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노사 간의 갈등이 가처분에 이어 법원의 간접강제 명령으로까지 이어지며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법원이 파업 등 쟁의행위 시 바이오의약품 변질·부패와 직결되는 핵심 공정을 중단시켜서는 안 된다며 사 측의 손을 들어주자, 박재성 위원장이 이끄는 노동조합 측은 "위법행위를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法 "의약품 변질 우려… 핵심 정제·충전 공정 중단 지시 금지"
22일 법조계와 업계에 따르면 인천지방법원 제21민사부(재판장 유아람)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 지부(이하 노조)를 상대로 낸 간접강제 신청을 지난 21일 일부 인용 결정했다. 재판부는 주문을 통해 노조가 쟁의행위 기간 중 조합원들에게 바이오의약품 제조의 핵심인 △농축 및 버퍼교환, △원액 충전, △버퍼 제조·공급 작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하거나 관련 지침을 배포해서는 안 된다고 명령했다.
만약 노조가 이 의무를 위반할 경우, 사 측에 위반행위 1회당 2000만원씩을 지급해야 한다. 사 측은 원래 위반 시 1회당 1억원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이행 가능성 등을 고려해 금액을 조정했다.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다루는 특성상 공정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으면 원료와 제품이 전량 변질·부패할 위험이 크다.
재판부는 "농축·버퍼교환 작업 등이 적시에 수행되지 않을 경우 의약품으로서의 적격성을 상실해 원료·제품이 변질·부패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재판부는 현재 노조의 가처분 위반 여부를 두고 양측의 다툼이 있으나, 단체교섭 분쟁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향후 분쟁 격화 시 노조가 가처분을 위반할 '개연성'이 충분히 소명됐다고 판단해 이번 간접강제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노사정 오늘 대화 재개…양측 대립 각 여전
법원의 결정이 알려지자, 노조 측은 즉각 뜻을 밝히고 반발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 노조위원장은 이번 결정이 결코 "노동조합이 기존 가처분 결정을 위반했다거나 기존 쟁의행위가 위법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이 인정한 것은 단지 향후 분쟁 과정에서의 '개연성'일 뿐, 기존 활동에 대한 위법성 판정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박 위원장은 "회사가 이번 결정을 마치 노조의 위법행위가 인정된 것처럼 해석되도록 언론에 흘리고 있다"며 "노사 간 불신을 키우고 갈등을 악화시키는 악의적인 여론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회사가 법적 압박으로 조합원을 위축시키려 한다면 상응하는 모든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배수의 진을 쳤다.
재계와 바이오 업계에서는 이번 법원 결정을 계기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글로벌 고객사 신뢰도와 직결되는 생산 차질과 천문학적인 피해를 막을 '최소한의 법적 방어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노조 측이 "흔들리지 않겠다"며 강력 투쟁을 예고한 만큼, 향후 임단협 교섭 테이블과 노사정 대화 과정에서 상당한 진통과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관계자는 "회사는 앞으로도 노조, 정부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협상을 완료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입장을 일축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이날 오후 3시 인천 송도사업장에서 고용노동부가 참여하는 노사정 대화를 진행한다. 양측은 앞선 협의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각을 세워왔다. 양측이 노동부에 수정안을 제출했지만, 입장 차는 여전히 큰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기본급 14.3% 인상과 350만 원 정액 인상, 1인당 3000만 원 타결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으며, 영업이익의 20%를 초과이익성과급(OPI) 재원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해 왔다. 반면 회사 측은 이를 적용할 경우 신입사원 기준 실질 임금 인상률이 21.3%에 달한다고 보고, 임금 6.2%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 지급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