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노동조합이 삼성그룹 초기업 노기업노조를 탈퇴하고 독자 노선으로 전환한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임금·단체협약(임단협) 교섭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삼성 계열사들과의 공동 대응보다 기업별 노조 체제가 실익이 크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직 형태 변경 안건이 가결됐다고 28일 밝혔다. 노조는 지난 24~28일까지 초기업노조 탈퇴와 조직 형태 변경, 규약 개정 등을 묻는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조직 형태 변경 안건에는 투표권이 있는 조합원 4005명 중 2479명이 참여했으며, 이 가운데 2392명(96.5%)이 찬성했다. 가결 요건은 조합원 과반 투표와 투표자 3분의 2 이상 찬성이었다.
노조 관계자는 "행정 절차만 마무리되면 며칠 내 초기업노조 탈퇴가 완료될 것"이라며 "삼성그룹 초기업노조에서 개별 기업 노조가 탈퇴하는 것은 두 번째 사례"라고 설명했다. 앞서 삼성전기 제1노조가 초기업노조를 탈퇴한 바 있다.
2024년 2월 출범한 삼성그룹 초기업노조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를 비롯해 삼성전자(005930), 삼성디스플레이, 삼성화재(000810) 노조 등이 참여해 왔다. 조합원 수는 약 7만3000명으로 알려져 있다.
초기업노조는 최근 삼성전자 노사 합의 이후 성과급 차등 지급에 대한 불만으로 조합원 이탈이 이어진 데다, 창립 멤버였던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까지 탈퇴하면서 조직 운영에 일정 부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의 독자 행보에는 초기업노조 활동이 자사 임단협 교섭에 뚜렷한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했다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 계열사마다 임금체계와 노사 현안이 다른 만큼, 공동 대응보다는 기업별 노조 체제로 전환해 사측과 직접 협상하는 편이 조합원 요구를 더 신속하게 반영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사측과 임단협 교섭을 이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약 3주 만인 지난 16일 교섭을 재개했고, 23~24일에는 집중 교섭도 진행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노조는 이번 조직 형태 변경 투표에서도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보다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 독자적 기업별 노조 체계로 전환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다만 장기화한 노사 갈등은 노조 내부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4월 말 부분 파업 이후 두 달 가까이 갈등이 이어지면서 조합원 피로감이 커진 분위기다. 이달 16~18일 열린 총회와 설명회 참석자는 약 200명으로, 4월 파업 전 총회 참석자 700여 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장기 투쟁에 따른 임금 손실 우려도 나온다. 연장·휴일 근무 거부 등 준법 투쟁에 참여한 일부 조합원은 최대 150만원 안팎의 급여 감소가 예상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준법 투쟁이 장기화할 경우 회사 실적과 성과급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는 지난 4월 말 60여 명 규모의 부분 파업을 시작으로, 지난달 1~5일에는 2800여 명이 참여한 전면 파업을 벌였다. 이후 연장·휴일 근무 거부 방식의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약 14% 인상,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지급,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보하는 방안과 성과급 상한 폐지, 자사주 배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임금 6.2%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주에 이어 다음 달 1~2일에도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노조 관계자는 "교섭을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며 "현재는 사측과 탐색전이 이어지고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