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면, 비만치료제 오남용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2일 나타났다. 규제 심사와 행정 예고를 거쳐 이르면 이달 관련 고시 개정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제품 포장에 관련 경고 문구를 표시해야 하고, 의약분업 예외 지역(의료기관과 약국을 함께 이용하기 어려운 읍·면·도서 지역)에서도 의사 처방전 없이 판매할 수 없게 된다. 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등을 통한 처방 현황 감시(모니터링) 대상이 된다.
정부는 체중 감량 열풍 속에 미용 목적 사용과 온라인 불법 거래, 해외 직구 및 원정 구매 사례가 늘고 있다는 점을 규제 추진 배경으로 들고 있다.
반면 의료계와 업계 일각에서는 규제가 적절치 않고 실효성에도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의 작용을 모방한 비만치료제의 등장으로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이 적절한 해법인지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 "무분별한 사용 막아야"…정부, 오남용 관리 강화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는 2024년 10월과 2025년 8월에 각각 국내 시장에 출시됐다. 국내 시장에서도 품귀 현상이 나타날 정도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비만 환자뿐 아니라 정상 체중 또는 과체중 수준의 소비자들까지 미용 목적으로 처방을 받는 사례가 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은 이런 문제를 관리할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게 식약처의 판단이다.
실제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비만 치료제를 활용한 체중 감량 후기와 처방 정보가 넘쳐나고 있다. 일본 등 해외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이른바 '원정 구매' 사례도 늘고 있다. 일부 지역 약국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비만치료제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식약처는 해외에서 유통되는 의약품의 경우 제조·유통 경로를 확인하기 어렵고 위조 의약품이 섞여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최근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유통 실태를 점검한 결과 처방전 없이 의약품을 판매하거나 진료기록부를 작성하지 않은 약국도 적발됐다.
업계에선 식약처가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을 근거로 광고나 판매 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관세청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단속도 보다 체계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 "치료제만 규제하는 역설"
다만 의약계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한 반론도 잇따른다. 이번 조치가 실효성을 떨어지고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빅파마 출신 약물 감시 전문가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임상적으로도 남용 사례나 중독성 프로파일이 확인된 바 없다"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남용 위험 약물로 분류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유럽, 일본 규제 당국이 한국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과 같은 별도 관리 체계를 운영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고, 위조 의약품이나 불법 온라인 판매, 비승인 제품 유통 등에 대해서만 집중 단속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라는 설명이다.
한 개원의는 "최근에야 비만을 질병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생긴 가운데 비만치료제에 '오남용 우려'라는 표현이 붙는 것 자체가 치료에 대한 사회적 낙인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위고비와 마운자로는 단순 체중 감량 약이 아니라 비만 환자의 혈당 조절과 심혈관계 위험 감소, 대사질환 개선 등에 도움을 주는 치료제"라며 "오히려 급여화를 통해 적응증과 처방 기준을 명확히 하면 비급여 시장에서 발생하는 오남용 문제는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외 직구와 원정 구매 문제가 국내 제품 포장에 경고 문구를 부착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요 구조의 문제인데 치료제를 규제하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