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11일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셀리버리 창업자인 조대웅 전 대표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하면서 한때 국내 바이오업계의 기대주로 꼽혔던 셀리버리의 흥망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장성 특례 상장 1호 기업으로 코스닥에 입성해 시가총액 3조 원을 넘겼던 회사는 결국 상장 폐지됐고, 창업자는 형사재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기술 미래 가치에 베팅한 시장
2006년 설립된 바이오벤처 셀리버리는 약물을 세포 안이나 뇌 조직 등 목표 부위로 전달하는 독자 플랫폼 기술(TSDT·Therapeutic molecule Systemic Delivery Technology)을 앞세워 파킨슨병, 췌장암,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며 시장의 기대를 모았다.
창업자 조대웅 전 대표는 미국 반더빌트대 병리학·미생물학·면역학 박사 출신으로, 전남대 의과대학 교수를 지냈다. 그는 2001년 미국 반더빌트 의대 연구진과 함께 활성 효소를 살아있는 세포와 동물 조직 내부로 전달해 작동시키는 기술을 개발해 2001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러지(Nature Biotechnology)에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세포 내 단백질 전달 기술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셀리버리는 이러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기업 가치를 인정받아 2018년 11월 성장성 특례 상장 제도를 통해 코스닥 시장에 입성했다. 성장성 특례 상장은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해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상장 초기 셀리버리는 바이오업계의 유망주로 평가받았다. 2018년 일본 제약사 다케다와 중추신경계 질환 치료제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해 주목받았고, 파킨슨병 치료제 등 주요 파이프라인 개발에도 속도를 내는 듯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은 셀리버리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대감이 커지면서 주가는 급등했고, 시가총액은 2020년 초 5000억원 수준에서 2021년 1월 3조1423억원까지 치솟았다. 성장성 특례 상장 제도의 대표 성공 사례로 거론될 정도였다.
당시 임원들의 대규모 스톡옵션 행사도 화제가 됐다. 2021년 상반기 한 임원은 스톡옵션 행사 이익으로 230억원이 넘는 차익을 거뒀고, 다른 임원들도 수십억 원 규모의 이익을 실현했다.
하지만 임상 개발 과정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회사가 당시 공시와 IR 자료 등을 통해 공개한 개발 경과를 살펴보면, 파킨슨병 치료제는 비임상 연구를 마치고 임상 진입을 추진하는 단계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치료제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임상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지만, 이후 임상 개발이 본격적인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투자자들이 기대했던 수준의 임상 성과와 기술 수출, 상업화 성과로 이어지지는 못하자, 결국 주가는 하락세로 돌아섰고 2021년 9월 시가총액은 다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신약 개발 대신 물티슈 업체 인수…무너진 신뢰
결정적 전환점은 2021년이었다.
당시 셀리버리는 전환사채(CB) 발행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약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는 코로나19 치료제 등 신약 연구개발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지만, 이후 물티슈 제조업체 아진크린(현 셀리버리리빙앤헬스)을 인수하고 수백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장의 의구심이 커졌다.
실제로 셀리버리는 2021년 말 1000억원이 넘는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지만 이후 자회사 투자와 운영자금 집행 등이 이어지며 현금이 급감했다. 시장에서는 바이오 신약 개발 기업이 생활용품 사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한 배경을 두고 의문이 제기됐다.
위기는 재무 문제로 이어졌다. 셀리버리는 2023년 외부감사인으로부터 감사범위 제한 및 계속기업 존속 불확실성을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고 같은 해 3월 거래가 정지됐다. 이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며 결국 올해 코스닥에서 퇴출됐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조 전 대표 등이 신약 연구개발 자금으로 사용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약 700억원을 조달한 뒤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또 관리 종목 지정과 거래 정지 가능성을 미리 알고 주식을 처분해 손실을 회피한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 11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조 전 대표에게 징역 30년, 사내이사에게 징역 7년을 각각 구형했다. 벌금 2500억원과 약 676억원의 추징도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례상장 전성시대 끝…검증의 시대
셀리버리 사태는 단순히 한 벤처회사의 실패로 끝나지 않았다. 성장성 특례 상장 1호 기업의 추락은 특례 상장 제도의 한계와 보완 필요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됐다.
실제 한국거래소는 2021년 하반기부터 기술특례 상장 평가 항목을 기존 26개에서 35개로 확대하고 기술성뿐 아니라 사업성 검증도 강화했다.
상장 이후 연구개발 진행 상황과 자금 사용 명세에 대한 점검도 한층 강화됐다. 그 결과 2022년 이후 바이오기업들의 신규 상장 건수는 이전보다 더 감소했다. 2022년부터 기술력과 사업성을 입증한 기업 중심으로 상장이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셀리버리 사태의 본질은 기술 자체보다 기대가 현실로 입증되지 못한 데 있다"며 "바이오기업은 결국 연구개발 성과와 경영 투명성으로 시장의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권사 관계자는 "특례 상장 제도 문턱이 높아지면서,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 단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며 "이제는 기술 검증과 사업화 가능성, 상장 이후 지속가능성까지 평가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진화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