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일본어 능통자, PMP(Project Management Professional) 자격증 보유자, CMO 프로젝트 관리 경력 5년 이상.

인천 송도에 있는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 비티젠(옛 에스티젠바이오)이 최근 사업 PM(프로젝트 매니저) 경력직을 뽑으면서 내건 조건입니다. 조건 자체가 아주 이례적인 건 아닙니다. 다만 글로벌 프로젝트 관리와 고객 대응 기능을 강화하려는 회사의 방향이 읽힙니다.

채용공고에 적힌 업무 범위를 보면 역할이 꽤 많습니다. 글로벌 CMO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끝까지' 관리하고, 계약 이행과 매출을 챙기며, 생산·기술·품질 부서를 조율합니다. 여기에 주요 고객사 관리까지 맡습니다. 비티젠은 이를 글로벌 확장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직무로 보고 있으며, 수시 채용으로 지속 확보한다는 계획입니다.

비티젠 제1공장에 2500L 규모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 탱크)가 설치된 모습./비티젠

비티젠은 2015년 동아쏘시오홀딩스에서 분리 설립된 회사입니다. 이후 일본 메이지세이카파마가 지분 49%를 인수해 합작 구조로 운영되다가, 2021년 동아쏘시오홀딩스가 지분을 되사오며 현재 체제가 됐습니다. 지금은 그룹 내 동아ST 등 계열사의 바이오의약품 생산을 맡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서는 계열사 생산기지에서 벗어나 글로벌 고객사를 직접 확보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유럽뿐 아니라 일본 시장에서도 고객 기반을 확장하는 모습입니다.

이달 초 나온 소식들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습니다.

우선 회사 이름부터 바꿨습니다. 비티젠(BTGEN)은 'Bio Technology'의 약자이자 '차세대 바이오기술'을 뜻합니다. "글로벌 CMO 기업으로 새롭게 거듭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고 합니다.

또 하나는 공장 증설을 위한 자금 조달입니다.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국민성장펀드를 통해 이 회사에 850억원을 저리 대출 형태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성장펀드가 바이오 기업에 자금을 지원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회사는 여기에 자체 자금 250억원을 더해 총 1100억원 규모로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입니다.

금융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4월 30일 열린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회에서 비티젠(옛 에스티젠바이오)에 대한 85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 지원 안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금융위원회

비티젠은 배양액 단위 부피당 단백질 생산량, 즉 역가(Titer)가 8g/L 이상인 고농도 배양 기술을 갖추고 있습니다. 업계 수준(2~5g/L)을 넘어서는 수치로, 같은 크기의 설비로 더 많은 약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대형사가 상대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다품종 소량 생산 시장에서 강점으로 작용합니다.

이번 증설의 목표는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9000L에서 1만4000L로 키우는 겁니다. 바이오리액터(세포 배양 탱크) 2기를 새로 들이고, 아이솔레이터 설비도 추가합니다. 아이솔레이터는 사람 손 개입을 최소화한 무균 충전 설비로, 글로벌 제약사들이 위탁 생산 파트너를 평가할 때 중요하게 보는 요소 중 하나입니다.

증설이 끝나면 원료의약품(DS) 최대 생산능력은 44%, 완제의약품(DP)은 17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설 완료 목표는 2028년 1분기. 증권가에선 그 시점에 비티젠의 연 매출이 최대 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봅니다.

숫자는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비티젠은 지난해 매출 1037억원, 영업이익 71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각각 76.2%, 308.6% 증가한 수치입니다. 바이오시밀러 '이뮬도사'의 미국·유럽 공급을 맡으며 미 식품의약국(FDA)과 유럽 의약품청(EMA) 인증을 차례로 따낸 것이 계기가 됐습니다. 올해도 벌써 200억원이 넘는 신규 계약을 수주했습니다.

그래픽=손민균

이 맥락을 알고 나서 채용공고를 다시 보면 생산공정개선(OE) 직무도 눈에 들어옵니다. 예산 모니터링부터 SOP(표준작업지침서) 개정까지 맡는데, 쉽게 말해 생산 효율과 수율을 높이는 역할입니다. '얼마나 많이 만드느냐' 못지않게 '얼마나 잘 운영하느냐'가 중요해졌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생산·사업·경영·품질까지 4개 직군을 한꺼번에 뽑는 것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조직 규모가 빠르게 커지면서 운영 체계 자체를 다시 짜는 상황이 됐다는 뜻이니까요. 회사 측도 "올해 채용 규모가 이미 전년 전체를 넘어섰다"며 "수주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인력을 계속 확충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비티젠은 연초 현장 교대 체계도 4조 3교대에서 4조 2교대로 바꿨습니다.

업계에서는 이 흐름의 끝에 기업공개(IPO)가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옵니다. 지난해 말 재무 전문가 출신인 이현민 사장이 대표에 선임된 것도 이러한 관측에 힘을 싣습니다. 그간 품질·생산 역량을 끌어올렸다면, 이제는 자본시장에서 평가받을 준비를 한다는 해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