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올해 3분기 네덜란드에 유럽 영업사무소를 개설한다. 미국 생산거점 확보에 이어 일본과 유럽 현지 영업망까지 구축하며 글로벌 고객 접점을 확대하기 위한 행보다. 미국·유럽·일본을 아우르는 글로벌 수주 네트워크를 완성해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으로서 입지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2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바이오USA'가 열린 가운데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샌디에이고(미국)=박수현 기자

존 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23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에 참석해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올해 3분기 네덜란드에 사무실을 열 예정"이라며 "유럽 영업을 모두 맡는 허브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미국 보스턴과 뉴저지에 영업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일본 도쿄에도 사무소를 개설했다. 여기에 유럽 거점까지 추가하면서 미국·유럽·일본 등 글로벌 제약시장을 사실상 모두 아우르는 영업망을 구축하게 됐다.

존 림 대표는 "세일즈 측면에서는 거의 다 커버가 된다"며 "미국 다음으로 유럽, 그 다음이 일본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핵심 시장"이라고 말했다. 중국 시장은 "지식재산권(IP) 문제가 복잡해 아직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네덜란드를 유럽 거점으로 선택한 배경으로는 접근성과 비용 효율성을 꼽았다. 존 림 대표는 "네덜란드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하고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있다"며 "암스테르담 스키폴 공항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할 예정인데 영국, 프랑스, 덴마크 등 주요 국가로 2시간 내 이동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존 림 대표에 따르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주에서 유럽 고객 비중은 미국(약 40%)과 비슷한 수준이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아스트라제네카(AZ), 사노피 등 글로벌 빅파마 상당수가 유럽에 본사를 두고 있는 만큼 현지 고객 접점을 확대할 필요성도 크다.

◇'3대 성장 축' 기반 글로벌 거점 확대 가속

유럽 영업 거점 신설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추진 중인 글로벌 거점 확대·생산능력 확충·포트폴리오 다변화의 '3대 성장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회사는 특히 최근 미국 생산거점 확보를 계기로 글로벌 고객 대응 역량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3월 GSK로부터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에 위치한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을 인수했다. 6만ℓ 규모 원료의약품(DS) 생산능력을 갖춘 해당 공장에는 현재 약 520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존 림 대표는 "록빌 인수는 지리적 확장 측면에서 매우 좋은 결정이었다"며 "최근 글로벌 제약사들은 미국 내 생산시설 확보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록빌 공장은 미 식품의약국(FDA) 본부와도 가깝고 GSK를 비롯한 주요 고객들이 이미 시설을 잘 알고 있다"며 "실제 고객사들이 현장을 방문해 생산 역량을 확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바이오의약품 생산시설./삼성바이오로직스

록빌 공장 인수는 생산능력 확충을 넘어 공급망 불확실성과 관세 리스크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존 림 대표는 "바이오시밀러는 관세 영향이 크지 않아 회사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고객사 입장에서는 미국 생산 옵션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바이오 산업 견제 기조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우호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존 림 대표는 "5년 전만 해도 중국 CDMO 업체들은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강점으로 내세웠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거의 하지 않는다"며 "중국 기업들이 건설한 생산시설 가운데 실제 가동되지 않는 곳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글로벌 톱 제약사 고객 확대…6공장·제3캠퍼스 투자 지속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영업망 확대와 생산능력 확충을 바탕으로 수주 확대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에만 세 차례 기존 고객사와 체결한 위탁생산 계약 규모를 증액하며 누적 수주잔고는 104억달러를 넘어섰다. 지난 9일 유럽 제약사 계약을 확대한 데 이어 17일 미국 제약사, 22일 아시아 제약사 계약도 잇달아 증액됐다.

존 림 대표는 "지난해 글로벌 시가총액 상위 제약사 17곳을 고객사로 확보했다고 발표했는데 지금은 거의 20개사에 근접했을 것"이라며 "대형 제약사들의 바이오텍 인수·합병(M&A)이 활발해지면서 고객 기반도 계속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수주 증가에 맞춰 생산능력 확장도 이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18만ℓ 규모의 5공장을 가동하며 총 생산능력을 78만5000ℓ까지 확대했고, 록빌 공장 인수 이후에는 84만5000ℓ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회사는 연내 18만ℓ 규모의 6공장 착공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존 림 대표는 "5공장은 순조롭게 가동되고 있고 수주도 계속 들어오고 있다"며 "6공장도 올해 안에 관련 의사결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 위치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제3바이오캠퍼스 대상지(노란색 표시)./인천경제자유구역청

포트폴리오 확장을 위한 제3바이오캠퍼스 개발도 본격화하고 있다. 존 림 대표는 "현재 부지 공사를 시작한 상태"라며 "항체의약품은 물론 펩타이드, 세포·유전자치료제(CGT), 아데노부속바이러스(AAV) 기반 유전자치료제 등 다양한 모달리티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제3캠퍼스는 펩타이드 사업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비만치료제 시장 성장에 따라 GLP-1 계열 펩타이드 생산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CGT와 AAV는 아직 시장 초기 단계"라며 "미국에서도 관련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축소하거나 매각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격적 확장 속 노사 갈등 관리 과제

다만 공격적인 사업 확장과 수주 성장세에도 노사 갈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존 림 대표는 현재 진행 중인 노조와의 임금협상과 관련해 "아직 노사 간 격차가 있다"며 "생산과 사업 운영에는 문제가 없다. 고객사들도 관련 상황을 문의하지만 공급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지속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글로벌 제약사들은 공급망의 불확실성을 가장 꺼린다"며 "과거에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주요 우려 요인이었지만 최근에는 노조 문제 역시 공급망 안정성을 평가하는 요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고객사들이 생산 중단이나 계약 철회 가능성을 우려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현재까지 생산과 공급에는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