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이 지난해 의약품 생산과 수출에서 모두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앞세운 바이오의약품 수출이 급증하면서 의약품 수출은 처음으로 100억달러를 넘어섰고, 생산 규모도 33조원을 돌파했다.
2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5년 의약품 생산·수출입 실적'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이 33조8466억원으로 전년(32조8629억원)보다 3% 증가했다. 이는 1998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의약품 수출은 전년보다 12.4% 증가한 104억3800만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억달러를 넘어섰다. 수입은 89억3219만달러로 5.9% 증가해 무역수지는 15억581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 역시 역대 최고다.
다만 국내 의약품 시장 규모는 31조7054억원으로 전년보다 0.03% 증가한 데 그쳐 성장이 정체된 흐름을 보였다. 수출이 산업 성장을 견인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바이오의약품이 실적 견인
이번 실적은 바이오의약품이 이끌었다.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은 전년보다 11.2% 증가한 7조214억원, 수출은 17.5% 늘어난 76억4000만달러로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바이오의약품은 전체 의약품 수출의 약 73%를 차지하며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핵심 수출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식약처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 확대와 국내 기업들의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 강화가 수출 증가를 이끈 주요 요인으로 분석했다.
실제로 바이오시밀러 생산은 전년보다 43.5% 증가한 2조565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자가 투여가 가능한 피하주사(SC) 제형 확산과 글로벌 처방 확대가 생산 증가를 견인했다.
국가별 바이오의약품 수출은 미국이 17억10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스위스(11억9000만달러), 헝가리(9억1000만달러), 네덜란드(6억4000만달러), 독일(5억달러) 순이었다. 스위스와 네덜란드는 글로벌 제약사와의 위탁개발생산(CDMO) 계약 확대와 바이오시밀러 판매 증가에 힘입어 수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생산 1조원 기업 4곳…셀트리온 첫 '3조 클럽'
기업별로는 셀트리온(068270)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생산실적이 3조2254억원으로 전년보다 27.6% 증가하며 국내 제약업계 최초로 연간 생산 3조원을 돌파했다. 전체 의약품 생산의 9.5%를 셀트리온 한 곳이 차지했다.
이어 한미약품(128940)(1조2985억원), 종근당(185750)(1조2249억원), 대웅제약(069620)(1조418억원)이 생산 1조원을 넘겼다. 생산액 1조원 이상 업체는 전년 3곳에서 지난해 4곳으로 늘었다.
다만 상위 제약사들의 희비는 다소 엇갈렸다. 셀트리온과 대웅제약(14.8%), 보령(25.4%) 등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한 반면 한미약품은 2.9%, HK이노엔은 14.9% 감소했다.
품목별로는 셀트리온의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스테키마프리필드주'가 생산실적 3063억원으로 처음 1위에 올랐다. '나보타주'(2279억원)와 '램시마주100mg'(1919억원)이 각각 2·3위를 기록했고,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정'은 1859억원으로 4위에 올랐다.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는 생산액이 41.9% 증가한 1502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다.
원료의약품 생산에서도 셀트리온이 강세를 이어갔다. '램시마원액'은 7215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램시마 피하주사 원액'과 '허쥬마원액'도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일반의약품 생산은 전년보다 6.0% 감소했다. 일반의약품 생산 1위는 종근당의 '이모튼캡슐'이 차지했으며, 동화약품(000020)의 '까스활명수큐액'과 '잇치페이스트'가 뒤를 이었다.
◇위고비·마운자로 돌풍…비만약 수입 급증
수입 시장에서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존재감을 키웠다.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는 수입액이 전년보다 211.3% 증가한 6억3960만달러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수입업체 1위에 올랐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한국 법인 한국릴리도 마운자로 출시 효과에 힘입어 수입액이 297.8% 급증하며 4위로 올라섰다.
수입 품목 순위에서도 비만치료제가 상위권을 휩쓸었다. 위고비 프리필드펜 2.4mg이 2억92만달러로 1위를 차지했고, 마운자로 5mg은 출시 첫해 4위에 올랐다. 비만·당뇨 치료제 수입액은 5억5084만달러로 전년보다 530.7% 증가했다.
의약외품 시장도 회복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시장 규모는 1조8414억원으로 전년보다 4.9% 증가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마스크 수요는 감소했지만 치약과 생리용품 생산이 각각 11.5%, 13.6% 증가하며 생활밀착형 제품이 성장을 이끌었다.
업계에서는 바이오시밀러와 CDMO를 중심으로 한 수출 경쟁력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성장을이끌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장이 사실상 정체된 만큼 글로벌 시장 확대가 향후 성장의 핵심 과제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