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담관암 신약 허가를 추진 중인 HLB(028300)가 후속 항암 파이프라인으로 미국 자회사 베리스모 테라퓨틱스의 차세대 키메라항원수용체 T세포(CAR-T·카티) 플랫폼 'KIR-CAR'를 앞세워 고형암 시장 공략에 나선다.
이지한 HLB 상무는 12일 서울 송파구 소피 앰배서더 서울 호텔에서 열린 'HLB 포럼'에서 "HLB는 카티를 기존 혈액암 중심에서 고형암 시장으로 확장하려고 한다"며 "자사 카티 플랫폼 'KIR-CAR'은 고형암에서 효과를 입증하면 글로벌 빅파마와의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카티는 환자의 면역세포(T세포)를 유전적으로 조작해 암세포를 정확히 찾아 공격하도록 만든 개인 맞춤형 유전자치료제다. 한 번 투여하면 체내에서 증식하며 지속적으로 암세포만 찾아 공격해 '살아있는 항암제'로 불린다.
현재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카티 치료제는 모두 혈액암 치료제다. 2017년 스위스 노바티스의 '킴리아(kymriah)'를 시작으로, 지난 2024년 영국 오토러스 테라퓨틱스의 오캣질(aucatzyl)까지 총 7개 제품이 상업화됐다. 국내에서도 지난달 큐로셀(372320)의 '림카토'가 국내 1호 카티 치료제로 허가받으며 혈액암 시장에 진입했다.
반면 고형암 분야는 여전히 미개척 영역으로 남아 있다. 현재까지 FDA 허가를 받은 고형암 카티는 없다. 고형암에서는 카티 세포가 암 조직에 도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쉽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해 쉽게 탈진에 빠지기 때문이다.
기존 카티 치료제는 T세포를 계속 활성화시키는 '단일사슬(single-chain)' 구조를 사용한다. 이 때문에 암세포를 만나기 전부터 T세포가 미세하게 계속 작동하고, 정작 암세포를 공격해야 할 때는 이미 기능이 약해진 상태가 된다는 설명이다. 또 고형암은 암세포마다 표적 항원이 달라 일부 암세포만 제거되고 재발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베리스모는 이런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차세대 플랫폼 'KIR-CAR'를 개발했다. 자연살해(NK)세포의 신호 전달 방식을 적용해, 암세포를 인식했을 때만 T세포가 활성화되도록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회사 측은 이를 통해 T세포 탈진을 줄이고 기능 지속성을 높여 고형암에서도 장기적인 항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로라 존슨(Laura Johnson) 베리스모 최고과학책임자(CSO)는 "KIR-CAR은 난소암·담관암 등 고형암에서 발현되는 메소텔린 표적을 볼 때만 작동하도록 설계됐다"며 "이를 통해 T세포 탈진을 최소화하고 보다 지속적인 항종양 반응을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베리스모는 메소텔린 발현 고형암을 대상으로 'SynKIR-110'의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회사는 지난 4월 열린 미국암연구학회(AACR)에서 고형암 환자 대상 초기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낮은 용량에서도 유의미한 종양 축소가 관찰됐고, 용량이 증가할수록 효능 신호가 더욱 뚜렷해지는 경향이 확인됐다는 설명이다.
HLB는 KIR-CAR 플랫폼의 사업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이지한 상무는 "빅파마들이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자산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공동개발이나 기술이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형암에서 유효성이 확인된다면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선 KIR-CAR 플랫폼 또는 파이프라인을 도입해 기존 항암 자산과 결합하려는 수요가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했다.
베리스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카티 연구진이 설립했다. 킴리아 공동개발자인 마이클 밀런(Michael Milone) 교수와 항체·세포치료제 전문가인 도널드 시걸(Donald Siegel) 교수가 공동 창업했다.
미국 바이오 투자 시장이 위축됐던 당시 진양곤 HLB 회장은 기술 소개를 듣고 직접 유펜을 방문해 시드 투자를 결정했다. 이후 HLB는 베리스모를 HLB이노베이션(024850) 자회사로 편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