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가 이달 들어 유럽·미국 제약사와 위탁생산(CMO) 증액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기존 고객사의 추가 발주가 이어진 것인데, 회사가 노사 갈등 장기화로 제기된 '수주 위축' 우려를 털고 성장세를 이어갈지 주목된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달 들어 2건의 증액 계약 체결 소식을 공시했다.
우선, 지난 9일 유럽 제약사와 약 507억원 규모의 위탁생산(CMO) 증액 계약을 체결했다고 회사는 밝혔다. 계약 규모가 지난 3월 최초 공시 당시 약 3499억원에서 약 4007억원으로 늘었다.
이어 지난 17일에는 미국 소재 제약사와 약 983억원(6856만 달러) 규모의 증액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작년 4월 최초 약 7373억원에서 약 8356억원으로 확대됐다.
증액 계약분을 합산하면, 총 1491억원 규모의 추가 수주를 확보한 셈이다. 계약 상대방은 경영상 비밀 유지 사유로 각각 2031년과 2032년에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증액분을 반영하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누적 수주 규모(최소 구매 물량 기준)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102억7200만달러(한화 약 15조4080억원)에서 약 103억7500만달러(약 15조5625억원) 규모로 늘어나게 된다. 원화는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 1500원을 적용해 환산한 값이다.
최근 시장에선 이 회사가 대내외 불확실성을 돌파하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를 두고 낙관론과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 회사의 중장기 성장 동력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본다. 다만, 노사 갈등, 미국의 통상 정책 변화와 전쟁 같은 변수가 단기 성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시장에선 미국이 중국 바이오 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BIOSECURE Act) 영향으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공급망 다변화 수요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중국 기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이 확산할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비롯한 다른 CDMO 기업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사가 올해 가동을 시작한 5공장의 생산 물량 확대도 실적 개선 요인으로 꼽힌다. 회사는 올해 1분기 인수를 마무리하며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한 메릴랜드주 록빌(Rockville) 생산시설 인수 효과도 향후 실적에 차례대로 반영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시각에서 신지훈 KB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190만원을 제시했다.
앞서 회사도 올해 연매출 성장률 가이던스(전망치)로 15~20%를 제시했다. 지난해 매출(4조5700억원)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매출은 5조2000억~5조5000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다만, 노사 갈등이 변수로 등장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임금 인상과 인사 제도 개편 등을 놓고 수개월째 갈등 중이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이하 삼성바이오 노조)는 지난 4월 부분 파업에 이어 5월 초 사흘간 전면 파업을 단행했다. 당시 항암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등 일부 생산 공정이 영향받았다. 회사 측이 추산한 생산 차질 규모는 약 1500억원이다.
노사 갈등은 법적 공방으로도 이어졌고,고용노동부 중재 아래 진행된 교섭은 지난달 최종 결렬됐다. 현재는 자율 교섭을 진행 중이다. 노조는 평균 14% 수준의 임금 인상과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사는 6.2% 인상안을 제시한 상태다. 현재 이 회사 노조는 연장·휴일근무 거부 방식의 준법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증권가에선 노사 갈등 장기화가 이 회사의 생산 안정성과 수익성에 미칠 영향을 주시하고 있다.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인건비 상승 부담 등을 반영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목표주가를 기존 210만원에서 180만원으로 낮췄다. 올해 이 회사의 인건비 추정치가 기존보다 75% 늘어 2931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반영한 것이다.
삼성바이오 노조는 오는 24~28일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탈퇴 여부를 묻는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노조 내부에서는 독자 노선 전환을 통한 협상력 강화와 공동 대응 체계 이탈에 따른 영향 등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관계자는"노사 간 대화를 이어가며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