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당제약(000250)이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세계 매출 1위 항암제 키트루다를 먹는 알약(경구제)으로 개발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해 시장의 관심을 모았지만, 실체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키트루다를 보유한 MSD는 경구제 개발 관련 논의 여부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밝혔고, 회사가 제시한 핵심 데이터는 임시 표시(Placeholder)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돼,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삼천당제약은 지난 8~9일 홍콩과 싱가포르 등 해외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 설명회(NDR, Non-Deal Roadshow)를 연 데 이어 11일엔 개인 주주 대상 기업설명회(IR)를 진행했다.
삼천당제약은 자사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S-PASS)을 앞세워 키트루다를 '먹는 약(경구제)', '피하주사(SC)' 형태로 바꾸는 제형 변경 제품 상용화·기술 이전(라이선스 아웃)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지난 9일부터 11일까지 이 회사 주가는 3일 연속 전일 대비 올랐다. 특히 개인 주주 대상 IR 행사가 진행됐던 지난 11일 애프터마켓(시간 외 단일가)에서 정규장 종가(26만3000원) 대비 10% 오른 28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2일엔 장중 최고 30만원까지 치솟았다.
◇'마우스 실험' 화려한 그래프 전면에
삼천당제약은 해외 IR을 하면서 이 회사의 S-PASS 플랫폼의 항체 의약품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개념검증(PoC·Proof of Concept) 연구 현황을 공개했다.
회사는 쥐(Mice) 실험 결과, 자사 기술을 적용한 키트루다 경구제의 혈중 농도가 일반 액제 대비 수배 이상 높게 나타난 것으로 보이는 약동학(PK) 그래프를 제시했다.
장표상 해당 그래프를 보면, 키트루다 성분 일반 액제 형태(pembrolizumab solution)는 투여 후 최고 혈중 농도가 200ng/ml 수준에 머문 반면, S-PASS 기술을 적용했다는 SCD0513은 투여 0.5시간 만에 최고 혈중 농도가 900ng/ml를 넘어서는 것으로 표시됐다.
그래프만 보면 큰 대조를 이룬 것인데, 문제는 데이터의 실체다. 해당 장표 하단 각주에는 "실험실 결과(Lab readout)가 나온 뒤 데이터와 해석이 반영될 예정이며 현재는 임시 표시(Placeholder) 상태"라고 작게 적혀 있다.
정작 핵심 데이터는 추후 반영 예정인 임시 가상 그래프(Placeholder)에 불과한 것이다.
해당 IR 자료에는 타 약물(애플리버셉트, 에타너셉트 등)을 통해 '항체 의약품 경구화 가능성 입증(Demonstrated)', '과학적 증명(Proving)'을 이뤄냈다는 내용과 함께 '플랫폼 확장성 검증(Proven)' 등 기술 검증이 상당 부분 이뤄진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이 적혀 있다.
해당 IR 자료를 본 업계 관계자는 "실제 최종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그래프를 전면에 제시한 것인데, 일부 투자자들이 정식 연구 성과로 오인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삼천당제약, IR 자료엔 '입증'·취재엔 "콘셉트 단계"
삼천당제약은 본지 취재 과정에서 해당 연구가 정식 비임상 단계가 아닌 개념 연구(Concept Study)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확산한 풍문과 이 회사가 해외 투자자 대상 IR 자료에서 쓴 일부 표현을 고려하면 온도 차가 있는 것이다.
삼천당제약 측은 "항체의약품은 분자 크기가 커 경구화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인식인데, 자사 S-PASS 기술을 적용해 동물에게 투여한 결과 혈액에서 항체가 검출됐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한 장표"라고 설명했다. 핵심 데이터가 'Placeholder'로 제시된 이유에 대해서도 "현재 콘셉트 단계 연구이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MSD와의 협의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상대 측에서 오픈(공개)하지 말라는 엠바고가 걸려 있어 현재 공개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기자가 '키트루다 경구 제형 개발과 관련해 오리지널사인 MSD 외에 논의 중인 파트너가 있다는 의미냐'라고 되묻자, 삼천당제약 관계자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파트너가 있기는 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업화 목적 개발을 하려면 결국 오리지널 약을 보유한 MSD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대부분 그런 식으로 갈 확률이 높다"고 답했다.
◇MSD "삼천당제약과 논의 사실 없다" 공식 부인
미국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MSD는 국내 시장에서 제기된 '삼천당제약의 S-PASS를 활용한 키트루다 경구제 개발' 관련 논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부인했다.
조선비즈는 시장에서 제기된 관련 풍문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삼천당제약이 공개한 NDR 자료를 MSD 측에 전달하고, 글로벌 본사의 검토 및 내부 확인 결과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MSD는 "내부 소통 채널을 통해 확인한 결과, 해당 삼천당제약과의 파트너십 등에 관한 논의는 진행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형 변경 가능성 자체는 초기 연구 단계에서 검토될 수는 있으나, 사업화 단계와는 구분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동일 성분 기반 바이오시밀러 개발과 달리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형을 변경하는 경우 물질 공급 구조와 지식재산권(IP) 문제가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의약품 허가 과정에서 원료의약품 등록제도(DMF)에 따른 원료 공급사 정보 공개와 제조소 증명도 요구된다.
한 바이오 플랫폼 기술 보유 기업 관계자는 "초기 연구 단계에서는 독자적으로 진행이 가능할 수 있지만, 실제 기술 이전이나 제품 상업화 단계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 보유사와의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천당제약이 MSD와의 직접 협의 외에도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 등 제3의 기업과 협력해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하는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이 경우도 원료 공급 구조, 지식재산권(IP), 특허 권리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현실적인 제약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특허 전문가는 "미국 FDA 오렌지북 등에 따르면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 관련 후속 특허들의 만료일이 2030년대 중후반 이후까지 이어져 있다"며 "제형을 변경하더라도 암종별 용법 및 적응증에 관한 오리지널사의 특허 장벽이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MSD와의 사전 협의나 계약 없이 독자적으로 상업화를 추진할 경우 향후 분쟁 리스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빅파마도 못한 과제…실체 검증 필요
키트루다 같은 고분자 항체치료제를 경구제로 개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라고 전문가들을 말한다. 항체는 단백질 특성상 위산과 소화효소에 의해 분해되기 쉬워 경구 투여 시 체내 흡수율이 극히 낮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단클론항체 기반 치료제가 경구제로 허가·상용화된 사례는 없다.
현재 시판 중인 먹는 항암제 대부분은 분자량이 상대적으로 작은 소분자 화합물 계열의 표적항암제로, 항체의약품과는 기술 특성이 다르다.
결과적으로, 삼천당제약의 연구 단계와 시장 기대감 사이에 큰 간극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요 데이터와 함께 개발 경로와 파트너 권리관계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실체 검증이 필요하다.
한 바이오업계 전문가는 "키트루다와 같은 대형 항체치료제의 경구제 개발은 글로벌 빅파마들도 아직 상용화에 성공하지 못한 고난도 과제"라며 "동물실험에서 일부 성분의 흡수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과 실제 사람에게 투약할 수 있는 의약품으로 개발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천당제약이 별도의 파트너가 있다고 주장하는 만큼 향후 파트너십 구조와 데이터가 투명하게 공개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