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으로 성장세를 이어온 HK이노엔(195940)이 '제2 케이캡' 발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케이캡의 미국 진출을 비롯한 해외 시장 확대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숙취해소제 '컨디션'과 '헛개수' 등 기존 대표 제품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케이캡 의존도가 커지고 있어서다. 회사는 연구개발(R&D) 조직을 재정비해 비만 치료제를 비롯한 차세대 신약 파이프라인 강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HK이노엔은 지난달 R&D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송근석 부사장이 전체 R&D를 총괄하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 발굴·개발을 담당하는 신약연구소장이 기존 김봉태 상무대우에서 박병철 신임 연구소장으로 교체됐다.
서울대 수의병리학 박사 출신인 김 전 상무대우는 유한양행(000100) 책임연구원을 거쳐 HK이노엔에서 케이캡 전략팀장과 임상개발실장 등을 맡으며 케이캡 개발과 출시를 이끈 인물이다. 최근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철 신임 소장은 유망 바이오텍과 초기 후보물질 발굴 경험이 풍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CJ제일제당(097950) 제약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콜마홀딩스 VC(Value Creation)팀장과 HK이노엔 신약연구소 비임상개발센터장을 지냈다. 현재 K-바이오랩허브 투자전문위원도 맡고 있다.
HK이노엔의 대표 품목인 케이캡은 2019년 3월 출시한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계열 위식도 역류질환 신약이다. 올해 1분기 처방 실적은 5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했다. 현재 한국을 포함한 22개국에서 허가를 받았고, 이 가운데 19개국에 출시됐다. 또 55개국과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하며 글로벌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경쟁 제품을 제치고 처방액 기준 선두권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미국 파트너사 세벨라 파마슈티컬스는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케이캡 신약허가신청(NDA)을 제출했다. 승인 여부는 내년 초 나올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진출이 현실화할 경우 케이캡의 글로벌 매출 규모가 한층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회사의 실적 구조가 케이캡 중심으로 쏠려 있다는 점은 과제로 꼽힌다. 출시 7년 차를 맞은 케이캡의 시장점유율은 약 15% 수준으로 추정된다. 처방 규모는 꾸준히 확대되고 있지만, 기존 대표 제품이었던 숙취해소제 '컨디션'과 헛개수 등 헬스앤뷰티(H&B) 사업 부문의 성장세는 둔화한 상태다.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4%, 94.2% 감소했다.
HK이노엔은 케이캡으로 확보한 현금을 후속 신약 개발에 재투자한다는 전략이다. 회사의 지난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20억원으로 전년 대비 53% 증가했다. 같은 기간 R&D 투자 규모는 859억원으로, 현금 유입의 절반가량을 연구개발에 투입했다.
후속 파이프라인 확보 작업도 이어지고 있다. HK이노엔은 최근 넥스트젠바이오사이언스와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 후보물질 'NXC680' 공동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에는 카인사이언스와 근감소증 치료제 후보물질 'KINE-101' 공동개발 계약도 맺었다.
회사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비만 치료제다. HK이노엔은 현재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인 '에크노글루타이드'를 차세대 핵심 품목으로 육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에크노글루타이드는 중국 사이윈드 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도입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당뇨 치료제로, HK이노엔은 2024년 국내 독점 개발·상업화 권리를 확보했다.
최근에는 AI 신약개발 기업 아토매트릭스와 차세대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 공동개발에도 착수했다. GLP-1 계열 치료제의 한계를 보완할 수 있는 저분자 기반 후보물질 발굴이 목표다. 이밖에도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등 다양한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을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