오름테라퓨틱에 기회될까
단기 마일스톤 수령 시점과 별개로, ORM-6151 임상 확대 자체는 오름테라퓨틱 DAC 플랫폼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평가도 나온다.
글로벌 빅파마들의 DAC 플랫폼 확보 경쟁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미 존슨앤존슨(J&J)이 현지 DAC 플랫폼 전문 바이오텍 파이어플라이바이오를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로 인수했다. 오름테라퓨틱이 자체 플랫폼으로 개발한 ORM-6151의 임상 성과가 회사의 후속 파이프라인 가치까지 연계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회사는 ORM-6151을 통해 플랫폼 기술력을 검증한 뒤 후속 파이프라인인 'ORM-1153′과 'ORM-1023′ 개발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ORM-1153은 임상 진입 이전이라도 조건이 적절한 제안이 들어오면 기술이전을 검토할 수 있다"며 "옵션 딜을 포함한 다양한 계약 구조를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ORM-1023은 연내 개발 후보물질을 확정할 계획이며, 내년 상반기에는 새로운 페이로드 기반 후보물질도 선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