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맥주사(IV) 제형 바이오의약품을 더 짧은 시간 안에 투여할 수 있는 피하주사(SC)로 전환하는 기술이 글로벌 제약사의 주목을 받으면서 시장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조 단위 기술수출에 성공해 'SC 플랫폼 강자'로 입지를 굳힌 알테오젠(196170)에 이어 전통 제약사 휴온스(243070)도 글로벌 계약을 추진하며 시장을 재편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휴온스는 글로벌 제약사와 정맥주사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 제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자사 플랫폼 '하이디퓨즈(HyDIFFUZE)'를 적용하는 공동개발 계약을 논의 중이다. 현재로서는 항체·약물접합체(ADC) 의약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정서희

제네릭 중심 전문의약품 사업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휴온스는 보툴리눔 톡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한 데 이어, 최근에는 바이오 사업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체질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축으로 부상한 것이 휴온스글로벌(084110) 산하 연구개발(R&D) 자회사 휴온스랩이 개발한 '하이디퓨즈' 플랫폼이다.

하이디퓨즈는 재조합 인간 유래 히알루로니다제를 기반으로 항체의약품뿐 아니라 ADC까지 SC 제형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이다. 회사는 지난 3월 미국임상약리치료학회(ASCPT)에서 항체와 ADC 3종에 하이디퓨즈를 적용한 전임상 결과, 원 물질 대비 흡수 효율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ADC는 암세포만을 표적해 공격하는 항암제로, 대부분 정맥주사 방식으로 투여된다. 일반적으로 투여에 4~5시간이 소요되지만, 이를 복부나 허벅지 등의 피하 지방에 주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면 투여 시간이 5분 내외로 단축되고 환자가 자가 투여도 가능해진다. 환자 편의성과 병원 내 투약 효율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SC 전환 플랫폼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핵심 경쟁력으로 꼽힌다.

현재 ADC의 SC 전환 기술은 알테오젠이 주도하고 있다. 알테오젠은 히알루로니다제 'ALT-B4'를 활용한 플랫폼 '하이브로자임'을 기반으로 일본 다이이찌산쿄와 영국 아스트라제네카가 공동 개발한 '엔허투'의 SC 제형을 개발 중이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미국 바이오젠 등과 총 7건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으며, 미국 머크(MSD)와 함께 개발한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인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SC 제형은 미국과 유럽에서 승인됐다.

이밖에도 인벤티지랩(389470),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 등 국내 여러 바이오텍이 SC 플랫폼 개발에 나서며 관련 경쟁이 확대되고 있다.

이 같은 구도에서 휴온스의 등장은 새로운 변수로 평가된다. 현재 논의 중인 공동개발 대상은 엔허투와 경쟁 관계에 있는 ADC 후보물질로 알려졌다. SC 전환에 성공할 경우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시장 내 존재감을 빠르게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휴온스는 지난해부터 주요 국제 학회와 행사에서 하이디퓨즈 플랫폼을 소개하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파트너십 미팅을 진행해왔고, 현재도 다수 기업과 SC 전환 플랫폼 기술수출을 추진 중이다. 휴온스랩은 해당 플랫폼이 ADC뿐 아니라 이중항체, 표적단백질분해제(TPD) 등 다양한 모달리티(치료전달법)에 적용 가능하다는 점을 강점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하이디퓨즈 플랫폼은 항체와 ADC 치료제를 넘어 다양한 차세대 바이오의약품의 피하 제형 개발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공동개발 및 협력 논의를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디퓨즈 플랫폼으로 개발한 SC 의약품의 상용화도 앞두고 있다. 휴온스랩은 지난해 12월 히알루로니다제 제제 '하이디자임주'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신청했다. 이는 미국 할로자임의 히알루로니다제 제품 '하일레넥스'와 동일한 단백질 아미노산 서열로 만든 바이오의약품이다.

하일레넥스는 국내와 유럽에서 2024년 3월 특허가 만료됐으며, 미국에서는 2027년 9월 만료될 예정이다. 임상 1상 자료만으로 허가가 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연내 승인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