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의 무게 중심이 아시아로 이동하는 가운데, 한국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2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 현장에서 "현재 중국의 신약 파이프라인 수가 미국의 약 3분의 2에서 4분의 3 수준까지 근접했다"며 "그 뒤를 한국이 쫓고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 연이어 등장하는 조 단위 기술수출의 배경을 '임상 데이터의 구조 변화'에서 찾았다.

그는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만들어내는 초대형 딜의 본질에는 막대한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임상 2a~2b 수준의 데이터 축적이 있다"며 "글로벌 빅파마가 요구하는 기준을 정확히 읽고, 속도와 규모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중국은 지금 글로벌 시장이 요구하는 '빠른 PoC(개념검증) 확보'의 중요성을 완전히 이해하고 매우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은 구조적으로 다른 상황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이 부회장은 한국 바이오 생태계의 가장 큰 문제로 '임상 이전 단계의 정체'를 꼽았다.

그는 "자금 경색으로 인해 임상 진입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프리클리닉 단계에 머무는 파이프라인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보다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점도 언급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 바이오의 '골든타임'이 5년 정도 남아 있다고 봤는데, 지금은 그보다 더 짧아진 것 같다"고 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이 2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 현장에서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하고 있다./샌디에이고=박수현 기자

이 부회장은 생태계 해법을 투자 규모가 아닌 '구조'에서 찾았다. 특히 기존의 대형 3상 펀드 중심 접근법에 대해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3상을 지원하는 펀드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 이전 단계인 임상 2상에서 PoC를 완주할 수 있도록 돕는 구조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 구조가 만들어져야 투자와 상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해법으로는 '기술 도입'을 제시했다.

이 부회장은 "기술수출뿐 아니라 유망 초기 물질을 발굴해 들여오는 기술수입 생태계도 활성화돼야 한다"며 "유한양행의 '렉라자' 사례처럼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보는 안목과 자본력이 결합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