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파킨슨병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의 실마리를 찾았다. 영상검사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질병 위험을 보다 빨리 파악할 수 있게 돼, 환자별 맞춤 관리에 도움이 될 전망이다.
19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립보건연구원은 '뇌질환 연구기반 조성 연구사업(BRIDGE)'을 통해 구축한 국내 파킨슨병 환자 코호트 자료를 분석해 조기 진단과 개인 맞춤형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뇌질환의 정확한 진단·예방·치료를 위해 임상·영상·유전체 등 다양한 연구자원을 통합하고 연구자들에게 개방하는 국가 연구 인프라 사업이다.
파킨슨병은 손 떨림과 몸의 경직, 느린 움직임 등 운동 증상으로 잘 알려진 퇴행성 뇌질환이다. 하지만 실제 환자들은 인지기능 저하와 수면장애, 우울증, 자율신경계 이상 등 다양한 증상도 함께 겪는다. 환자마다 질병 진행 속도와 증상도 달라 조기 진단과 예후 예측이 중요하다.
국립보건연구원은 2021년부터 국내 최초의 국가 주도 파킨슨병 환자 코호트를 구축해 한국인 환자의 임상·영상·유전·자율신경 관련 정보를 장기 추적해 왔다. 이번 연구 역시 해당 코호트 자료를 바탕으로 수행됐다.
연구진은 파킨슨병 환자 233명을 대상으로 I-MIB 영상검사 자료를 분석했다. 주로 파킨슨병 환자의 심장 신경 기능 이상을 확인하기 위해 시행하는 검사인데, 연구진은 검사 과정에서 함께 나타나는 '갑상샘' 부위 신호에 주목했다.
분석 결과 이 신호가 있는 환자들은 기립성 저혈압이나 야간 고혈압 등 혈압 조절 이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혈압 조절 이상은 어지럼증이나 낙상, 실신 등을 유발할 수 있어 환자들의 일상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연구진은 갑상샘 부위 신호를 함께 살펴보면 파킨슨병 초기 단계에서 자율신경계 이상을 더 빨리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또 한국인 파킨슨병 환자 247명을 장기간 추적 관찰해 유전자와 질병 진행 속도의 관계를 분석했다. 그 결과 특정 유전자 유형을 가진 환자들은 다른 환자들보다 운동 능력과 인지기능이 더 빠르게 저하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환자의 유전정보를 바탕으로 질병 진행 양상을 미리 예측하고, 환자별 특성에 맞는 관리에 활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이 단순히 손이 떨리거나 몸이 굳는 질환이 아니라 자율신경계와 인지기능, 유전적 요인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치는 복합 질환이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다.
연구진은 "임상정보와 영상정보, 유전정보, 자율신경 지표를 장기간 축적해 함께 분석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라며 "앞으로도 한국인 파킨슨병 환자의 질병 특성을 보다 정밀하게 규명하고 조기 진단과 맞춤 관리에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원호 국립보건연구원 만성질환융복합연구부장은 "파킨슨병 코호트를 지속적으로 추적 조사해 임상·영상·유전체·생체자원 연계 분석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고위험군 선별과 예후 예측 모델 개발, 비운동 증상 관리 전략 마련을 위한 후속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임승관 질병청장은 "파킨슨병은 환자마다 증상과 진행 양상이 다양하기 때문에 장기추적 코호트 기반 연구가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연구성과는 국가 연구인프라를 통해 한국인 파킨슨병 환자의 특성을 반영한 조기진단과 맞춤형 관리전략 개발의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앞으로도 뇌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 기반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