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노사가 8일 노사정 면담에서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대신 양측이 대화를 이어가기로 해, 파업의 기로에 선 노사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는 이날 오후 2시 30분부터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중재로 노사정 면담을 진행했으나 3시간가량의 대화에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
박재성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노조 위원장은 노사정 면담 종료 후 "구체적 안건까지 도출된 것은 없지만 노동부가 중재를 이어가고 있는 점과 삼성전자도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한 점 등을 고려해 조금 더 대화를 이어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노동부 권고를 수용해 향후 협상은 당분간 비공개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번 면담은 지난 1~5일 노조의 전면 파업 이후 열린 공식 중재 협의로, 이날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앞서 노조는 ▲1인당 3000만원 격려금 지급 ▲평균 14% 임금 인상 ▲영업이익 20% 성과급 배분 ▲공정한 인사 기준 마련 등을 요구해 왔다.
반면 회사는 6.2% 인상과 일시금 600만원을 제시했다. 신기술 도입, 인사, 인수·합병(M&A) 등 경영 사안에 대한 노조 참여 요구를 두고도 견해차가 큰 상황이다. 회사는 해당 요구가 경영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추가 파업 가능성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다. 노조가 2차 파업을 벌이면 회사의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차 전면 파업으로 일부 항암제와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제 생산에 차질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피해 규모를 최소 15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애초 예상했던 피해 규모는 6400억원 수준이었지만 비상 인력 투입 등으로 손실을 줄였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노사 갈등의 골도 깊어지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전날 박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 3명과 현장 관리자급 조합원 3명 등 총 6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인천연수경찰서에 고소했다. 법원이 쟁의행위를 제한한 중단 금지 작업 부문에서 노조가 사실상 파업 참여를 독려했다는 게 회사의 시각이다.
앞서 법원은 배양·정제·바이러스 여과 등 초기 생산 공정에 대해서 쟁의행위를 허용하고, 의약품 변질 우려가 큰 농축·버퍼교환(UFDF), 원액 충전(DS Filling), 관련 버퍼 제조·공급 등 일부 공정에 대해서는 파업 중에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노조가 배포한 '파업지침절차서'에는 "연차 반려 또는 시기 변경 통보를 받더라도 노조 지침에 따라 파업에 참여해 달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노조는 "필수 인력을 편성해 작업을 수행했다"며 "회사가 심리적 위축 효과를 노린 무리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회사는 법원의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일부 기각 결정에 대해서도 항고했다.
산업계와 증권가에서는 노사 갈등 장기화가 여러 측면에서 악영향을 줄 것이란 우려도 잇따른다. 각국 기업이 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데다, 생산 안정성 우려가 글로벌 신뢰와 계약 수주 경쟁, 2분기 실적 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허혜민 키움증권 연구원은 "파업 영향으로 매출 감소가 발생한 만큼 영업이익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며 "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2분기 실적은 물론 빅파마 수주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분기 시장 컨센서스(전망치 평균)는 매출 1조 2924억원, 영업이익 5983억 원 수준인데, 이는 파업 영향이 반영되지 않은 수치라 하향 조정이 필요하다고 허 연구원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