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자이가 국내에 출시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한국에자이

일본 제약사 에자이(Eisai)가 영국 정부의 제조업 육성 보조금을 지원받아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의 생산·포장 시설 확장에 나선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에자이는 영국 런던 북쪽 하트퍼드셔주 하트필드(Hatfield)에 위치한 자사 공장에 약 4800만파운드(약 973억원)를 투자해 생산시설을 증설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는 영국 정부가 2024년 출범시킨 생명과학 혁신 제조기금(LSIMF·Life Sciences Innovative Manufacturing Fund)의 지원받아 추진된다.

다만, 에자이는 구체적인 지원금 규모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회사는 "LSIMF 보조금이 이번 투자를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증설이 완료되면 해트필드 공장은 냉장 유통(콜드체인)이 필요한 의약품의 포장·공급 기능을 갖추게 된다. 레켐비를 비롯한 온도 관리가 필요한 주사제와 정맥주사(IV) 의약품의 생산·포장 역량이 강화될 예정이다.

에자이는 현재 외부 위탁생산(CMO) 업체에 맡기고 있는 일부 포장 업무를 영국 내 자체 시설로 전환해 공급망 통제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공사는 단계적으로 진행된다. 상온 ·냉장 창고를 새로 구축하고 포장 전용 건물과 포장 라인을 설치하는 한편 제품 입출고 시설도 확장할 예정이다.

에자이는 이번 투자를 통해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공급 거점 역할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루오 나이토 에자이 최고경영자(CEO)는 "혁신 의약품과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 제품의 안정적인 공급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투자"라며 "영국과의 오랜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투자는 최근 영국 정부가 생명과학 제조업 유치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LSIMF는 의약품뿐 아니라 진단기기와 의료기기 생산시설 투자도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영국 정부는 총 5억2000만파운드(약 1조500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영국은 지난해 제약업계의 투자 위축 우려에 직면했다. 약값 통제 정책과 불확실한 산업 환경에 대한 불만이 커지면서 일부 글로벌 제약사들이 투자 계획을 재검토하거나 보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가 최근 신약 판매액의 일부를 국가보건서비스(NHS)에 반환하도록 한 약가 제도를 손질하며 글로벌 제약사의 투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레켐비는 2024년 영국에서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 치료제로 허가받았다. 같은 해 11월에는 유지요법을 위한 정맥주사 투여 방식도 승인됐다.

다만 현재 영국에서는 NHS가 약값을 지원하지 않아, 환자가 치료비를 전액 부담해야 하는 만큼 실제 처방은 제한적인 상황이다. 영국 보건의료평가원(NICE)이 2024년 레켐비의 치료 효과가 약값을 정당화할 만큼 크지 않다며 NHS 급여 적용을 권고하지 않았다.

NICE는 올해 에자이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레켐비와 일라이 릴리(Eli Lilly)의 경쟁 약물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에 대한 재평가 절차를 진행 중이다. NICE 평가위원회는 오는 7월 회의를 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