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중국 바이오텍 시란바이오의 ALK7 타깃 비만 치료 후보물질(SA030)을 선급금과 마일스톤을 합쳐 최대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에 도입했다. 임상 1상도 마치지 않은 물질에 이 정도 규모를 베팅했다는 건, ALK7 기전의 잠재력을 글로벌 빅파마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국내에서는 올릭스(226950)가 같은 기전의 RNA 간섭(RNAi) 치료제 'OLX501A'를 개발 중이다. 최근 초기물질의 최적화를 마치고 후보물질을 확정했다. 7월 중 공개될 추가 데이터가 기술수출 가능성을 가늠할 첫 번째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GLP-1 한계 보완할 차세대 비만 타깃 'ALK7'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는 뇌의 식욕 신호를 억제하고 위 배출을 늦춰 섭취 열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체중을 감량한다. 강력하지만 한계가 있다. 지방과 함께 근육도 빠지고, 약을 끊으면 체중이 다시 늘어나는 요요 현상도 잦다. '위고비'의 장기 임상(104주)에서도 환자의 32%는 5% 미만 감량에 그치거나 오히려 체중이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모든 비만이 식욕 문제에서 출발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장지방 축적, 인슐린 저항성, 지방세포 대사 기능 저하가 주요 원인인 환자군에서는 식욕 억제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ALK7은 바로 이 지점을 겨냥한다.
ALK7은 지방세포에서 지방 분해를 억제하고 축적을 유지하는 신호 경로에 관여하는 수용체다. 이를 siRNA(작은 간섭 RNA)로 억제하면, 지방세포가 축적된 지방을 스스로 분해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식욕이 아닌 지방조직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이다.
다만 ALK7 약물 개발은 전달 기술의 장벽이 높다. RNAi 치료제 대부분은 간 전달 방식으로 상업화됐다. 지방조직은 혈류 접근성과 세포 흡수 효율이 낮아 약물이 도달하기 어려운 조직으로 꼽힌다. ALK7이 유망한 타깃으로 평가받으면서도 실제 개발 기업이 많지 않은 이유다.
◇OLX501A, 전임상서 지방 감소·제지방 보존 가능성 확인
올릭스는 지난 3월 OLX501A의 초기 전임상 데이터를 공개했다. 영장류 모델에 초기물질을 단회 투여한 결과, 지방조직 내 ALK7 유전자 발현이 2주차에 최대 84%까지 감소했고 4주차에도 약 70% 수준의 억제 효과가 유지됐다. 업계는 지방조직에서 이 정도 수준의 유전자 억제를 달성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다.
설치류 모델에서는 체성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OLX501A를 28일간 단독 투여한 결과 체중은 10.7%, 체지방은 32.6% 감소했다. 제지방량은 감소하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다만 제지방량에는 근육 외에 체수분 등이 포함되는 만큼, 근육 증가 효과로 단정하기에는 이르다.
GLP-1 계열 치료제 '젭바운드(국내명 마운자로)'와의 병용 결과는 더욱 눈길을 끈다. OLX501A와 젭바운드 저용량(고용량의 10분의 1)을 병용했을 때 젭바운드 고용량 단독과 유사한 체지방 감소 효과가 나타났다. 투약 중단 후 체지방 증가율도 병용군이 25.2%로, 고용량 단독군(54.8%)보다 낮았다. 젭바운드를 덜 쓰면서 효과는 유지하고 요요도 줄인 셈이다.
ALK7 계열 약물이 GLP-1을 대체하기보다 그 한계를 보완하는 병용 파트너로 활용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회사 측은 "단독요법, 병용요법 모두 긍정적인 데이터를 확보했다"며 "이를 기반으로 임상개발 전략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기술수출 협상 본격화…7월 데이터가 분수령
올릭스는 다음 달 영장류 모델을 대상으로 한 추가 유효성 데이터를 공개하고, 내년 1분기 미국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지난 8일에는 확보한 영장류 모델 중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후보물질을 확정했다. 이동기 대표는 발표 직후 "글로벌 파트너사들과 OLX501A를 포함한 주요 파이프라인에 대한 본격적인 사업개발(BD)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장 환경은 우호적이라는 평가다. GSK가 시란바이오의 SA030을 확보하면서 ALK7 분야에 대한 빅파마 수요를 확인한 데다, 이 분야 선두인 미국 애로우헤드는 독자 개발 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파트너링 수요 대비 공급이 제한적인 구도다. 올릭스 측은 "전임상 단계에서라도 글로벌 기술이전을 추진하려 한다"고 밝혔다.
올릭스는 일라이 릴리와 거래를 성사시킨 경험도 있다. 릴리에 기술이전한 MASH(대사 기능 장애 관련 지방간염)·비만 치료제 'OLX702A'는 다른 유전자(MARC1)를 표적으로 하지만 OLX501A와 같은 플랫폼에서 파생됐다. 릴리가 올릭스 플랫폼을 직접 검증한 경험이 있다는 의미다.
자금 여력도 있다. 올릭스는 지난해 릴리와의 계약 및 유상증자로 1300억원 이상을 확보한 데 이어, 이달 초 로레알 그룹 벤처펀드 볼드(BOLD)와 미국 자산운용사 와이스 에셋 매니지먼트의 참여로 약 11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다만 OLX501A가 아직 전임상 단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영장류 모델에서 표적 유전자 억제를 확인하는 것과 사람에서 체중·체지방 감소 및 안전성을 입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회사 측은 "지난 3월 발표한 영장류 모델 초기 데이터는 애로우헤드와 대등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곧 공개될 추가 데이터는 더 우수하게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사 플랫폼은 임상에서 안전성과 효력을 입증했고, 글로벌 빅파마로부터 기술력을 검증받은 바 있다"고 말했다.
기존 파트너와의 추가 논의 여부에 대해서는 "대외비"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