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약 대표 기업 와이브레인이 코스닥 상장 재도전에 나선다. 과거 최대주주 리스크로 상장 절차를 중단했던 회사는 지난해 세라젬이 최대주주에 오르면서 경영 안정성을 확보했다. 우울증 치료 전자약을 기반으로 치매 치료와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분야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기업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와이브레인은 최근 기업공개(IPO) 준비 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NH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코스닥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내년 상반기 기술성평가를 추진하고, 하반기 예비심사 청구를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그래픽=정서희

와이브레인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출신 공학자들이 2013년 설립한 전자약 개발 기업이다. 대표 제품은 우울증 치료 전자약 '마인드스팀'이다. 헤드셋 형태의 기기를 착용해 전전두엽에 미세 전류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우울증과 스트레스 완화를 돕는다. 2023년 비급여 처방이 시작돼 누적 처방 건수는 20만건을 넘어섰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 심사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앞서 2022년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에서 A·A 등급을 획득했다. 그러나 당시 최대주주였던 네오펙트의 경영 불확실성이 불거지면서 한국거래소 예비심사 청구를 포기했다.

이번 상장 재도전의 배경에는 세라젬이 있다. 세라젬은 지난해 와이브레인 지분을 추가 확보하며 지분율을 기존 10.16%에서 41.19%로 끌어올렸다. 반면 네오펙트의 지분율은 8.83%로 낮아졌다. 업계에서는 세라젬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상장 추진 여건이 한층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세라젬 역시 안마의자 기업 이미지를 넘어 종합 헬스케어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와이브레인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지속적으로 투자를 확대해왔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금은 300억원에 달한다.

양사는 사업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공동 개발한 우울증 치료기 '마인드 핏'이 대표적이다. 와이브레인은 올해 4월 출범한 세라젬의 '헬스케어 얼라이언스'에도 참여하고 있다. 70여개 기업·기관이 참여하는 이 협의체는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과 '인공지능(AI) 웰니스 홈' 구현을 목표로 한다.

다만 실적은 상장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와이브레인은 2022년 이후 매년 영업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약 53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돼 누적 200억원에 달한다. 매출도 최근 3년 연속 감소세다. 2023년 약 50억원에서 지난해 약 33억원으로 30% 이상 줄었다.

회사는 후속 파이프라인을 통해 성장성을 입증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경도인지장애와 치매 치료용 전자약을 개발하고 있다. 특히 경도 치매 분야에서는 업계 최초로 확증 임상시험을 완료했으며 현재 데이터 분석을 진행 중이다.

와이브레인이 그리고 있는 더 먼 미래는 BCI 분야다. BCI는 뇌파를 전기 신호로 변환해 컴퓨터와 정보를 주고받는 기술로, 사람의 생각을 읽어 커서를 이동시키거나 로봇 팔을 조작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설립한 뉴럴링크가 개발 중인 기술로 잘 알려져 있다.

와이브레인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하는 'K-문샷 프로젝트'에 산업계 BCI 분야 단독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뇌에 이식한 칩으로 환자의 움직임 의도를 읽어내고, 이를 AI가 분석해 전동 휠체어나 재활 로봇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최근 출범한 한국BCI협회도 사업 확대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협회에는 백남종 서울대병원장이 초대 회장을 맡았으며 와이브레인은 초대 이사사로 참여했다. 세라젬도 회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고려대안암병원, KAIST, 울산과학기술원(UNIST) 등이 참여하는 만큼 향후 국내 BCI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양사의 협력 시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업계 관계자는 "와이브레인은 과거 기술성평가를 통과했음에도 최대주주 리스크로 상장 절차를 중단했던 만큼, 현재는 사업성보다 지배구조 안정성이 개선됐다는 점이 중요하다"며 "다만 지속적인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상장 과정에서는 전자약 시장 성장성과 후속 파이프라인의 사업화 가능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보여주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