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128940)그룹 창업자 고(故) 임성기 회장의 차남인 임종훈 한미정밀화학 대표가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지분 2.50%를 매각했다.
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임종훈 대표는 지난달 29일 한미사이언스(008930) 보통주 170만9788주(2.50%)를 장외 매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거래 규모는 약 820억6982만원이며, 주당 거래가는 4만8000원이다.
매수자는 나우IB 22호 펀드로, 거래는 오는 8월 5일부터 9월 3일까지 진행된다. 거래가 완료되면 임 사장의 지분율은 기존 5.09%에서 2.59%로 낮아진다.
이번 거래 배경에 대해 임 대표는 공시에서 '현금 유동성 확보 목적'이라는 밝혔다.
다만, 시장에선 한미사이언스 지분 29.83% 쥔 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과 한미그룹 창업자 일가 모녀(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 간 갈등이 재점화한 가운데 지분 이동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송 회장·임 부회장 모녀와 신동국 회장 간 최근 600억원 규모 위약벌 청구 소송 등 법적 분쟁이 생기면서 기존 '4자 연합' 균열 가능성이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임종훈 대표의 이번 지분 이동을 계기로 한미그룹의 주요 이해관계자 지분 구도가 재편되는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임 대표가 모녀 쪽 우호 지분으로 넘긴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국 회장 측 지분은 약 29.83%, 한미그룹 오너가(송영숙·임주현 등) 및 가족·우호 지분은 약 31.05%대다. 기타 기관과 기존 오너 일가 우호 지분이 모녀 측으로 결집할 경우, 전체 영향력은 40% 안팎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임종훈 대표는 이번 지분 매각과 관련해 창업주 정신 계승과 경영 안정화를 강조했다.
임종훈 대표는 입장문을 통해 "아버님인 임성기 선대회장의 경영 철학과 뜻을 가장 진정성 있게 이어가기 위해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결정을 계기로 불필요한 논란이 사라지고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경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한 "어머니 송영숙 회장, 누님 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제약보국이라는 아버님의 꿈을 이어가기 위해 회사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할 것"이라며 "제 결정이 '한미를 한미답게' 키워가고 그룹 거버넌스 안정화에도 도움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미약품그룹은 2020년 8월 창업자 임성기 선대 회장의 사망 이후 상속세 문제로 모녀와 형제 간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다. 그 중심에서 경영권 분쟁의 승패를 가른 '키맨'이 바로 신 회장이다. 그는 고(故) 임성기 회장의 고향 후배로, 창업자 일가의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주면서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 지분, 즉 지배력을 키웠다.
경영권 다툼 초기에 신 회장은 형제(임종윤 북경한미약품 동사장,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편에 섰다가 이후 모녀(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와 손잡고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하며 4자 연합을 결성했다.
하지만 최근 연합 전선에 금이 갔다. 신 회장이 작년 한미약품 지분을 담보로 교환사채(EB)를 발행하면서 다툼이 이어졌다. 모녀 측은 사실상 지분 처분과 다름없다며 소송을 제기하고 신 회장 자택과 지분 일부를 가압류했다. 4자 연합 내부 분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가운데 신 회장은 무려 2137억원에 달하는 차입금을 일으켜 지분을 확대한 것이다. 4자 연합의 계약 만료 시기는 2029년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