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월 16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 앞으로 보호자 등이 지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지역·필수 의료에 연간 3조6000억원의 건강 보험 재정을 투입한다. 건보 수가 구조를 개편해 컴퓨터 단층 촬영(CT), 자기 공명 영상(MRI) 등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지출을 줄이고 지역·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을 강화한다.

보건복지부는 25일 건강 보험 정책 심의 위원회를 열고 이런 내용의 건보 수가 구조 혁신안을 확정했다. 수가는 건보공단이 병원에 주는 돈을 의미한다. 지역과 응급, 분만·소아 분야 등에서 수가를 높여 의료진 기피를 막고 국민이 어디서든 필요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혁신안은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비(非)수도권과 경기 의정부, 남양주, 이천 등 수도권 취약지 6곳에 지역 우대 수가를 적용한다. 지금까진 지역과 무관하게 수가가 동일했다. 앞으로 해당 지역 종합병원 이상에서 모든 수술과 처치 행위에 10%를 가산한다. 야간·휴일, 응급은 10% 추가 가산한다. 소아 중환자실은 50%를 가산한다.

20년 만에 진찰료를 상향한다. 동네 의원에 처음 방문하는 경우 진찰료를 6% 높인다. 재진은 4% 상향한다. 병원 이상은 초진과 재진 모두 진찰료를 2% 높인다. 일반 병실과 중환자실은 입원료 수가를 각각 7%, 10% 높인다. 인구 감소 지역 시군구 84개는 진찰료와 입원료를 5% 가산한다. 소아 환자 등을 15분 이상 심층 진찰하는 경우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도록 한다.

중증·응급, 최종 치료에 대한 보상도 확대한다. 종합병원 이상에서 심뇌혈관, 암 등 1600여 개 수술 수가를 20% 상향한다. 휴일·야간에 권역 응급 의료 센터에 입원한 응급 환자는 수술 수가를 5.5배 높인다. 수술과 시술뿐만 아니라 마취에 대한 보상도 강화한다.

고위험 산모가 안심하고 분만할 수 있도록 모자(母子) 센터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모자 센터는 산모와 신생아를 위한 의료진, 장비를 갖춘 병원으로 지역(1차), 권역(2차), 중증(3차)으로 나뉜다. 중증 모자 센터에서 28주 미만 조산아를 분만하는 경우 440만원을 가산한다. 비수도권 모자 센터는 506만원을 가산한다. 기본적인 임신, 분만 수가는 20% 상향하고 고위험 분만은 100~200% 가산을 적용한다.

소아 진료를 강화하기 위해 진찰료 가산 연령을 현행 6세 미만에서 8세 미만으로 상향한다. 소아 중환자실에서 중증 처치가 필요한 경우 50% 가산한다. 비수도권과 수도권 취약지는 100%를 가산한다. 소아 인구가 적은 시군구에 위치한 달빛 어린이 병원은 야간 진료 수가를 30% 가산한다. 그밖에 급성기에서 회복기까지 이어지는 응급 의료 체계를 강화한다.

정부는 기존 CT, MRI, 검체 수가를 조정해 재원을 마련할 계획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CT와 MRI는 비용 대비 수익이 평균 20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검체 검사도 190% 수준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CT, MRI, 검체 수가를 단계적으로 낮출 계획이다. 이를 통해 지출을 연간 2조6000억원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에서도 신속하게 응급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