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달리3

병원에서 지방 흡입술을 하고 폐기물로 버리던 지방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사람 지방은 콜라겐과 각종 줄기세포가 있어 손상된 피부나 장기 재생에 활용할 수 있다.

폐지방은 그동안 소각 처리됐지만 앞으로 새로운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바뀌면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인체 유래물인 만큼 부패를 방지하고 윤리 문제가 불거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지방의 변신은 무죄? 앞으로 재활용 가능해져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폐기물 관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기존에는 태반(胎盤)을 제외한 의료 폐기물은 원칙적으로 재활용이 불가능했고 일부만 연구용으로 쓸 수 있었다. 앞으로는 태반뿐만 아니라 인체 유래 지방도 생명 윤리와 안전성을 검증한 뒤 재활용을 허용하기로 했다.

사람 폐지방 1㎏당 부가 가치는 1억~2억원 수준으로 업계에서 추산한다. 국회 입법 조사처의 '인체 유래 폐기물 재활용 쟁점과 과제'에 따르면 지방 흡입이나 절제로 발생한 폐지방에서 각종 콜라겐이나 엘라스틴 같은 성분을 추출할 수 있다. 태반에서 나온 연구용 콜라겐은 5㎎당 80만원대(2020년 기준)에서 거래된다. 업계는 지방에서도 이런 성분을 추출해 미용 시술이나 화상 치료에 쓰며 부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기존에는 미용 주사인 스킨 부스터를 만들 때 사람 피부인 표피, 진피부터 밑에 있는 피하 지방까지 한꺼번에 받아서 지방은 버리고 제품을 생산했다"면서 "앞으로는 함께 붙은 지방까지 상품화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4년 1월 28일 서울 시내 성형외과와 피부과 모습. /연합뉴스

◇안전·윤리 문제 예방해야…"기증자 동의 받는 것도 방법"

사람의 지방을 재사용하는 만큼 안전을 담보하고 의료 윤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후부 관계자는 "폐지방이 나오는 사람에 대한 건강 상태를 검증할 수 있다"면서 "태반의 경우 보통 냉동 보관하도록 돼 있는데 지방 역시 부패할 우려가 있는 만큼 보관이 중요하다"고 했다.

기후부는 유관 부처와 협의하며 세부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예컨대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의료기기나 의약품 인증을 받은 제품만 시중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규제기관에서 통과되지 못한 제품은 쓸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후부 관계자는 "지방 흡입술을 하는 환자에게 관련 사실을 안내하고 동의를 구한 경우에만 폐지방을 재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라면서 "폐지방에서 필요한 성분을 추출하고 유통하는 과정에서 편익을 과도하게 취하는 사례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관련 법안은 공포 1년 후 시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