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동제약(249420)이 신약개발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연구개발(R&D) 자회사 유노비아를 2년 7개월 만에 흡수한 데 이어 그룹 R&D 조직까지 전면 재편했다. 기술수출 의존 구조에서 벗어나 자체 임상 역량을 키우는 체질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지난 4월 R&D 본부장으로 영입된 박재홍 사장이 있다. 얀센, 다케다제약, 베링거인겔하임 등을 거치며 글로벌 신약개발을 경험한 그는 2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 현장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 하며 "신약은 10년, 20년을 내다봐야 하는 사업인 만큼 당장 성과를 약속할 수는 없다"며 "3~5년 안에 먼저 바꾸고 싶은 것은 R&D 조직의 사고방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제약사도 R&D를 사업 관점에서 바라보고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며 "연구자들이 사업개발(BD)과 파트너십, 오픈이노베이션까지 함께 고민하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박재홍 일동제약 R&D 총괄 사장이 25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 현장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일동제약

◇바이오텍式 R&D로 전환…"조직은 가볍게, 연구 실력은 확대"

현재 박 사장은 일동제약은 물론 항암제 개발사 아이디언스와 바이오벤처 애임스바이오사이언스까지 그룹 3개 회사의 R&D를 총괄하고 있다. 과제 기획부터 예산, 파트너십까지 R&D 전 과정을 직접 관리한다.

그는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시장에서는 사실상 바이오텍 규모에 해당하는 만큼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취임 직후 유노비아와의 중복 기능을 정리하고 그룹 R&D 조직을 현재 규모에 맞게 재편했다.

박 사장은 "인력과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며 "현재 R&D 조직은 총괄부터 말단 연구원까지 4단계로 구성된 플랫한 구조"라고 말했다.

조직의 덩치는 줄이되 연구 역량은 더 키우기 위함이다. 그는 "자회사들이 보유한 임상 단계 과제가 많다"며 "이들 파이프라인을 끝까지 개발하는 과정에서 연구진의 경험을 계속 쌓고, 국내 초기 임상 역량도 함께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GLP-1, '처음부터 경구제' 전략…"필요시 국내 임상으로 끝까지"

이번 바이오USA에서 가장 주목받은 파이프라인은 GLP-1 수용체 작용제 'ID110521156′였다.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주사제에서 경구제로 경쟁 무대를 넓혀가는 가운데 일동제약은 저분자 화합물 기반 경구제를 개발하고 있다. 1상 반복투여(MAD) 시험에서는 최대 13.8%의 체중 감소를 확인했다.

박 사장은 "많은 회사들이 주사제를 먼저 사용한 뒤 유지요법으로 먹는 약을 개발하지만 우리는 ]처음부터 경구 치료'를 목표로 했다"며 "위장관 부작용도 낮은 편이라는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말했다.

최근 시장의 화두인 근육 보존 효과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1상에서 근육 감소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며 "2상에서 이를 입증해 2031년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방형(slow release) 제형을 도입해 용량은 높이되 최고혈중농도(CMAX)는 높아지지 않도록 설계, 독성을 최소화하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2상 진입은 내년 초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바이오USA에서는 1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가능성을 논의했다.

박 사장은 "기업들은 약물성간손상(DILI) 관점에서 독성이 거의 없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며 "FDA 승인을 받은 오프로글리프론 성분과 모핵 구조가 달라 해당 계열 독성에 거부감을 가졌던 기업들이 특히 반기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이어 "2상을 빨리 진행해 결과를 내는 것이 중요해 여러 방안을 열어놓고 있다"며 "가을쯤이면 파트너링에 관한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이번에 예상보다 긍정적인 반응을 확인했다"며 "데이터가 더 축적되면 기술수출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설령 그렇지 않더라도 자체적으로 개발을 완주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일동제약 본사 전경./일동제약

◇위암 표적 '베나다파립', FDA 협의 속 ADC 플랫폼 확장 모색

항암 파이프라인도 속도를 내고 있다. 자회사 아이디언스가 개발 중인 PARP 저해제 '베나다파립(IDX-1197)'은 이르면 올해 말 미 식품의약국(FDA)과 2상 종료 미팅을 거쳐 허가 전략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재 위암 3차 치료제를 목표로 전체 환자를 대상으로 할지, 바이오마커 기반 환자군으로 개발 범위를 좁힐지를 FDA와 협의하고 있으며 희귀의약품과 패스트트랙 지정도 검토 중이다. 기존에 계약한 러시아·아랍에미리트 외 추가 해외 계약 소식은 연말쯤 나올 전망이다.

박 사장은 베나다파립의 항체약물접합체(ADC) 플랫폼 확장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는 "기존 PARP 저해제는 물에 잘 녹지 않아 ADC 페이로드(세포 독성을 갖는 항암 물질)로 활용하기 어려웠지만 베나다파립은 수용성이 높아 다양한 ADC 설계에 활용할 수 있다"​며 "토포이소머라제 저해제 등과 결합한 듀얼 페이로드 ADC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10여개의 이중특이항체를 검토 중이고,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투 트랙' 전략 본격화…'마스 2'로 5년 성장 로드맵 재구성

일동제약은 올해부터 '투 트랙' 전략을 가동한다. 단기적으로는 P-CAB 제제 '파도프라잔' 등 상업화가 가까운 파이프라인의 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다. 신약 발굴을 위해 인실리코메디슨 등과 최적화 모델을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 같은 전략은 '마스2(MARS II)'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향후 5년 내 연매출 200억원 이상 신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는 게 골자다.

기존 마스 프로젝트가 소화기·대사질환 중심의 과제에 집중했다면, 마스 2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한 파도프라잔과 ID110521156을 '앵커 자산'으로 삼아 고정용량복합제(FTC) 전략을 본격화한다. 조합과 확장을 전제로 한 플랫폼형 개발 전략으로 전환이다.

여기에 항암·염증 분야에서도 새로운 물질을 추가로 발굴해 외연을 넓힌다는 구상이다. 박 사장은 "5년 뒤에는 누구나 '일동은 이런 회사'라고 설명할 수 있는 명확한 R&D 모델을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