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 진입 장벽을 낮추고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 남용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제도 개편에 나서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이미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는 셀트리온(068270)과 삼성에피스홀딩스(0126Z0)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성장세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기대된다.
19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상원 보건·교육·노동·연금(HELP) 위원회는 오는 17일(현지 시각) 바이오시밀러의 시장 진입을 신속하게 하기 위한 바이오시밀러 규제완화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상하원 전체회의와 대통령 서명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밖에도 위원회는 의약품 가격 적정성·특허 무결성법,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적시 접근 보장법 등에 대한 심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오리지널 약 독점 막자"…美, 바이오시밀러 개발 비용·시간 ↓
이들 법안은 공통적으로 오리지널 의약품의 시장 독점을 완화하고 바이오시밀러와 제네릭 의약품의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제완화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성장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인터체인저블(상호교환 가능)' 제도의 폐지다. 현재 미국에서는 바이오시밀러와 별도로 인터체인저블 바이오시밀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터체인저블 지위를 획득한 제품은 약국에서 의사 처방 변경 없이 오리지널 의약품을 대체할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서는 추가 임상시험과 별도 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번 법안이 최종 통과되면 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시밀러는 별도의 추가 심사 없이 자동으로 인터체인저블 지위를 받게 된다. 사실상 바이오시밀러와 인터체인저블의 구분이 사라지는 셈이다. 이에 따라 개발 비용과 허가 부담이 줄고 시장 진입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물론 약국 대체조제 확대도 기대된다.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인터체인저블 제도 폐지는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상징적인 변화"라며 "이와 함께 임상 3상 면제 등 바이오시밀러에 대한 규제 완화가 본격화되고, 향후 10년간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들이 대거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개발사의 추가 임상·허가 부담이 줄어들고 시장 진입 속도도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정부의 바이오시밀러 육성 기조는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FDA는 지난 3월 과학적 타당성이 인정될 경우 약동학(PK) 평가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할 수 있다는 방침을 내놨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개발 중인 바이오시밀러와 미국 기준 제품, 해외 비교 제품을 비교하는 '3자 PK 시험'도 생략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임상시험계획(IND) 부담을 줄이기 위한 신속 IND 제도도 신설했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수혜 기대…美 점유율 확대 경쟁
이 같은 제도 변화는 미국 시장에서 다수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 중인 셀트리온(068270)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인터체인저블 지위 확보 여부가 시장 경쟁력에 영향을 미쳤던 만큼 제도 폐지는 바이오시밀러 기업들의 부담을 크게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셀트리온은 미국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10종에 대해 FDA 품목허가를 받았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앱토즈마' 피하주사(SC) 제형과 두드러기 치료제 '옴리클로'의 미국 출시를 앞두고 있으며, 연말에는 안과질환 치료제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아이덴젤트(애플리버셉트)'도 출시할 예정이다.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도 진행 중이다. 셀트리온은 지난달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코센틱스' 바이오시밀러(CT-P55)의 글로벌 3상 시험계획을 FDA로부터 승인받았고,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CT-P51)는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아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재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5종을 판매하고 있다. 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 '오퓨비즈'는 2024년 FDA 승인을 받아 내년 1월 출시를 앞두고 있다. 키트루다 바이오시밀러는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며 연내 완료될 예정이다.
양사의 미국 시장 점유율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다올투자증권이 집계한 5월 미국 바이오시밀러 처방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성분명 인플릭시맙)'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램시마'는 점유율 30.4%로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1위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는 10.5%였다.
스위스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리툭시맙)' 시장에서는 셀트리온의 '트룩시마'가 38.6%로 오리지널 의약품(23.0%)을 넘어섰다. 미국 화이자의 바이오시밀러가 33.1%로 뒤를 이었다.
미국 애브비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아달리무맙)' 시장에서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하드리마가 17.3%로, 오리지널 휴미라(40.2%)에 이어 바이오시밀러 중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고, 셀트리온의 '유플리마'는 8.1%를 기록했다.
J&J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스텔라라(우스테키누맙)' 시장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인 스텔라라(36.8%)가 1위를 지켰다. 바이오시밀러 중에서는 바이오콘이 32.3%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였고, 셀트리온의 '스테키마'가 13.3%를 기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피즈치바'(4.8%), 지난해 5월 미국에 출시한 동아에스티(170900)의 '이뮬도사'(0.3%)가 뒤를 이었다.
업계에서는 미국 직판 체계를 구축한 셀트리온이 주요 제품군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일부 품목에서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추격하거나 앞서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현지 파트너사를 통한 판매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다만 하드리마가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존재감을 키우고 있어 향후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 속도가 성장세를 좌우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