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원제약(003220)은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 5명 중 1명의 반대와 기권에도 불구하고 백승호 회장, 백승열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데 성공했다. 오너 일가(一家)가 이사회를 장악하는 것을 우려하는 일부 기관 투자자와 힘겨루기에서 승리를 거둔 것이다.
대원제약은 1958년 회사 설립 이후 작년 처음으로 매출 6000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줄어든 데다 진통제 펠루비정 약값까지 인하하며 수익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과제에 직면했다.
◇백승호, 백승열, 백인환 이사 선임…반대와 기권 20%
대원제약이 지난 1일 공시한 기업 지배 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을 임기 3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회사 정관상 이사 선임은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로 한다. 이는 발행 주식 총수의 4분의 1 이상이어야 한다.
백승호 회장, 백승열 부회장의 이사 선임은 각각 79%, 79.2% 찬성으로 안건이 통과됐다. 주목할 것은 주주 21%, 20.8%는 백승호 회장과 백승열 부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데 반대하거나 기권했다는 것이다. 사외이사 1명을 선임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주주 99.8%가 찬성한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대원제약은 작년 3월 주주총회에서도 백인환 사장을 임기 3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마찬가지로 주주 20.8% 반대와 기권을 뚫고 안건이 통과됐다. 창업자인 고(故) 백부현 선대 회장의 장남이 백승호 회장, 차남이 백승열 부회장이다.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 백인환 사장이다.
◇이사회 독립성 우려하는 투자자들
이를 두고 기관 투자자들이 대원제약의 이사회 독립성을 우려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특수 관계인 선임에 대한 엄격한 기준을 반영해 일부 외국계 기관 투자자들이 반대한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후보자의 경영 역량에 대한 반대로 보긴 어려우며 이사회 독립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원제약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3명으로 채워졌다. 사내이사는 백승호 회장, 백승열 부회장, 백인환 사장으로 모두 오너 일가다. 사외이사는 이동희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부회장, 조주연 세종 변호사, 장성완 광교 회계법인 전무다.
이사회 절반이 오너 일가로 구성된 상황에서 사외이사의 견제 기능이 무력화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대원제약은 작년 2월부터 올해 1분기까지 이사회 주요 의결 사항에서 사외이사들이 반대 의사를 밝힌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펠루비정 약가 인하에…수익성 유지 과제
대원제약은 감기약 콜대원, 소염 진통제 펠루비 등으로 유명하다. 대원제약의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1581억원, 영업이익은 44억원이다.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0.1% 올랐지만 영업이익이 53% 감소했다. 호흡기 질환 환자가 줄고 건강기능식품 마케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비용이 투입됐다는 설명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매출 효자 품목인 펠루비까지 최근 약가를 인하했다. 펠루비는 200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산 신약으로 허가했다. 보건복지부는 펠루비 복제약 출시를 앞둔 2021년 약가 인하 처분을 내렸고, 대원제약은 소송으로 버티다 지난 4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회사는 지난달 펠루비정 약가를 기존 180원에서 96원으로 절반 가까이 내렸다. 대원제약 관계자는 "약가 인하에 대응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수익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