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에스티(170900)(동아ST)와 대원제약(003220), 보령(003850) 등 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정부의 약가(藥價) 인하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줄줄이 패소했다.
불법 리베이트 적발에 따른 제재와 복제약 출시에 따른 약가 조정 등 사유는 제각각이지만, 법원은 일제히 정부의 손을 들어줬다.
3심 재판까지 소송을 끌며 약값 인하를 지연시키고 수익을 보전하려는 제약업계의 '시간 끌기식 관행'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대법원 "동아에스티 불법 리베이트 약값 인하 정당"
동아에스티는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유죄가 확정됐고 보건복지부는 의약품 122개 약가 인하를 추진했다. 의약품 유통 질서를 어지럽혔기 때문에 경제적 제재가 필요하다는 취지였다. 동아에스티는 불복하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으나 작년 11월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동아에스티와 직원들은 2009~2012년 전국 병원장과 의사 등에게 44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약사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2016년 12월 유죄가 확정됐다. 동아에스티는 이를 포함해 불법 리베이트 혐의로 세 차례 기소돼 유죄 판결을 받았다.
복지부는 2022년 동아에스티에 122개 품목 약가를 평균 9.63% 인하하라고 고시했다. 동아에스티는 그해 4월 약제 상한 금액 조정 처분을 취소하라는 행정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과 2심에서 모두 패소했다. 대법원 특별2부도 작년 11월 심리 불속행 기각했다. 심리 불속행은 상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별도의 심리 없이 기각한 것이다.
동아에스티는 약가 인하 대상인 의약품 범위가 너무 넓다는 입장이었다. 1심 재판부는 "의약품은 의료진이 효과를 잘 알고 있어 소비자는 의약품 선택권을 사실상 행사하지 못한다"면서 "리베이트 관행이 의료진의 의약품 선택을 좌우하면 비용이 전가돼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했다. 2심과 3심도 원심 판단이 맞다고 봤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본안 소송을 진행하며 별도로 약가 인하 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면서 "가처분 신청이 1심에서 기각돼 2024년 8월 관련 품목들에 대한 약가를 인하했다"고 설명했다.
◇복제약 출시에 약가 인하…소송으로 대응?
정부는 복제약 출시 이후 독점적 지위를 상실한 신약 가격을 내리는 행정 처분을 한다. 이럴 때 신약을 개발한 제약사들은 소송으로 방어하는 경우도 있다. 대원제약(003220), 보령(003850)이 대표적인 사례다. 대원제약은 최근 대법원에서 패소가 확정됐다. 보령은 1심에서 패소했으나 불복해 항소했다.
대원제약은 소염 진통제 펠루비를 2007년 국산 신약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았다. 복지부는 2021년 펠루비 복제약 출시를 앞두고 약가 인하 처분을 내렸고, 대원제약이 반발해 그해 8월 행정 소송을 제기했다. 대원제약은 1~2심에서 패소했고. 대법원 특별1부는 지난 4월 심리 불속행 기각했다.
보령제약도 고혈압 신약 카나브 약가 인하를 취소하라며 복지부를 상대로 2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는 작년 6월 복제약 출시를 앞두고 카나브 약가를 30㎎ 기준 439원에서 307원으로 인하하라고 고시했다. 보령은 불복하는 소송을 제기했고 올해 2월 1심에서 패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집행 정지까지 신청하며 약값 인하 시점 늦추기도
펠루비와 카나브의 공통점은 매출 효자 품목이라는 것이다. 대원제약은 올해 1분기 펠루비를 포함한 해열 소염 진통제 매출이 113억5200만원이다. 전체 매출의 7%에 해당하며 진해거담제(1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보령은 올해 1분기 카나브 제품군 매출이 332억6600만원으로 전체 매출의 13%를 차지한다.
이를 두고 제약사들이 소송으로 약가 인하를 지연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복지부 고시로 대원제약은 2021년 9월부터 펠루비정 약가를 인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원제약은 소송을 진행했고 3심이 끝난 뒤인 이달 초 펠루비정 약가를 기존 180원에서 95원으로 내렸다. 약값을 내리는 시점을 수 년간 늦춘 것이다.
일부 제약사는 약가 인하에 불복하는 본래 소송과 별도로 집행 정지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한다. 법원이 받아들이면 재판이 끝날 때까지 약값을 내리지 않아도 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소송에서 패소가 확정되더라도 최소한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