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버스터 의약품(연 매출 10억달러)의 특허 만료로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경쟁이 본격화하면서, 이를 개발한 글로벌 제약사들의 성장세도 둔화하기 시작했다.

주요 기업들이 시장 예상치를 소폭 웃도는 실적을 내놓고도 성장성 우려로 주가가 하락하는 등 기대치 조정 흐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여기에 미국의 약가 정책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올해도 인수합병(M&A)과 기술 거래를 통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상위 제약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속속 발표되는 가운데, 실적 대비 시장 평가가 낮아지고 있다.

회사의 전체 매출은 대체로 전망치를 충족했지만, 핵심 제품 매출이 바이오시밀러 진입으로 급감하면서 향후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매출 늘었는데 주가는 '뚝'…"특허 만료 의약품 의존에 성장성 의문"

먼저 지난 14년간 전 세계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은 올해 1분기 매출 241억달러(한화 35조8600억원)를 기록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10% 증가한 수치로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시장에서는 "2025년도 실적과 후속 파이프라인 기대감에 올해 들어 이미 15%가량 오른 주가를 고려하면 이번 분기 실적이 기대를 충분히 충족했는지는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시장 반응은 핵심 제품의 매출 공백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회사 얀센이 개발한 자가면역질환 치료에 쓰는 블록버스터 '스텔라라'는 연간 글로벌 매출이 약 15조원에 달하는 블록버스터였지만, 지난해 미국에서 특허 만료 이후 국내 셀트리온(068270), 삼성바이오에피스를 비롯한 전 세계 제약사들이 앞다퉈 바이오시밀러를 내놓으면서 매출이 약 60% 감소한 6억5600만달러(약 9760억원)로 급감했다.

그래픽=정서희

유사한 흐름은 미국 애브비에서도 나타났다. 애브비는 지난 29일(현지 시각) 매출 150억달러(약 22조32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4% 증가하며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시장 반응은 냉담했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 매출이 6억8800만달러(약 1조원)로 전년 대비 40.3% 감소하면서 주가는 4.25% 하락했다.

휴미라는 연간 매출 200억달러(약 28조7000억원)를 넘긴 글로벌 제약 시장 최초의 의약품으로 꼽히지만, 2023년 미국에서 특허가 만료된 이후 바이오시밀러가 대거 쏟아지면서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럽 제약사들도 실적과 주가 간 괴리가 나타났다. 영국의 아스트라제네카(AZ)는 엔허투, 임핀지 등 항암제 성장에 힘입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8% 올랐고,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역시 매출이 5% 증가했다. 그러나 런던 증시에서 아스트라제네카 주가는 1.4% 하락했고, GSK 주가는 8%까지 떨어졌다.

반면 블록버스터 독점권 연장 전략으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곳도 있다. 프랑스 사노피는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하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듀피센트'의 투여 간격을 2주에서 4주로 늘리는 신규 제형을 개발해 특허 기간을 2045년까지 연장하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지난해 천식 2상,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 3상 실패 등 임상 리스크가 이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실적 발표 이후 주가는 3.39% 상승했다.

◇빅파마, 특허 만료·약가 정책 압박 속 'M&A'로 미래 먹거리 발굴

글로벌 제약업계는 특허 만료에 따라 시장에 바이오시밀러가 쏟아져 나오면서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 공백과 함께 성장률 둔화가 본격화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실적이 기대치를 충족한다고 해도 향후 미래 먹거리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으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디커플링'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미국의 약가 정책은 추가적인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 중인 '최혜국(MFN)' 약가 정책은 미국 약가를 다른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에 맞추는 방식이다. 미국 시장에서 높은 가격으로 수익을 내온 제약사 입장에서는 핵심 수익원이 흔들릴 수 있다. 이로 인해 글로벌 의약품 가격 체계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AZ 최고경영자(CEO)는 "미국과 참조국 간 약가 격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신약을 해당 국가에 출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바스 나라심한(Vas Narasimhan) 노바티스 CEO도 "MFN 정책 영향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향후 18개월 내 가시화될 것"이라며 "유럽 정부와의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고 우려했다.

토마스 쉬네커(Thomas Schinecker) 독일 베링거인겔하임 CEO 역시 "미국의 약가를 다른 국가와 연동할 경우 유럽이 혁신 신약 접근에서 소외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과 약가 정책 리스크가 겹치면서, 올해 글로벌 제약업계는 인수합병(M&A)과 기술 거래를 통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빠르게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