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A씨가 불법 투약한 프로포폴 사진./식약처

의료용 마약류를 빼돌려 자택에서 상습 투약해 온 간호조무사가 사망한 사건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근무지에서 사용량을 부풀려 보고하는 방식으로 마약류를 빼돌린 정황도 확인됐다.

2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서울 광진구 한 내과의원 간호조무사 A씨와 의사 B씨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적발돼 검찰에 송치됐다.

사건은 경찰의 사망 사건 조사에서 시작됐다. 서울광진경찰서는 A씨 자택에서 프로포폴과 주사기 등 다수의 투약 흔적을 발견했고, 식약처 위해사범중앙조사단에 의료용 마약류 불법 유통 수사를 의뢰했다.

식약처 전담수사팀은 자택에서 발견된 프로포폴이 A씨가 근무하던 의원에서 공급된 사실을 확인하고 압수수색에 나섰다. 그 결과 A씨는 2025년 9월 12일부터 2026년 1월 중순까지 약 4개월간 내시경 검사에 사용하는 마약류를 실제보다 많이 사용한 것처럼 허위 보고한 뒤 프로포폴 98개, 미다졸람 64개 등을 빼돌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A씨는 마약류취급자가 아님에도 자택에서 주사기 등을 이용해 다량의 마약류를 상습 투약하다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사용된 마약류는 프로포폴 96개, 미다졸람 61개이며 주사기 132개가 함께 발견됐다. 이는 범행 기간 동안 매일 프로포폴 약 1개, 미다졸람 약 0.5개를 투약할 수 있는 수준으로, 식약처 안전사용 기준을 초과하는 양이다.

A씨는 이와 별도로 스테로이드제, 소염진통제, 항생제 등 처방이 필요한 주사제 전문의약품 138개(10품목)도 빼돌려 자택에 보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의사 B씨는 마약류 유출과 허위 보고를 방지해야 할 관리 책임이 있음에도 관련 업무를 A씨에게 맡긴 채 감독을 소홀히 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A씨 사망 이후에는 부족한 재고를 맞추기 위해 일부 마약류를 다른 환자에게 투약한 것처럼 식약처에 허위 보고한 사실도 드러났다.

프로포폴은 수면마취나 전신마취 유도에 사용되는 정맥마취제이며, 미다졸람은 수술·검사 전 진정제로 쓰인다. 두 약물 모두 과다 투여 시 호흡억제, 혈압저하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의료진의 지속적인 관찰 아래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향정신성의약품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의료용 마약류 취급 과정에서 허위 보고나 불법 반출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경찰 등 유관기관과 협업해 불법 사용을 엄정 수사하겠다"고 말했다.