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가 2026년 1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 2026)' 현장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하고 있다. /허지윤 기자

비만·대사질환 신약 개발 기업 디앤디파마텍(347850)은 미국에서 진행 중인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 신약 후보 물질 '자보페그두타이드(Zabopegdutide·DD01)'의 임상 2상에서 핵심 조직학적 평가지표를 모두 충족했다고 27일 밝혔다.

간 섬유화 개선과 MASH 해소 효과를 동시에 입증한 것으로, 이 소식에 기술 수출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 회사 주가가 장중 상한가를 기록했다.

디앤디파마텍은 이날부터 30일까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는 유럽간질환학회(EASL Congress 2026)에 참가해 DD01 임상 2상 48주 조직생검 결과를 공개했다.

DD01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과 글루카곤 수용체를 동시에 겨냥하는 이중 작용 원리의 약물이다.

MASH는 이전에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으로 불리던 질병이다. 이 병은 간에 독성 지방 분자가 축적돼 발생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염증과 조직 손상을 유발한다. 환자의 20%가 간경화를 얻고, 심하면 간암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회사는 이번 임상을 통해 MASH 치료제 개발의 핵심으로 꼽히는 조직학적 평가지표 전반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임상은 미국 12개 기관에서 무작위 배정·이중맹검·위약 대조 방식으로 진행됐다.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의 과체중·비만 환자 67명이 참여했다. 이 가운데 조직생검으로 MASH·간 섬유화(F1~F3)가 확인된 환자 중 기저·48주 조직검사를 모두 완료한 35명(위약군 19명·투약군 16명)을 대상으로 유효성을 분석했다.

그 결과, 우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MASH 치료제 허가 과정에서 핵심적으로 보는 '간 섬유화 개선' 지표에서 DD01 투약 환자의 절반(50%)이 증상 개선 효과를 보였다. 위약군의 개선 비율은 15.8%에 그쳤다. 쉽게 말해 DD01을 투약한 환자 2명 중 1명꼴로 간 흉터(섬유화)가 좋아졌다는 의미다.

또 다른 핵심 평가 항목인 'MASH 해소' 효과도 뚜렷했다. DD01 투약군의 62.5%에서 간 염증과 지방 축적이 개선돼 MASH가 해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위약군에서는 5.3%만 같은 효과가 확인됐다. 회사 측은 "두 지표 모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특히 MASH 해소와 간 흉터 감소(섬유화 개선)를 동시에 달성한 환자 비율도 DD01 투약군에서 37.5%로 나타나, 위약군(5.3%)보다 크게 높은 수준을 보였다. 단순히 지방간 수치만 낮춘 것이 아니라 질환 자체와 간 손상을 함께 개선했다는 의미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디앤디파마텍이 개발 중인 MASH 치료 후보 물질 DD01(Zabopegdutide)의 임상 2상 조직생검 결과 주요 평가 지표. /디앤디파마텍

최근 비만 치료제 계열 약물들이 MASH 분야로 확장되는 가운데, 디앤디파마텍이 조직생검 기반 데이터로 차별성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DD01은 2주간의 짧은 용량 증량 기간만 적용했음에도, 최대 20주 이상 점진적으로 용량을 늘리는 다른 GLP-1 계열 치료제와 유사한 수준의 치료 중단율을 보였다고 회사는 밝혔다.

비침습 지표에서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간 지방량을 측정하는 MRI-PDFF, 간 경직도를 평가하는 MRE 검사에서 모두 12주차에 확인된 개선 효과가 48주까지 유지됐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안전성도 양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흔한 이상 반응은 위장관계 증상이었고 대부분 경증 또는 중등도 수준이었다.

이번 결과로 글로벌 기술 이전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현재 미국 FDA가 MASH 치료제로 허가한 약은 2024년 승인된 마드리갈 파마슈티컬스의 '레즈디프라(Rezdiffra)'가 유일하다. 시장이 초기 단계인 만큼 대형 제약사들의 파이프라인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실제 영국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는 보스턴 파마슈티컬스(Boston Pharmaceuticals)를 약 20억달러에 인수했고, 스위스 제약사 로슈(Roche)는 89바이오를 35억달러 규모에 인수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아케로 테라퓨틱스(Akero Therapeutics) 인수에 52억달러를 투입했다.

디앤디파마텍은 현재 미국 주요 투자은행(IB)과 컨설팅 계약을 맺고 글로벌 제약사들과 기술 이전 및 전략적 파트너링 논의를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이번 임상 결과를 계기로 글로벌 논의가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임상의 책임자인 마젠 누레딘(Mazen Noureddin) 박사는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환자의 절반에서 1단계 이상 간 섬유화 개선이 확인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우수한 안전성까지 확인된 만큼 차세대 대사성 간질환 치료 옵션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는 "상대적으로 제한된 환자 수에도 불구하고 차별화된 조직학적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며 "이번 데이터를 바탕으로 글로벌 파트너링 논의를 적극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