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레모나'로 유명한 비타민 명가(名家) 경남제약(053950)이 주류 사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69년 된 경남제약은 그동안 주인이 수차례 바뀌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최근에는 본업과 무관한 술 사업 청사진을 제시한 뒤 190억여 원 규모의 자금 조달 계획을 발표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남제약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주류 新사업 계획 밝히고 열흘 만에…190억 유상 증자

경남제약은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주류 수출입업', '주류 유통과 판매업' 등을 사업 목적 정관에 추가한다고 밝혔다. 정관 변경은 주류 수출입 면허를 취득하기 위한 관문으로 여겨진다. 현행법상 면허를 얻기 위해서는 주류 수출입업을 정관에 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11일 밝혔다. 전통주 등 어떤 술을 유통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신규 사업 기회를 검토하고 있다"면서 "관련 법령에 따라 인허가 절차를 진행할 예정으로 주종(酒種)과 해외 진출 국가는 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남제약은 그밖에 '반려동물 용품 도소매업과 유통·제조업' 등도 사업 목적에 추가할 예정이다. 반려동물 사료를 만들어 판매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업 초기에는 펫푸드와 용품에 주력한 뒤 헬스케어로 영역을 확대한다는 설명이다.

경남제약은 신규 사업 계획을 밝힌 지 열흘 만에 돌연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 지난 21일 190억8500만원 규모로 유상증자를 실시한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는 주주 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 공모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보통주 1100만주를 발행하며 신주 예정 발행가는 1735원이다. 주관사는 SK증권으로 신주 배정 기준일은 6월 25일, 신주 상장 예정일은 8월 24일이다. 회사 관계자는 "제품 마케팅과 원부자재 비용 등으로 운영 자금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수차례 주인 바뀐 경남제약… 복잡한 지배 구조

경남제약의 모태는 고(故) 양준호 전 회장이 1950년 개국한 경남약국이다. 이후 1957년 경남제약을 설립했고 1980년대 레모나로 이름을 알렸다. 경남제약은 양 전 회장이 별세하기 1년 전인 2003년 녹십자 자회사인 녹십자상아에 200억원 안팎에 매각됐다.

경남제약은 2007년 태반건강식품 회사인 HS바이오팜에 인수됐다. 다시 우여곡절 끝에 2024년 진단 기업 휴마시스가 경남제약을 480억원에 사들였다. 경남제약 지분은 올해 1분기 휴마시스(9.67%)와 빌리언스(17.92%)가 갖고 있다. 빌리언스는 배우와 가수들이 소속된 엔터사다. 휴마시스는 빌리언스 지분(33.92%)도 보유 중이다.

회사 지배 구조의 정점에는 스텔라PE가 있다. 스텔라PE가 설립한 스텔라이노베이션 투자 목적 회사→미래아이앤지→케이바이오랩스→인콘→휴마시스→빌리언스→경남제약으로 연결 고리가 이어진다.

미래아이앤지는 M&A(인수합병) 전문가, 기업 사냥꾼 등으로 불리는 남궁견 회장이 남산물산 등을 통해 소유하고 있었다. 스텔라PE는 올해 3월 미래아이엔지 지분 22.28%를 사들였다. 남궁 회장의 아들인 남궁정씨는 여전히 경남제약 사내이사를 지내고 있다.

◇3년 동안 주가 반 토막→주류 수출에 눈길?

경남제약은 레모나 뿐만 아니라 콜라겐, 자양 강장제, 무좀약, 인후염 치료제 등으로 유명하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경남제약이 의약품과 관련 없는 주류 사업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해석이 분분하다.

경남제약은 최근 3년간 주가가 60% 가까이 빠졌다. 이 때문에 주가 부양을 위한 신사업 발표가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남궁 회장은 2023년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제조하는 휴마시스를 인수했다. 휴마시스는 이듬해 기존 사업과 무관한 리튬 광물 사업을 발표했다. 이후 해외 정책 변동을 이유로 탐사를 중단했다.

경남제약은 올해 1분기 연결 매출 161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57% 늘었다. 레모나 매출이 4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28%를 차지한다. 회사는 전국 2만4000여 개 약국과 편의점, 대형마트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