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2024년 12월 11일 서울 한 대학병원 응급실 모습. /연합뉴스

소아, 분만 등 고위험 필수 분야에서 의료 사고가 발생해도 '중대 과실'이 없으면 형사 재판에 넘기지 않도록 하는 의료 분쟁 조정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환자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오자 정부는 위헌(違憲) 소지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29일 의료 분쟁 조정법 개정안 관련 설명회에서 이렇게 밝혔다. 이 법은 중증, 소아, 응급, 분만, 외상 등 고위험 필수 의료 분야에서 사고가 발생해도 의료진을 형사 처벌하지 않도록 한다. 대신 의료진이 소속된 병원은 책임 보험에 가입하고 손해를 전액 배상해야 한다.

의료진은 미리 의료 행위 위험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이런 조건을 지키지 않아 형사 재판에 넘겨졌어도 재판부가 사고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해 형량을 감면할 수 있다. 현행 반의사불벌 특례를 확대해 의료 사고로 상해가 발생해도 피해자 의사에 반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했다.

정부는 의사들이 필수 의료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형사 처벌 부담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일부 환자 단체는 의료진에게 예외적으로 형사 면책 특권을 주는 게 아니냐고 지적한다. 국민 기본권인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기 때문에 위헌성이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고위험 필수 의료에 종사하는 전문의가 계속 줄면 의료 서비스가 필요한 상황에서 국민 생명과 신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이런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해당 내용이 개정안에) 신설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본권을 일부 제한하는 소지는 있다"면서 "국민 전체의 생명을 위한 부분인 만큼 위헌적인 제한은 아니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의료진 기소를 제한하는 규정이 환자에게 손해 배상 청구와 형사 고소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 규정은 중대 과실이 없는 고위험 필수 의료 행위로 인한 사고에만 적용된다"면서 "중대 과실이 있거나 일반 의료 행위는 적용 여지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환자 측이 의료진 처벌을 원한다면 고소한 다음 기소와 형사 재판을 기다렸다가 (손해 배상을) 청구하면 된다"고 말했다.

중대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는 수술 부위 착오 등 12가지로 명시됐다. 의료계는 여전히 기준이 모호하다는 입장이다. 중대 과실과 고위험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하위 법령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복지부는 의료계와 환자 단체, 전문가 등 10명 안팎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꾸려 관련 논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