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바이오로직스가 인천 송도 바이오 캠퍼스 제1공장의 사용승인을 획득하며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시장의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당초 계획보다 일정을 6개월 가량 앞당겨 올해 연말까지 상업 생산 준비를 끝마친다는 구상이다.
'초고속 하드웨어 셋업'과 '가상 시뮬레이션 기반의 소프트웨어 기술 이전'을 양 날개 삼아 선두 주자와의 격차를 빠르게 좁히겠다는 전략이다.
제임스 박 롯데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에 참석해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지난 22일 송도 제1공장(총 12만ℓ 규모)의 사용승인을 받았다"며 "착공 후 정확히 2년 만에 거둔 성과로, 통상적인 바이오 생산시설 구축 기간을 1년 반 이상 단축했다"고 밝혔다.
공기 단축의 배경에는 글로벌 고객사들의 조기 가동 수요가 있었다. 박 대표는 "단순히 공사를 빨리 끝낸 것이 아니라, '공장이 언제 준비되느냐'는 글로벌 잠재 고객사들의 타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올해 하반기 시운전 및 검증 절차를 거쳐 내년 2분기로 예정됐던 'GMP 레디(의약품 생산을 위한 설비·품질 시스템 구축 완료)' 시점을 올해 연말까지 앞당길 계획이다. 오는 11월 대규모 준공식을 거치면 미국 시러큐스(임상·ADC)와 한국 송도(대규모 상업 생산)를 잇는 '듀얼 사이트' 체제가 본격 가동 가시권에 들어온다.
◇시러큐스 노하우에 '여유 케파' 무기…"연내 대형 수주 목표"
시장 일각에서는 롯데바이오가 후발주자라는 점에서 품질과 운영 역량에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박 대표는 이를 시러큐스 공장이 보유한 '20년 이상의 상업 생산 트랙 레코드(실적)'로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현재 시러큐스의 숙련된 인력들이 송도 현장에 상주하며 트레이닝을 진행 중이고, 송도 인력 역시 시러큐스로 파견되는 로테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품질 리스크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박 대표는 오히려 후발주자만이 가질 수 있는 '유연성'이 있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기존 대형 CDMO 기업들은 이미 생산 능력이 포화 상태라 고객사의 급격한 일정 변경에 대응하기 어렵지만, 우리는 초기 가동 단계인 만큼 여유 케파(생산능력)를 활용해 맞춤형 셋업이 가능하다"고 했다.
급변하는 시장 상황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박 대표는 미 생물보안법 시행에 따라 중국 기업들의 대체재를 찾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올해 말까지 1~2건의 대형 수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험실서 대형 배양기로…시뮬레이션으로 공정 안정성 확보
하드웨어가 초고속으로 준비됐다면, 소프트웨어는 '실패율 0%'에 도전한다. 한재준 롯데바이오로직스 기술개발부문장(CTO)은 이날 '바이오USA' 현장 부스 방문자들을 대상으로 전산유체역학(CFD) 기술을 활용한 공정 시뮬레이션 전략을 공개했다.
연구실 규모의 공정을 수만 리터급 대형 배양기로 확대하는 '스케일업' 단계는 유동 흐름이나 산소 공급 불균형으로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아 공정이 실패할 리스크가 크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시러큐스의 5kℓ 배양기에서 검증된 상업 공정을 송도의 15kℓ 대형 배양기로 이전하는 과정에 CFD 기술을 도입했다.
한 부문장은 "실험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전단응력(Shear Stress), 산소전달효율(OTR) 등 데이터를 가상 환경에서 정밀 분석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축소판인 500ℓ 파일럿 배양기를 정밀 설계해 실제 상업 생산 환경과의 유사성을 극대화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최근 바이오의약품의 고생산성(High-Titer) 트렌드에 발맞춰, 정제 공정을 담당하는 다운스트림(DSP) 생산능력을 대폭 확대하는 추가 투자도 완료했다고 덧붙였다.
◇'잘하는' CMO·ADC에 집중…궤도 진입 후 IPO 시동
롯데바이오로직스는 초기 시장 안착을 위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할 방침이다. 위탁개발(CDO)나 위탁연구(CRO) 영역으로의 확장을 지양하고, 대규모 상업용 위탁생산(CMO)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생산 역량 강화에 집중한다. 이미 송도 부지 내에 2·3공장 증설을 위한 부지가 확보된 만큼 시장 수요에 맞춰 탄력적으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박 대표는 과거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재직 시절 유가증권시장 상장(IPO)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경험을 언급하며 향후 상장 청사진도 내비쳤다. 그는 "당시의 성공 방정식을 이곳 롯데바이오로직스에서 재현하고 싶다"며 "시장에 신뢰를 주는 파트너로 성장해 나갈 테니 본격적인 '송도 시대'를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