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포스트가 무릎 골관절염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의 일본 임상 3상에서 모든 유효성 평가지표를 충족했다고 13일 밝혔다.
2012년 국내 식약처 허가를 받아 10년 넘게 임상 현장에서 쓰여 온 카티스템이 일본에서도 효능을 입증한 것이다. 회사는 연내 일본 품목허가 신청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승진 메디포스트 글로벌 사업본부장은 이날 서울 중구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문가들로부터 이번 결과라면 품목허가를 받는 데 문제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받았다"며 "임상 성공으로 '절반'을 해낸 셈이다. 앞으로 CMC(원료·제조·품질 관련 기술 문서) 자료 대응과 생산시설 현장 실사 등 남은 절차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릎 통증도, 연골 상태도 좋아졌다
이번 임상은 일본 내 13개 병원에서 무릎 골관절염 환자 1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카티스템 투여군(59명)과 비교군인 히알루론산(HA) 주사 투여군(61명)으로 나눠 52주, 즉 1년간 유효성과 안전성을 추적 관찰했다. HA 주사는 현재 일본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다.
1차 평가지표 두 가지 모두 통과했다. 첫 번째는 WOMAC(The Western Ontario and McMaster Universities Arthritis Index) 점수 변화다. 관절염 환자가 느끼는 통증, 관절 뻣뻣함, 일상 기능 불편함을 종합적으로 수치화한 국제 표준 설문지로, 점수가 낮을수록 상태가 좋다는 뜻이다.
카티스템 투여군은 HA군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개선을 보였다(p-value<0.0001). p-value가 0.0001 미만이라는 것은, 이 결과가 단순한 우연일 확률이 0.01%도 안 된다는 의미다.
두 번째는 ICRS 등급(International Cartilage Repair Society Grade) 개선율이다. 관절경이나 MRI로 연골 손상 정도를 직접 측정하는 국제 기준으로, 카티스템 투여군에서 1단계 이상 호전된 비율이 HA군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높았다(p-value=0.0002). 쉽게 말해, 환자가 통증이 줄었다고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 연골이 눈에 띄게 재생됐음을 객관적 수치로 증명했다는 것이다.
2차 평가지표인 VAS(통증 강도 자가 평가), IKDC(무릎 기능성 평가 지수), KOOS(무릎 전반 상태 평가 지수) 등 모든 항목에서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개선이 확인됐다. 임상 과정에서 발생한 중대한 이상반응(SAE)은 모두 약물과 인과관계가 없는 것으로 판정됐다.
회사는 이번 임상 설계에서 ICRS를 1차 평가지표에 포함시켰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기존 골관절염 임상에서는 환자 설문 기반 지표가 주를 이뤘는데, 연골 재생을 직접 측정하는 ICRS를 주요 지표로 삼은 설계는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이 본부장은 "향후 규제기관 대응에 유용하게 쓰일 것"이라고 했다. 보다 구체적인 수치는 현재 작성 중인 논문을 통해 내년 공개될 예정이다.
◇일본 결과, 미국 전략까지 바꾼다
메디포스트가 이번 결과에서 주목하는 또 다른 지점은 미국과의 연결고리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임상 3상의 1차 평가지표가 WOMAC과 100mm VAS인데, 이번 일본 임상에서 이 두 지표 모두 유의미한 효능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같은 잣대로 같은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미국 규제당국(FDA)을 설득하는 데 긍정적인 근거가 될 수 있다. 이 본부장은 "최근 FDA 기조가 임상 환자 노출을 줄이고 실사용근거(RWE)를 활용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RWE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 수집된 환자 데이터를 말한다. 메디포스트는 현재 국내 카티스템 수술 환자 약 550명을 대상으로 RWE 연구를 진행 중이다. 수술 후 평균 6.9년이 지난 환자들로, 현재까지 인공관절로 교체한 비율은 1% 미만으로 파악된다.
자세한 결과는 연말 공개 예정이며, 회사는 이 데이터를 일본·미국 품목허가 심사와 약가 협상 양쪽에 활용할 계획이다. 임상 단계를 일부 단축하는 방안도 FDA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일본 허가에 앞서 동남아 2~3개국 진출도 타진한다. 일본 임상 결과를 근거로 삼아 미국 허가 전에라도 선제적으로 시장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일본 출시는 2028년…"HA 주사와 인공관절 사이의 공백을 노린다"
메디포스트는 올해 말 일본 품목허가 신청, 내년 중 허가 취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약가 협상 기간 등을 감안하면 실제 환자 투여는 2028년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유통은 지난해 12월 판권 계약을 체결한 테이코쿠제약이 맡는다. 일본 정형외과 분야의 강자로 꼽히는 테이코쿠제약과의 계약 규모는 약 4500억원이다. 메디포스트가 한국에서 원료를 생산하고 일본에서 최종 출하까지의 권리를 쥐고, 테이코쿠제약이 운송·배송·영업·마케팅을 전담하는 구조다.
이 본부장은 "납품 가격에서 메디포스트가 가져가는 비율을 퍼센티지로 정해놓은 구조"라며 수익성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허가 취득 시 약 1000만달러(약 135억원)의 마일스톤도 수령하게 된다.
현재 일본에서 무릎 골관절염 치료제로 쓸 수 있는 선택지는 사실상 HA 주사와 인공관절 수술 둘뿐이다. HA 주사는 통증 완화에 한계가 있고, 인공관절 수술은 일본 특유의 수술 기피 정서와 맞물려 선택을 꺼리는 환자가 많다.
메디포스트가 공략하는 건 이 틈새 시장이다. 이 본부장은 "카티스템은 이물질을 삽입하는 게 아니라 자가 재생을 촉진하는 방식이어서 정서적 장벽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과제도 있다. 그는 "한국 출시 당시 의사들이 직접 시술해보기 전엔 환자에게 권하지 않아 채택 기간이 굉장히 길었다"며 "그 경험을 토대로 테이코쿠제약과 함께 주요 병원을 대상으로 사전 준비를 이미 가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일본에서 10년 내 연간 4만 바이알 판매를 목표로 잡고 있다. 시장 침투율로는 약 2% 수준이지만, 현지 약가가 한국보다 2~4배 높아 실제 매출 기여도는 이 숫자보다 클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메디포스트(078160)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736억원, 영업손실 679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사업만 따지면 매출 768억원에 영업이익 16억원으로 흑자이나, 미국·일본 글로벌 임상 비용이 전년 대비 약 30% 늘며 전체 실적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28년 일본 출시가 현재로선 실적 반전의 가장 현실적인 분기점이란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