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7000선을 넘어 7800선까지 돌파하면서, 반도체와 대형주를 중심으로 증시는 연일 축포를 터뜨리고 있다. 하지만 유독 웃지 못하는 섹터가 있다. 바로 바이오다.

불과 지난해만 해도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바이오주는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권을 휩쓸며 시장의 중심에 섰다. 주요 자산운용사들도 바이오 기업들을 대거 담으며 성장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올해 시장은 냉정하다. 한국거래소(KRX) 산업지수 중 헬스케어지수는 11일 기준 4510.15로 연초 대비 9% 넘게 하락했다. 연초 이후 코스피지수가 74% 급등한 것과 비교하면 바이오 섹터의 소외감은 더욱 뚜렷하다.

바이오 대장주들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코스닥 바이오 대주주들의 주식 평가액 순위도 내려앉았다. 지난해 4분기 코스닥 주식 부호 8위였던 박순재 알테오젠(196170) 대표는 올해 1분기 15위로 밀렸고, 이상훈 에이비엘바이오(298380) 대표는 16위에서 22위로, 정상수 파마리서치(214450) 회장 역시 29위에서 37위로 떨어졌다.

문제는 단순한 수급 악화가 아니다. 시장이 K바이오를 바라보는 '신뢰'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불신의 씨앗은 지난 3월 삼천당제약(000250) 논란에서부터 커졌다. 기술성·실적 전망 과장 의혹으로 투자심리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수십조원 규모 시총이 증발하며 투자자 불신도 빠르게 확산됐다.

여기에 에이비엘바이오의 임상 결과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까지 겹쳤다. 미국 파트너사 임상에서 종양 진행 억제 효과는 확인됐지만, 전체 생존기간(OS) 개선은 입증하지 못했다.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가 퍼지며 투자심리도 위축됐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노사 갈등 역시 악재다. 노조는 지난 1일부터 닷새간 전면 파업을 진행한 데 이어 무기한 준법 투쟁까지 선언했다. 실적보다 시장 불안감이 더 크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올해 1월 고점 대비 약 24% 하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바이오의 성장 스토리 자체가 끝났다고 단정하기는 이르다. 성과는 여전히 나오고 있다.

올해 들어 국내 최초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CAR-T·카티) '림카토'와 전립선암 진단용 방사성의약품(RPT) '프로스타뷰주사액(플로라스타민)'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았다. 한미약품(128940)의 비만 신약과 셀비온(308430)의 전립선암 치료제 등도 현재 허가 심사가 진행 중이다. 올해 국산 신약 승인 건수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다.

2분기는 바이오 업종의 주요 이벤트가 몰린 성수기이기도 하다. 5월 유럽간학회(EASL)를 시작으로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미국당뇨병학회(ADA) 등이 연이어 열린다.

기술수출 기대감 역시 여전하다. 휴온스글로벌(084110) 자회사 휴온스랩은 정맥주사(IV) 기반 항체·약물접합체(ADC)를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플랫폼 '하이디퓨즈'의 기술수출 계약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펩트론(087010) 역시 장기지속형 약물전달 플랫폼 '스마트데포'에 대한 일라이 릴리와의 본계약 가능성이 거론된다. 오는 6월 ADA에서는 첫 사람 대상 월 1회 비만 치료제 데이터 발표도 예정돼 있다.

그로쓰리서치는 최근 보고서에서 "글로벌 빅파마가 한국 바이오의 플랫폼 기술력을 전략적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기술수출 규모 역시 건당 1조원을 넘는 '메가딜' 중심으로 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 신뢰는 무너질 때는 순식간이지만, 회복에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K바이오의 기술력마저 제동이 걸린 것은 아니다. 결국 K바이오가 다시 시장의 선택을 받으려면 데이터와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올 하반기, K바이오는 단순히 가능성을 넘어 스스로의 존재 가치를 실력으로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