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미국이 직면한 실제 위협이 무엇인지,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의료대응수단이 필요한지, 또 얼마나 비축해야 하는지를 다시 평가하고 있다. 향후 산업계에 보다 명확한 투자 신호를 제공할 것이다."마크 오닐 미국 보건부(HHS) 산하 전략대비대응국(ASPR) 수석보좌관
미국 생물보안법 발효에 따른 공급망 재편과 인공지능(AI) 신약개발 경쟁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한국 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최대 바이오 파트너링 행사인 '바이오USA(BIO International Convention 2026)'에서 대규모 수주전과 기술수출 협상에 나섰다.
22일(현지 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막을 올린 이번 행사는 25일까지 나흘간 '사명이 이끄는 혁신(Driven by Purpose)'을 주제로 열린다. 전 세계 76개국 이상에서 2만명이 넘는 업계 관계자가 참석해 파트너십과 투자, 기술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한국은 올해 약 350개 기업이 대표단을 꾸려 현장을 찾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등은 위탁개발생산(CDMO) 수주 확대에 나서고, 혁신 바이오텍들은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기술수출 기회를 모색한다.
올해 행사에서는 한국 바이오 산업을 집중 조명하는 공식 세션 '코리아 라이징(Korea Rising): 아시아의 다음 혁신 허브에 늦지 마라(Don't Be Late to Asia's Next Innovation Hub)'도 처음 마련됐다. 한국 기업들의 이중항체·자가면역질환 플랫폼 경쟁력과 CDMO 생산 인프라, 벤처 생태계 등을 글로벌 제약사와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탈중국 공급망 재편 속 CDMO 수주전…AI 경쟁도 본격화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곳은 대형 단독 부스 진영이다. 미국 내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중국계 CDMO 기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의 생산 물량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행사 개막 전부터 뜨거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창사 이후 14년 연속 단독 부스를 운영해온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는 올해 행사장 중앙에 140㎡ 규모 전시 공간을 마련했다. 최근 인수한 미국 메릴랜드주 록빌 캠퍼스와 인천 송도 생산시설을 연결한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 5공장 조기 가동 계획 등을 앞세워 신규 고객 확보에 나선다. 행사장과 공항을 잇는 하버 드라이브 일대에는 170여개의 옥외 배너를 설치해 브랜드 노출도 강화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오는 8월 준공 예정인 송도 바이오캠퍼스 1공장과 미국 시러큐스 공장을 연계한 '듀얼 사이트'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회사는 시러큐스 공장 내 ADC 전용 생산시설 구축을 진행해 왔으며, 향후 송도에서 항체 원료를 생산하고 미국에서 ADC 공정을 수행하는 통합 생산체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셀트리온(068270)은 행사장 내 '디지털 헬스 앤 AI 존'에 단독 부스를 마련하고 AI 기반 신약개발 역량을 처음 공개한다. 동아쏘시오그룹은 동아에스티(170900)·에스티팜(237690)·비티젠 3개 계열사가 공동 부스를 운영하며 핵산 기반 CDMO 사업과 원료의약품 공급 역량을 글로벌 고객사에 소개할 예정이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단독 부스를 운영하는 SK바이오팜(326030)은 '모든 환자를 위한 AI(AI for Every Patient)'를 주제로 AI 기반 신약 발굴과 연구개발 디지털 전환 전략을 공개한다. 업계에서는 최근 SK그룹과 엔비디아 간 협력이 확대되는 가운데 SK바이오팜의 AI 사업 전략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생명과학 분야에서 AI의 다음 단계는 단일 모델이 아니라 여러 전문 AI 에이전트가 협력해 복잡한 생물학적 문제를 해결하는 형태가 될 것이다. 신약 후보물질 설계부터 연구실 자동화, 임상시험 최적화에 이르기까지 AI가 신약개발의 속도와 경제성을 근본적으로 바꿀 것이다."스테이시 칼라드-톰슨 엔비디아 제약연구소·제조사업 개발 총괄
◇빅파마 문 두드리는 혁신 바이오텍…ASCO·ADA 데이터 들고 출격
국내 바이오텍들은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와 미국당뇨병학회(ADA) 등 주요 학회에서 공개한 최신 임상 데이터를 앞세워 글로벌 빅파마와 미팅에 나선다. 업계에서는 올해 바이오USA가 대형 기술이전 계약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주목받는 기업 가운데 하나는 에이비엘바이오(298380)다. 회사는 GSK와 일라이 릴리에 잇따라 기술이전한 뇌혈관장벽(BBB) 셔틀 플랫폼 '그랩바디-B'의 최신 연구 성과를 공개하며 추가 파트너십 확대를 모색한다. 이상훈 대표는 "R&D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기존 파트너뿐 아니라 새로운 기업들의 관심이 한층 높아졌음을 체감한다"며 "의미 있는 성과를 창출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큐라클(365270)은 항체 전문기업 맵틱스와 손을 잡고 당뇨병성 신증 치료제 'CU01'의 임상 2b상 결과를 기반으로 글로벌 사업화 논의를 전개한다. 지난해 바이오USA에서 연을 맺은 양사는 총 계약 규모 1조5600억원의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다.
온코닉테라퓨틱스(476060)는 이중표적 항암신약 '네수파립'을 전면에 내세운다. 23일에는 김존 대표가 직접 기업 발표 연단에 직접 오른다.
◇비만·자가면역·ADC 총출동…제약사도 글로벌 파트너링 총력
전통 제약사들도 차세대 파이프라인을 앞세워 글로벌 파트너 발굴에 나선다. 비만과 자가면역질환, ADC 등 최근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를 중심으로 기술수출과 공동개발 기회를 모색한다.
일동제약(249420)은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 'ID110521156'을 앞세워 기술수출 가능성을 타진한다. 한미약품(128940)은 비인크레틴 계열 비만 신약 'HM17321'과 GLP-1·GIP·글루카곤 수용체 삼중작용제 'HM15275' 등으로 협력 가능성을 모색한다.
대웅제약(069620)은 월 1회 세마글루타이드 주사제 개발을 위해 티온랩테라퓨틱스의 '큐젝트 스피어' 플랫폼과 자체 '큐어' 플랫폼을 결합한 제형 차별화 전략을 내세운다. 유한양행(000100)은 장기지속형 IgE 억제 알레르기 신약 후보 '레시게르셉트', HK이노엔(195940)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의 글로벌 확장을 과제로 삼는다.
"이달 8일 기준으로 이미 3만5000건의 파트너링 미팅이 예약됐다. 행사 종료 시점에는 7만건을 웃도는 역대 최대 규모의 미팅이 성사될 것으로 기대한다."맥켄지 버네티 미국 바이오협회(BIO) 파트너링 부문 수석부사장
한국제약바이오협회·한국바이오협회·한국보건산업진흥원·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한국관을 운영하며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한다. 51개 기업·기관이 입주한 한국관에서는 행사 기간 파이프라인과 연구개발(R&D) 성과를 소개하는 발표가 이어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대내외 여러 환경이 맞물린 가운데서도 올해 바이오USA가 예년보다 더 많은 사업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연홍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유관기관 간 협력을 통해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높여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