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고민주공화국 의료진이 에볼라바이러스 감염 사망자의 시신을 매장하고 있다./AFP

에볼라바이러스가 아프리카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한 가운데, 글로벌 보건기구와 바이오기업, 연구기관들이 긴급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2일(현지 시각)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국제 보건기구인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미국 모더나, 국제백신이니셔티브(IAVI), 영국 옥스퍼드대와 함께 분디부교 에볼라바이러스(BDBV)를 표적으로 하는 백신 후보물질 개발에 나선다고 밝혔다.

CEPI는 백신 연구개발과 초기 임상시험 등을 지원하기 위해 최대 6200만달러(약 942억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에볼라바이러스는 지난 4월 콩고민주공화국(DRC)에서 발생한 이후 아프리카 전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WHO에 따르면 현재까지 의심 환자는 918명, 사망자는 224명으로 집계됐다.

WHO는 이번 유행을 역대 세 번째 규모의 필로바이러스 감염병 유행으로 평가했다. 필로바이러스는 에볼라바이러스와 유사한 출혈열 증상을 일으키는 바이러스 계열이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밖에서도 감염 의심 사례가 보고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에볼라바이러스는 감염자의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전파되며 고열, 두통, 근육통, 구토, 설사 등을 유발한다. 증상이 악화되면 장기 손상과 출혈, 쇼크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바이러스 종류에 따라 치명률은 25~90%에 달한다.

특히 이번 유행을 일으킨 분디부교 에볼라바이러스(BDBV)는 아직 전 세계적으로 허가되거나 상용화된 전용 백신이 없는 상태다. 이에 CEPI는 서로 다른 기술 플랫폼을 활용한 3종의 시험용 백신을 동시에 개발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는 전략이다.

국경없는의사회(MSF)가 6월 2일 콩고민주공화국 동부 지역의 에볼라 치료 센터(ETC) 내 격리 병동으로 환자를 진찰하러 가기 전 개인 보호 장비(PPE)를 착용하고 있다./AFP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곳은 모더나다. CEPI는 모더나의 백신 개발을 위해 최대 5000만달러(약 757억원)를 투자한다. 자금은 비임상 연구와 임상 1상 시험, 백신 생산에 활용될 예정이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으로 검증된 메신저 리보핵산(mRNA) 플랫폼을 활용한다. 임상시험과 동시에 시험용 백신 생산도 병행해 안전성이 확인되면 곧바로 대규모 임상 2·3상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IAVI에는 최대 320만달러(약 48억원)의 초기 자금이 지원된다. IAVI는 또다른 에볼라 바이러스 종인 자이르 에볼라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활용돼 WHO 사전적격성평가(PQ)를 받은 플랫폼(rVSV)을 기반으로 백신을 개발할 예정이다. 이 플랫폼은 1회 접종만으로도 비교적 빠르게 방어 면역을 형성할 수 있어 유행 상황에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평가받는다.

옥스퍼드대에는 최대 860만달러(약 130억원)의 초기 자금이 투입된다. 옥스퍼드대는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에 적용됐던 플랫폼(ChAdOx1)을 활용해 전임상 연구와 임상 1상 준비를 진행한다.

리처드 해쳇(Richard Hatchett) CEPI 대표는 "허가된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이 치명적인 질병과의 싸움은 하루하루가 중요하다"며 "긴급 지원을 통해 후보물질들을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으로 발전시켜 대유행을 억제하겠다"고 말했다.

스테판 방셀(Stéphane Bancel)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는 "mRNA 플랫폼은 새롭게 등장하는 감염병 위협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기술"이라며 "필로바이러스 백신 개발 경험과 검증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백신이 필요한 지역사회에 보다 빠르게 공급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