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국내 바이오 업계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3조원 규모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가운데, 하반기 대형 기술이전 후보로 디앤디파마텍(347850)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27일 유럽간학회(EASL 2026)에서 공개된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 'DD01'의 임상 2상 결과가 기대감을 키웠다. 발표 당일 디앤디파마텍 주가는 가격제한폭까지 오르며 9만8800원에 마감했다.

11일에도 전 거래일 대비 8.63% 상승한 9만44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시가총액은 약 4조1351억원으로 코스닥 23위다.

업계에 따르면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이날 국내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IR)에서 추가 세부 데이터를 발표하고 "연내 기술이전 계약 체결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홍성훈 부사장은 관련 조선비즈 질의에 "지난해 6월 1차 평가지표 공개 이후 복수의 잠재 파트너와 논의를 이어오고 있다"며 "과거 MASH 분야 기술이전 사례들과 비교해도 협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MASH 시장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총 계약 규모가 조 단위를 넘는 것은 사실상 당연한 수준"이라며 "선급금 규모가 협상의 핵심 변수로, 글로벌 사례에 비춰 수천억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FDA 가속승인 지표 충족…조직생검서 경쟁력 확인

MASH는 지방간이 염증과 섬유화로 진행된 질환으로, 심하면 간경화와 간암으로 이어진다. 치료제 개발 난도가 높아 글로벌 제약사들이 수십 년간 도전했지만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약은 아직 '레즈디프라', '위고비' 두 개 뿐이다.

글로벌 MASH 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35% 이상 성장해 2030년 300억달러(약 46조원)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FDA는 MASH 치료제에 대해 가속승인 제도를 적용하고 있으며, 승인 판단의 핵심 근거로 조직생검(Biopsy) 데이터를 요구한다. 조직생검은 간 조직을 직접 채취해 질환 개선 여부를 확인하는 평가 방식이다.

MASH 질병 경과./디앤디파마텍

DD01 임상 2상은 미국 12개 기관에서 무작위배정·이중맹검·위약대조 방식으로 진행됐다. 총 67명의 MASLD·MASH 환자가 등록됐으며, 이 가운데 조직생검으로 MASH와 F1~F3 단계 간 섬유화가 확인된 환자 52명이 조직학적 평가 대상에 포함됐다.

이번 발표는 기저 및 48주 조직생검을 모두 완료하고 임상 프로토콜을 충실히 이행한 환자 35명(위약군 19명·투약군 16명)에 대한 분석 결과다.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FDA가 요구하는 세 가지 핵심 지표 모두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 간 섬유화가 악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방간염이 해소된 환자 비율은 투여군에서 62.5%로 나타나 위약군(5.3%)을 앞섰다. 지방간염이 악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간 섬유화가 개선된 환자 비율도 투여군이 50.0%로 위약군(15.8%) 대비 높은 수준을 보였다. 지방간염 해소와 간 섬유화 개선이라는 두 핵심 지표를 동시에 달성한 환자 비율 역시 투여군이 37.5%를 기록해 위약군(5.3%)보다 높았다.

이중 '섬유화 개선'은 같은 GLP-1/GCG 계열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서보두타이드'와 미국 알티뮨의 '펨비두타이드'가 넘지 못한 문턱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체중과 무관한 간 개선 효과…안전성도 강점

조직생검 외 지표도 긍정적이었다. 간지방은 평균 68.2% 감소했다. 12주 차에 이미 62.3% 줄어든 데 이어 48주까지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반면 위약군은 7.8% 감소에 그쳤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GCG(글루카곤) 수용체의 역할이다. DD01은 식욕을 억제하는 GLP-1과 간에 직접 작용하는 GCG를 동시에 표적하는 이중작용제다. 이번 분석에서 체중이 5% 이상 감소한 환자의 간지방은 81% 줄었지만, 체중 감소가 크지 않은 환자군에서도 37% 감소가 관찰됐다. 체중 감량 효과와 별개로 GCG가 간에 직접 작용할 가능성을 시사하는 결과다.

이는 적용 환자군 확대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MASH 환자 가운데는 정상 체중이거나 고령인 경우도 적지 않은데, 기존 GLP-1 계열 약물은 체중 감량 효과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이들 환자에서는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DD01은 용량 증량 기간이 2주로 서보두타이드(22주), 위고비(16주)보다 짧았음에도 위장관계 이상반응에 따른 투약 중단율은 8%에 그쳤다.

◇빅딜 기대 커진 DD01…최종 관문은 CSR

글로벌 빅파마들은 최근 조직생검 데이터를 확보한 MASH 자산 확보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로슈의 89바이오 인수(35억달러)와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아케로테라퓨틱스 인수(52억달러)가 대표적이다.

DD01과 자주 비교되는 후보물질은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도입한 '에피모스페르민'이다. 에피모스페르민은 24주 임상에서 간지방 감소 49%, MASH 해소 39%, 섬유화 개선 24%, 복합 달성 21%를 기록했다. DD01은 48주 기준 각각 68.2%, 57%, 34%, 32%를 기록해 수치상 우위를 보였다.

에피모스페르민은 임상 2상 종료 후 총 20억달러(약 3조원) 규모 거래가 성사됐다. 임상 설계와 평가 기간 차이로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DD01이 주요 효능 지표에서 수치상 우위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는 이를 기준삼아 기술수출 규모를 가늠하는 분위기다. 여기에 기술이전이 가능한 후기 단계 MASH 자산이 많지 않다는 점도 협상력을 더해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조선DB

회사 안팎에서도 기대감이 감지된다. 미국인 공동창업자 3인은 최근 스톡옵션 행사로 취득한 주식 전량에 대해 2027년 5월까지 자발적 매도 제한을 설정했다. 미국 세법상 스톡옵션 행사 시점에서 세금 부담이 발생하는 만큼, 시장에서는 이를 DD01의 기술이전 및 상업화 가능성에 대한 경영진의 자신감을 반영한 행보로 해석하고 있다.

조직생검 판독 방식 변화 역시 DD01에 우호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MASH 임상은 병리학자의 조직 판독이 표준이지만 판독자 간 편차 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이에 따라 글로벌 업계에서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조직학 평가 표준화가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번 임상에서 병리학자 판독과 함께 AI 기반 조직 분석 도구인 qFibrosis를 활용했다. qFibrosis 기준 섬유화 개선율은 72.7%(위약군 12.5%)로 나타났으며, 병리학자 단독 판독(50.0%)과 AI·병리학자 복합 판독(44.4%)에서도 모두 통계적 유의성이 확인됐다.

홍성훈 부사장은 "이번 임상은 글로벌 개발사들이 활용하는 AI 분석 도구에서도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한 만큼 향후 협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조직학적 평가가 가능한 환자 52명 중 임상 프로토콜을 충실히 이행한 35명을 대상으로 한 분석이다. 전체 평가 가능 환자를 포함한 최종 결과보고서(CSR)는 3분기 공개될 예정으로, 업계에서는 이번에 확인된 효능이 전체 환자군에서도 일관되게 재현되는지가 기술이전 협상의 최종 관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