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가 국내 면역질환 신약 개발 기업 에즈큐리스와 인공지능(AI) 단백질 설계 기업 갤럭스를 새 협력 파트너로 정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USA 2026′에서 두 기업과의 파트너십 체결을 공개했다. 면역질환과 인공지능(AI) 기반 신약개발을 차세대 투자 우선순위로 제시한 직후 나온 발표라는 점에서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이번 협력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과 한국아스트라제네카가 운영하는 오픈이노베이션 프로그램 '프로젝트 NOVA(NOVA)'를 통해 성사됐다. 프로젝트 NOVA는 국내 바이오텍의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본사에 직접 연결해 기술 평가와 사업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아스트라제네카 프로젝트 NOVA 글로벌 커넥트' 기술협력 세미나에서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본사 검색·평가(Search & Evaluation) 조직 핵심 임원들이 자사 투자·연구 우선순위 분야를 발표하고 있다./샌디에이고=박수현 기자

이번 행사에는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본사 검색·평가(Search & Evaluation) 조직 핵심 임원들이 참석해 회사의 투자 우선순위를 직접 소개했다. 니킬 무티알 아스트라제네카 글로벌 사업개발 담당자는 "최근 호흡기·면역질환 영역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며 "류마티스질환, 소화기질환, 피부질환 분야에서 새로운 파이프라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전신홍반루푸스(SLE), 류머티스관절염, 쇼그렌증후군, 건선성관절염 등 자가면역질환과 궤양성대장염, 크론병, 아토피피부염 등을 주요 관심 분야로 제시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아스트라제네카 프로젝트 NOVA 글로벌 커넥트' 기술협력 세미나에서 전용호 에즈큐리스 대표가 기업 발표를 하고 있다./샌디에이고=박수현 기자

이는 아토피 피부염과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 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에즈큐리스와 맞닿아 있다. 에즈큐리스는 고려대 약학대학 연구실에서 출발한 바이오벤처로 전영호 고려대 교수가 창업했다. 최근 5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추진 중이며, 기업가치 약 650억원을 인정받았다.

전영호 에즈큐리스 대표는 "에즈큐리스의 차별화된 면역학 연구 역량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신약 개발 전문성이 결합하면 혁신적인 치료제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며 "특히 회사가 개발 중인 SIK(염분유도키나아제) 저해제는 그동안 약물 개발이 어려운 것으로 여겨졌던 단백질-단백질 상호작용(PPI) 표적을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구조생물학과 AI 기반 신약 설계 기술의 발전으로 이러한 표적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며 "이번 협력을 통해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혁신 신약 개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한국보건산업진흥원(KHIDI)-아스트라제네카 프로젝트 NOVA 글로벌 커넥트' 기술협력 세미나에서 박태용 갤럭스 부사장이 기업 발표를 하고 있다./샌디에이고=박수현 기자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기업 갤럭스 역시 아스트라제네카의 전략과 맞물린다.

크리스 처치 아스트라제네카 기술 탐색 책임자는 이날 발표에서 "AI와 머신러닝은 새로운 표적 발굴부터 최적 후보물질 설계, 임상시험 최적화까지 핵심 기술"이라며 "미래 신약개발을 위한 핵심 파트너십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갤럭스는 서울대 화학부 석차옥 교수가 2020년 설립한 AI 신약개발 기업이다. 자체 플랫폼 '갤럭스디자인(GaluxDesign)'을 통해 원하는 항체를 처음부터 설계하는 드노보(de novo) 방식의 단백질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회사는 최근 미국암연구학회(AACR 2026)에서 PD-1 억제와 인터루킨-18(IL-18) 활성화를 결합한 면역항암제 후보물질의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올해 42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금 680억원을 확보했고,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을 공동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기업공개(IPO) 준비에도 착수했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날 종양학 분야에서 ADC(항체약물접합체), 방사성의약품, 면역항암제뿐 아니라 AI 기반 데이터 플랫폼과 신규 표적 발굴 기술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갤럭스의 AI 기반 단백질 설계 기술 역시 아스트라제네카가 이날 제시한 AI·신규 모달리티(치료접근법) 확보 전략과 맞닿아 있다.

박태용 갤럭스 부사장은 "이번 아스트라제네카와의 협력은 사전에 정의된 기능을 가진 새로운 단백질을 AI로 설계하는 데 목적이 있다"며 "현재 원하는 결합 특성과 기능을 갖춘 단백질을 생성하고 있으며, 향후 양사가 공동으로 해당 단백질의 기능을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갤럭스의 AI 기술력과 아스트라제네카의 치료제 개발 역량이 결합하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협력이 장기적인 파트너십으로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에즈큐리스·갤럭스 사례를 국내 바이오텍의 글로벌 오픈이노베이션 성과가 가시화되기 시작한 신호로 보고 있다. 정영훈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기획이사는 "혁신 기술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 된 상황에서 프로젝트 NOVA는 국내 바이오텍과 글로벌 제약사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실질적인 공동연구와 사업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지원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