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069620)과의 협력으로 국내 인공지능(AI) 의료기기 시장 강자로 떠오른 씨어스(458870)가 해외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동과 미국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삼아 독자적인 사업 역량을 키우고 있으며,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웅제약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행보로 해석한다.
반면 대웅제약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확대의 핵심 축으로 씨어스를 낙점한 만큼 양사 협력을 더욱 강화하려는 모습이다.
2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씨어스는 해외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며 자체 영업·마케팅 역량 강화에도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행보를 두고 해외 사업 비중을 키워 대웅제약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탈(脫)대웅' 전략으로 해석한다.
◇대웅 업고 '급성장'…국내 'AI 병상 모니터링' 1위 오른 씨어스
2009년 설립된 씨어스는 2020년 대웅제약과 협업을 시작하며 성장의 전기를 마련했다. 양사는 2024년 국내 공급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AI 기반 입원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씽크'와 웨어러블 심전도 검사 서비스 '모비케어'의 국내 판매와 마케팅은 대웅제약이 담당하고 있다. 씨어스는 제조·생산과 기술 지원을 맡는 구조다.
양사의 협업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씨어스는 국내 AI 병상 모니터링 시장 점유율 1위에 올랐다. 씽크 도입 병상 수는 올해 1분기에만 6000병상이 추가돼, 총 1만7000여병상으로 늘었다. 병상당 공급 가격은 약 300만~4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32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39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공급량 확대에 힘입어 지난해 2분기부터 적자 흐름을 끊어냈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성장의 배경으로 대웅제약의 영업력을 꼽는다. 현재 서울대병원과 삼성서울병원 일부 병동에 씽크가 도입됐으며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의 추가 병동 설치도 추진 중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웅제약의 강력한 병원 네트워크가 아니었다면, 메쥬, 휴이노 등 경쟁사를 제치고 대형 병원 수주를 성사시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 무대는 중동·美 시장"…독자 노선 강화하는 씨어스
그러나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씨어스는 이제 해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3월 사명을 기존 '씨어스테크놀로지'에서 '씨어스'로 변경했다. 중동과 미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해외 사업 확대를 위한 조직 정비에도 나섰다. 회사는 최근 일본 다이이찌산쿄 출신의 정훈 이사를 영입했다. 정 이사는 약 19년간 영업·마케팅·메디컬 분야를 두루 경험한 제약·헬스케어 전문가다. 업계에서는 씨어스가 해외 사업 확대를 앞두고 자체 영업·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 강화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사업은 이미 2023년부터 시작됐다. 씨어스는 인도, 홍콩, 베트남, 카자흐스탄, 몽골 등에 진출했으며 앞으로는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을 핵심 시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헬스케어 그룹 퓨어헬스를 현지 파트너로 확보했다. 퓨어헬스와 3년간 약 220억원 규모로 모비케어 제품·서비스 공급 계약도 체결했다.
사업 영역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삼성화재와 AI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하면서 재택환자 모니터링 솔루션 시장 확대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모비케어의 미국 진출도 가시화되고 있다. 회사는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 시판 전 허가인 510(k) 승인을 위한 보완 절차를 진행 중이다. 다음 달 허가 여부가 결정되면 미국 현지 실증 사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중동 시장에서 먼저 실적을 확보한 뒤 미국 시장을 본격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상업화 시점은 이르면 내년 2분기가 될 전망이다.
◇'4000억' 디지털 헬스케어 승부수 띄운 대웅…씨어스 못 놓는 이유?
현재 양사의 계약 만료 시점은 2028년이다. 양측 모두 재계약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지만, 장기 전략을 둘러싼 온도차는 존재한다. 해외 사업으로 파트너십을 확대할지도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
이영신 대표는 지난 2월 열린 기업설명회(IR)에서 "성과가 좋다면 (대웅제약과) 재계약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해외 시장에서 공동 진출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해외 대리점이 있다"며 "조건이 맞는다면 협업할 수 있다"고 선을 그었다.
대웅제약은 씨어스를 놓치기 어려운 파트너로 평가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AI 디지털 헬스케어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지난해 전담 조직을 꾸렸다. 향후 10년 내 관련 사업 매출 4000억원 달성을 목표로 제시한 상태다.
업계에 따르면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의 장남인 윤석민씨가 참여하고 있는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인수 검토 과정에서 씨어스가 유력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씽크를 중심으로 반지형 커프리스 혈압계 '카트비피', 퍼즐에이아이의 음성인식 기반 의무기록 자동화 솔루션 '젠노트' 등 다양한 AI 솔루션을 결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씨어스는 국내 시장보다 해외 시장 확대를 통해 독자적인 성장 기반을 구축하려 하고 있는 반면, 대웅제약은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의 핵심 파트너로서 협력 확대를 원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재승 전 대웅제약 회장 측이 씨어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며 "그동안 대웅제약이 병원·의료기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씨어스를 시장점유율 1위 기업으로 키운 만큼, 이제는 투자 성과를 회수할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쉽게 놔주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