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인천 송도 삼성바이오로직스 본사 입구에 설치된 노조 깃발들이 펄럭이는 모습./뉴스1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노조 간 갈등이 법적 공방으로 번지고 있다. 회사는 노조 지부장이 사내 전사적자원관리(ERP) 자료를 외부로 유출했다며 경찰에 고소했고, 노조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13일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22일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지부 박재성 지부장(노조위원장)을 인천 연수경찰서에 고소했다. 혐의는 영업비밀 침해및 명예훼손 등이다.

문제가 된 문건은 국내 주요 언론사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보낸 세금계산서 목록 3년 치다. 회사가 집행한 광고·협찬 비용과 관련 부서명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해당 문건은 삼성그룹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 최승호 위원장을 통해 일부 언론사 단체 대화방에 공유됐다.

회사는 박 지부장이 자신의 계정으로 ERP 시스템에 접속해 관련 자료를 조회한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시스템은 회사 전 직원이 접근 가능하다.

노조 집행부는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노조는 앞서 소식지를 통해 "현장에는 절감을 요구하면서 언론에는 거액을 쓴다"며 회사의 홍보비 집행 문제를 비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최근 노사 갈등이 임단협을 넘어 법적 대응 국면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는 이번 협상에서 임금 14% 인상과 격려금 30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회사는 임금 6.2% 인상과 격려금 600만원 지급안을 제시한 상태다. 노조는 단체협약에 채용과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노조 사전 동의를 받는 조항을 포함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노사가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노조는 지난 1~5일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후에는 잔업·특근 거부와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 기준), 표준작업절차서(SOP) 준수 강화 방식의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회사는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8일 노사정 3자 면담을 앞두고 노조 측 6명을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이 쟁의행위를 금지한 일부 공정에서 파업이 이뤄졌다는 이유에서였다.

지난 4일에는 한 조합원이 파업 기간 근무 중인 직원들에게 작업 감시와 퇴근 권유 등 심리적 압박을 가했다며 별도로 고소하기도 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노사 관계가 협상 국면을 벗어났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관계자는 "대화로 해결하는 시기는 사실상 지났다고 판단하고 회사도 강경 대응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